▲ 순항 중인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암초를 만났다. 바로 4·29 재보선이다. 당초 선거 승리가 예상됐으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야권 후보 난립으로 선거가 어려워졌다. 선거 패배 시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가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체제가 순항중이다. 수석사무부총장에 친노 인사로 알려진 김경협 의원을 선임하면서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조직사무부총장을 비노계 김관영 의원을 임명하며 불씨를 잡았다. 수석사무부총장과 조직사무부총장은 차기 총선에서 공천 실무를 담당할 핵심 요직이다. 이로써 문 대표는 당내 친노 패권주의 이미지는 어느 정도 벗어난 상태다.

 

당내에서 일부 비판을 샀던 우클릭 행보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 노인과 실향민 등 지지세가 취약한 계층을 찾아나서는 등의 모습은 강경 좌파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주효했다. 야당 대표로선 이례적으로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하며 반기업 이미지도 털어냈다. 이 같은 문 대표의 광폭 행보에 당 안팎에선 “이만하면 전대 후유증을 추스르는데 성공했다”고 입을 모은다.

◇ 새누리당과 무승부? 4·29 재보선 잿빛 전망에 깊어지는 고민 

실제 문재인 대표 체제에 강한 불신을 보였던 김부겸 전 의원은 “문 대표가 대선 실패 이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면서 “국민통합 의지를 보이면서 경제·정책정당으로 변신하는 모습으로 국민 신뢰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그는 당 지역분권정당추진단장을 맡아 최근 문재인호에 합류했다.

문 대표의 긍정 평가는 지지율로 이어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3월 3주차 현재 문 대표의 지지율은 24.9%로, 11주째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위에 안착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1.8%)와 무려 13.1%p 차이다. 야권의 유력한 잠룡으로 불리는 박원순 서울시장(11.5%)과 안철수 의원(6.8%)도 문 대표와 10%p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사실상 문 대표의 독주다.

 

▲ 새정치민주연합 합당 1년여 만에 당권을 잡은 문재인 대표. 당 안팎에선 “이만하면 전대 후유증을 추스르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당 지지율이 다소 아쉽다. 전대 컨벤션 효과가 정점에 달했던 2월 3주차(33.8%) 이후 빠지기 시작한 당 지지율은 현재 26.4%다. 새누리당(37.3%)과 10.9%p 차이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배경이다.

 

당초 재보선은 새정치연합의 승리로 점쳐졌다. 문 대표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선거가 치러지는 인천 서·강화을 지역을 제외한 서울 관악을, 성남 중원, 광주 서구을이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를 감안하면 승리가 당연했다. 하지만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탈당과 그의 광주 서구을 무소속 출마로 상황은 달라졌다. 야권 내 후보 난립 현상을 보이면서 “2석도 어려운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재보선 결과에 문 대표의 ‘운명’이 달렸다. 선거 패배 시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비노 진영에서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당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주에서 패배할 경우 문 대표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천 전 장관의 탈당이 뼈아픈 이유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이번 재보선에서 텃받 사수를 위해 ‘광주에 올인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많다.

관건은 호남 민심의 회복 여부다. 지난 전대에서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대세론’을 엎고 턱 밑까지 추격한 배경에는 호남 민심의 결집이 있었고, 이는 결국 친노에 대한 호남 민심의 냉랭한 심경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 대표의 고민이 크다. 문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전북 전주 전북도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주재하며 지역 현안 언급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을 끝내면, 문 대표는 당 개혁에 전력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당 안팎에선 문 대표의 당 개혁 노력이 미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문 대표는 아직까지 민주정책연구원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지 않았고, 연구원 또는 정책위원회와 혁신 방향을 두고 공식 회의를 진행한 적도 없다. 문 대표의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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