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에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진정이 2015년 3월 31일 처리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넣은 국민의 진정이 햇수로 3년 만에 처리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정치권이 열린국회를 표방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요란한 말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한 민원인은 지난 2012년 9월 KTX 열차에서 노트북을 도난당했다. 범인을 잡기위해 CCTV를 조회하고자 했지만 정작 열차 칸에는 CCTV설치가 안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철도 경찰로부터 도난 사건 뿐만 아니라 열차 내 성추행 사건들이 꽤 빈번하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민원인은 국회 홈페이지 ‘진정’을 통해 KTX 내 CCTV설치 의견을 냈다.

황당하게도 민원은 2년 반 만에 처리 됐다. 민원을 넣은 시민조차 기억이 희미해진 지난달 31일 국회 사무처는 “귀하의 의견을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에 전달하여 검토하겠다”는 달랑 한 줄의 답변을 보냈다.

담당자에게 확인 결과, 사건은 단순 실수로 인한 ‘누락’이 원인이었다. 사무처 직원은 “실수로 인한 누락이었다. 전체 민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것이 확인돼 이번에 처리했다”며 “민원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황당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실수임을 인정했다.

문제는 이런 실수가 한 건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비슷한 시기 접수했던 민원은 총 세 건이다. 이 가운데 두 건이 2년을 훌쩍 넘은 지난달 31일 처리됐고 한 건은 여전히 처리되지 않고 있다. 진정처리 회신 기간이 따로 있느냐는 질문에 담당자는 “관련 규정을 찾아보겠지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진정처리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진정을 신속·정확히 처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만 규정할 뿐 처리 시한은 정해놓고 있지 않다. 다만 진정처리에 관한 시행내규 6조에 따르면 ‘소관위원회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진정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해당 규정은 국회 사무처가 진정을 접수하고 상임위에 회부하고 난 후부터 적용된다.

이와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평균 진정 접수건수나 평균처리시간 등 통계자료를 확인하고자 했지만 관련 통계조차 없다는 답을 들었다.

물론 한 명의 민원인이 수차례 같은 의견을 반복할 수도 있고, 정확히는 국회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닌 단순의견이라는 항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터넷을 통한 민원접수 제도는 국민들의 사소한 의견조차 경청하겠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간 국회에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는 점에서 명분뿐인 소통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회 운영위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민원사무 처리 내역에 대해 국회 사무처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확인 결과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민원인 입장에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다음 회기가 시작할 때 반드시 문제를 확인해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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