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국제공항에서 입국을 하고 있다.<출처=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격해지고 있다. 단순히 형제들 간 싸움을 넘어서 가족, 친지들까지 동원되고 있는 양상이다. 심지어 ‘신동주 전 부회장’ 대 ‘신동빈 회장’ 노선으로 편까지 갈리며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당초 롯데그룹 후계자는 올해 초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 경영에서 물러나고 지난 15일 차남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로 선임되면서 확정된 것으로 보였다.

갈등이 수면 위로 나타난 건 지난 27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에 가서 경영권을 되찾으려 시도하면서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 사무실을 방문해 이사회를 열지도 않고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6명의 이사를 구두로 해임했고, 다음날(28일) 신동빈 회장은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하기에 이른다.

이에 일각에선 해임 이유가 신격호 전 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졌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왔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영자로서 판단능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 측은 “이번 사태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부 친족들이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신격호 총괄회장을 임의로 모시고 가 구두로 해임발표를 유도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롯데그룹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판단이 흐려진 상태”라고 공개했다. 형제 사이의 경영권 분쟁에 아버지 건강문제까지 끌어들여 골육상쟁을 벌이고 있는 것.

여기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남동생 신선호 산사스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형제간 싸움은 ‘집안싸움’으로 확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롯데가의 이 같은 난투극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 ‘형제의 난’을 치른 대기업들의 사례와 비교하면 수위도 높고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들도 지나치게 볼썽사납다는 것이다. 

실제 앞서 2005년 ‘형제의 난’에 휘말렸던 두산그룹은 형제들간의 경영권 다툼에 머물렀다. 삼성도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별세한 지 25년이 지난 2012년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3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소송을 걸며 다툼을 벌였지만, 이 역시 형제간 싸움에 그쳤다. 최근까지도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금호그룹 역시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갈등이었다.

한편 롯데 일가는 오늘(31일)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친인 신진수 씨의 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제사를 모시는 자리에 일가족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최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가족회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 신동빈 회장이 참석할 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간의 오해를 풀고, 가족간 화해의 자리가 될지 아니면 ‘신동주’ 대 ‘신동빈’의 노선 구축을 확인하는 편가르기 자리가 될 지 재계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