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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골육상쟁’①] 신동빈, 경영권 위해 ‘천륜’ 외면했나
2015. 07. 31 by 정소현 기자 coda0314@naver.com

▲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롯데가(家) 형제들의 서로를 향한 난타전이 그야말로 ‘막장드라마’ 수준이다. 사진 좌로부터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사장, 신격호 총괄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볼썽사납다.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롯데가(家) 형제들의 서로를 향한 난타전이 그야말로 ‘막장드라마’ 수준이다. 고령의 아버지를 비행기에 태워 일본으로 향한 장남,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판단력이 흐려졌다’며 해임시킨 차남. 양측의 진실공방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섣불리 판단하긴 조심스럽지만, 현재로선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평가가 불리한 상황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 진실 오리무중… 그러나 궁지에 몰린 신동빈 회장

롯데그룹 경영권은 올 초만 해도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넘겨지는 듯 했다. 지난해 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을 해임시켰기 때문이다. 해임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당시 사건으로 롯데그룹 후계자는 신동빈 회장으로 낙점됐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이 터졌다.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반년만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른바 롯데그룹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이번 사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을 전세기로 일본에 데려가면서 시작됐다. 일본으로 건너 간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포함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요 이사들을 구두 해임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다음날인 28일 정식 이사회를 열어 이를 뒤집고, 되레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시켰다.

신동주·신동빈 두 형제는 전혀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단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중국 사업에서의 부실을 숨기는 등 왜곡된 정보를 보고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격노했으며 이에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 신동빈 회장을 해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의 해임 역시 동생 신동빈 회장의 모함 탓이라는 것이다.

▲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국 입국 직후인 지난 29일 KBS와 인터뷰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작성했다는 2개의 문건을 공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모든 직책에서 해임한다”는 내용의 지시서와 “신동주 전 부회장을 롯데홀딩스 사장으로 재임명한다”는 내용의 임명서가 그것이다. 해당 문건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필 사인이 담겼다. (사진 = KBS 9시 뉴스 화면 캡쳐)

반면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은 ‘실적’ 탓이며,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임을 빙자해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두 형제 간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진실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일련의 정황들을 살펴보면 신동빈 회장에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우선 한 방송을 통해 공개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국 입국 직후인 지난 29일 KBS와 인터뷰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작성했다는 2개의 문건을 공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모든 직책에서 해임한다”는 내용의 지시서와 “신동주 전 부회장을 롯데홀딩스 사장으로 재임명한다”는 내용의 임명서가 그것이다. 해당 문건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필 사인이 담겼다.

재계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해임지시서가 법적 효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시서 대로라면 신격호 회장은 신동빈 회장에 대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황만 따져보면 사실상 쿠데타를 일으킨 것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인 셈이다.

◇ 신동빈 측 “고령에 판단력 흐려진 아버지” 흠집내기 ‘왜?’

롯데가 내에서 ‘반(反) 신동빈’ 전선이 형성된 것 또한 예사롭지 않다. 반 신동빈 전선에 가세한 친·인척들은 신동빈 회장이 한국롯데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그룹 내 중요 보직에서 밀려나거나, 기업 규모가 줄어드는 등 신동빈 회장에 대한 반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그룹이 '형제의 난'으로 휘청이고 있다.

롯데그룹 측의 행보도 여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 측은 90세가 넘은 고령의 신격호 회장에 대해 “총기가 넘치고 여전히 건강하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일이 터지면서 말이 완전히 바꿨다.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것이다. 롯데는 이 대목을 무척이나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롯데는 “창립 이후 모든 인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결정해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한 해임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지였다는 얘기다. 만약 롯데의 최근 주장대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능력에 문제가 있다면 불과 6개월 전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한 해임인사 역시 공감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시킨 것은 부정적 여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일각에선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천륜마저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 진실을 밝혀줄 ‘키맨’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나서 진실을 밝히고, 공식적으로 교통정리를 해주면 된다. 하지만, 정작 신격호 총괄회장은 침묵을 지키고는 있다. 설령 교통정리를 한다 하더라도 신동빈 회장 측에선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의 결정’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 형제간 싸움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표대결’로 결정 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결론이 어떻게 나든, 이미 ‘막장드라마’가 돼버린 롯데의 위상은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