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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선원 근소세 비과세 확대 위한 입법로비 의혹
2015. 08. 06 by 장민제 기자 jangstag@hanmail.net

▲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2009년 이사회 문건.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2009년 당시 한국선박관리업협회, 이하 협회)가 지난 2009년 당시 소득세법 개정을 위해 국회의원에게 협조를 요청하면서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과정을 담은 문건이 발견됐다. 협회 이사회 회의록 상의 기록인 만큼 공신력을 더해주고 있어 협회가 조직적으로 입법로비에 나섰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시사위크>가 협회 ‘2009년 제3차 이사회 회의록’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협회는 선원 근로소득세 비과세 범위를 확대 또는 과세폐지를 위해 2009년 6월부터 11월까지 관계부처 및 국회의원들과 수차례 접촉하며 협조를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2009년 이사회 문건.
회의록 상 기록에 따르면 협회 조정현 부회장(당시 전무)은 2009년 6월 15일 국토교통부 전 차관 L씨로부터 국외근로자에 대한 비과세와 관련해 당시 서병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현 부산시장)을 만나 협조를 구해보자는 의견을 접수했다.

이들은 타 연맹 관계자와 함께 서병수 의원을 방문해 협조를 당부했고, 서병수 의원은 “자기는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며 “적극 협조하겠다”고 답변했다.

이후 조종현 부회장은 주변 인맥을 동원해 서병수 의원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2009년 8월에는 서병수 의원실로부터 소득세법개정법률안 자료를 받았다. 협회는 자료를 수정, 최종안을 마련해 (당시) 한나라당 K의원에게 협조를 요청한 결과 “맡아서 책임지고 처리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여기까지의 기록은 국회의원의 청원입법이란 특징을 고려할 때 이해단체의 입장에서 통상적으로 행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2009년 10월 12일 조종현 부회장이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 연맹 P씨와 함께 서병수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해 후원금 모금에 관한 의견을 나눈 후 ▲회원사 일부를 방문해 후원금 협조를 당부했고, ▲같은 달 27일 101명의 후원금 전달을 완료했다고 명시돼 있다. 또 협회 회장·전무 등은 11월 1일 한 인사의 자녀 결혼식장에서 서병수 의원과 우연히 만나 “다시 한 번 챙겨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2009년 이사회 문건.
서병수 의원이 소득세법 개정안 입법발의에 힘써준 대가로 협회가 일명 쪼개기 식 후원금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치자금법 제32조 3호는 공무원이 담당 처리하는 사무와 관해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에 기부의 제한을 두고 있다.

◇ 협회 “회의록, 공식문건 인정” …관계자 “오래된 일이라...”

본지는 이 같은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협회와 조종현 부회장 측에 문의를 했다. 이에 협회는 회의록이 ‘공식 문건’이라고 인정했지만 일을 진행했던 조종현 부회장은 거의 모든 질문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답했다.

조종현 부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시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한 사실은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회원사를 돌며 후원금을 모아 전달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회의록상에 기재된 후원금 추진과정에 관한 내용을 읽어주며 재차 질문했지만 “옛날일인데..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종현 부회장은 “그때 소득세법을 (개정) 할려면 (후원금 납부) 당부를 했겠죠”라며 “근데 자발적인 참여를 한 거고, 우리 선원들이 육상근로자까지 만 명이 넘는데 강제로 했다면 몇 천명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발적이라면 후원금 납부가 101명이라는 집계는 어떻게 이뤄졌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하라고 알려줬으면 어느 회사에서 몇명했다 이럴 것 아니냐”며 “그렇게 된 걸 꺼다. 큰 회사 같은 경우엔 천명이나 되는데 다니면서 파악할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걸...”이라고 대답했다.

또 조종현 부회장은 후원자 명단이 남아있냐는 질문에 “없다. 명단이 있을 수 있나 명단이”라고 답변했고, 서 의원에게 후원금 납부사실을 알린 적은 있냐는 질문에는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병수 의원 측 “그런 일 없었던 것으로 기억”

서병수 부산시장(2009년 당시 국회의원) 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문의를 해 봤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순 없었다.

2009년 당시 서병수 의원실에서 세법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저도 기억이 안나고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한다”며 “그때 아무래도 (국회 기재)위원장이니까, 그때 그런 법안들을 들고 온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협회 측의 후원금 납부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는 “제가 아는 한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본지는 당시 회계 담당자 또는 지역구 사무실에 일했던 분들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서 연락처를 알려드리긴 힘들다”는 답변만 받았다.

본지는 또 협회 소속 101명이 2009년 실제 납부한 후원금 규모를 알기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를 했지만, 300만원 이하 소액 납부자들의 정보는 공개대상에 아니라는 이유로 확인할 수 없었다.

◇ 선관위 “대가성 인정되면 위법”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발생한 사안에 대해선 세부 조사 없이 당장 해석을 내놓기엔 힘들다는 입장이다. 다만 단체에서 소속기관에게 후원금을 독려하는 행위가 강제성이 없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가성 유무가 인정될 때는 위법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한전KDN사건의 경우도 회사가 조직적으로 직원들에게 기부하라고 독려한 부분은 강제성이 없기에 위법행위가 아니지만, 기부 과정에서 입법청탁을 했던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협회가 추진했던 소득세법 개정안은 기재위 소위에서 세제감면 관련 타 법률안과 더불어 일괄 부결됐다. 개정안은 현행 선원의 근로소득을 150만 원까지 비과세하고 있는 것을 300만원까지 늘리고 야간근로수당 비과세는 240만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허경욱 기재부 제1차관은 ▲해외 근로자들과의 과세불형평 문제 ▲고용창출 없이 고액연봉자들의 소득만 증대 ▲월급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급여체계 왜곡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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