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지역구가 위치한 부산은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최대 격돌지로 떠올랐다.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두 사람의 자존심 대결이자 내년 총선이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두 당대표 간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 예고됐다.

[시사위크|부산 영도·사상=소미연 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부산이 최대 격돌지로 떠오르고 있다. 총선을 진두지휘할 여야 당 대표의 지역구가 위치한 만큼 상징성이 크다. 공교롭게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여야를 대표하는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다. 때문에 두 당 대표의 총선 불출마 여부와 비례대표 방향 전환도 지역 내 주요 관심사다.

◇ 김무성, 영도구 재출마 확실시… 야당 바람 차단 선봉장으로 예약

김무성 대표는 출마를 확실히 했다. 5일 영도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측근도 “현재 총선 출마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오는 10월 발표될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비례 조정 결과다. 영도구는 단독 선거구 유지를 위한 인구하한선에 미달돼 통폐합 대상이다. 현재 서구와 통합 가능성이 얘기되고 있으나, 현지에선 영도구와 인접한 중구·동구와 통합을 희망하고 있다. 중구·동구는 새누리당 소속 정의화 국회의장의 지역구다.

따라서 이 측근은 “김무성 대표가 출마 의사를 밝힌 만큼 중도하차하기 보다는 공정하게 경선을 치를 것”이라면서 “우선은 헌법재판소의 조정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무성 대표가) 출마 당시 영도발전을 위해 헌신을 약속했다”면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역 예산 확보는 물론 지역 현안 해결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무성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 출마를 결심했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조정 결과에 따라 당내 경선도 참여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에 대한 민심은 극과 극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당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만큼 지역민들의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반대로 “중앙정치에 열중하느라 지역은 나몰라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영도에서 나고 자라 70년의 세월을 보낸 택시기사 정모 씨는 “김형오(전 국회의장)가 5선을 하는 동안 영도 발전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김무성 대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도 주민 김모 씨도 부산 민심의 변화를 전했다. 그는 “부산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들리는 얘기로는 여당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 투표장에 가면 맘이 달라질 수 있지만, 본래의 야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0년 당시 통일민주당,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을 통합하기 전만 해도 야당 도시로 불렸다. 현재는 부산 18곳 가운데 문재인(사상구) 대표와 조경태(사하구을) 의원의 지역구를 제외한 16곳이 모두 새누리당 의원이 차지한 만큼 여당 색채가 강한 지역으로 바뀌었다.

특히 제주, 호남 출신자들이 많아 야당 색채가 짙은 곳으로 알려진 영도구마저도 지난 2013년 4·24 재보선에선 김무성 대표에게 표를 몰아줬다. 당시 김무성 대표의 득표율은 65.72%였다. 여야 박빙의 승부를 펼쳐왔던 이전 선거와 달리 압도적 표차를 보인 것. 따라서 김무성 대표 측은 “야권세가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지지해주셨던 것은 인물론의 성과”라면서 내년 총선에서도 승리를 자신했다.

◇ 문재인, 사상구 불출마 번복 없어… 배재정vs장제원 경쟁구도 형성

김무성 대표가 영도구 출마로 가닥을 잡고 현재 총선 채비에 나선 것과 달리 문재인 대표는 지난 2·8전당대회에서 밝힌 대로 불출마를 굳혔다. 앞서 문재인 대표는 당 대표에 당선되면 ‘좋은 사람’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겠다고 선언했다. 전국 선거인만큼 지역구에 발목이 묶이기보단 더 많은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한 각오였다.

물론 일각에선 여전히 문재인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 텃밭에서 어렵게 얻은 의석인 만큼 지켜내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안철수 의원의 부산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역 내 의견이 분분하지만 끝내 문재인 대표의 선택은 ‘불출마’다. 6일 사상구 감전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측근은 “문재인 대표의 인품으로 봤을 때 불출마에 대한 번복은 없다”면서 “임기 마지막까지 지역 발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부산 사상구는 문재인 대표나 그의 후임자로 내정된 배재정 의원에게 어려운 선거임에는 분명하다. 선거 패배 시 문재인 대표로선 지역구 불출마 선언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컸고, 배재정 의원 역시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를 물려받는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았다.
실제 문재인 대표는 역대 사상구 의원들 가운데 손에 꼽힐 만큼 예산을 확보해왔다. 다만 활약상만큼 부각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 측근이 “다른 소속 기초단체장들에게 치적을 뺏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할 정도다. 하지만 ‘지역’ 만큼은 뺏길 수 없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표의 불출마로 사상구를 잃게 된다면 그 책임론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후임자는 사실상 배재정 비례대표 의원으로 내정됐다. 그는 지난 6월 사상구 주례동에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돌입했다. 배재정 의원에 대한 지역 내 반발은 우려했던 것과 달리 적었다. 문재인 대표만큼 파급력은 없지만 감전초, 주례여중, 부산 데레사여고, 부산대를 졸업해 지역 연고가 강한데다 부산일보 기자로 20년 가까이 활동한 경력으로 지역 사정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역이라는 점도 호감을 샀다. 인물평으로선 합격점인 셈. 문제는 인지도다. 문재인 대표 측도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배재정 의원의 측근은 지난 4일 주례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처음 지역에 왔을 때는 ‘배재정’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뛴 만큼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이 점차 좋아지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배재정 의원은 지역 내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 측근은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를 물려받는 만큼 부담이 적지 않다. 문재인 대표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자칫 ‘배재정’이 아닌 ‘문재인’의 선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라면서 “우선은 배재정 알리기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대진영에선 장제원 전 의원과 송숙희 사상구청장의 물밑경쟁이 예상된다. 15대부터 17대까지 사상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권철현 전 주일대사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으나, 18대 당선으로 조직을 물려받았던 장제원 전 의원이 현재까지 조직을 관리해왔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지역 정가에선 손수조 당협위원장이 전임인 장제원 전 의원으로부터 조직을 물려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손수조 당협위원장은 당내 경합에서도 밀린 모양새다. 지난 2월 결혼식을 올린 손수조 당협위원장은 임신으로 오는 12월 초 출산을 앞두고 있다. 본인은 총선 출마를 계획하고 있으나, 지역에선 다소 비관적이다. 지역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았던 손수조(당협위원장)가 임신으로 배가 불러오면서 행보가 뜸해졌다”고 귀띔했다.

관건은 송숙희 사상구청장의 행보다. 그는 구의원과 시의원을 각각 두 번 지낸 현역 청장으로 조직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총선 출마를 위해 청장직을 던지기엔 부담도 적지 않다. 현역 단체장의 출마는 감점 요인인데다 여성우선공천제마저 없어지면서 득보다 실이 많은 경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따라서 배재정 의원의 상대는 장제원 전 의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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