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종로구 명륜동으로 이사했다. 공식 출마선언 전이지만 그의 이사 소식은 사실상 출마 결심으로 해석됐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내년 총선 출마 준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출마지역은 서울 종로구다. 같은 지역에서 3선을 지낸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협상 중인만큼 그간 말을 아껴왔지만, 사실상 협상이 결렬되면서 독자 행보에 나섰다. 양보는 없다. 종로 출마에 대한 그의 의지는 지난 10일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다. 이날 오세훈 전 시장은 광진구 자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종로구 명륜동의 아남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새 거처는 그의 세련된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18여 년 전 완공된 저층 아파트로, 세월의 흔적만큼 외관은 다소 낡았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마친 터라 내부는 깔끔하다는 평이다. 현 전세가 8억원대. 오세훈 전 시장은 이 아파트에서 가장 큰 평수인 72평에 자리를 잡았다. 자양동 아파트가 50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리어 넓은 집으로 옮긴 셈이다.

◇ ‘관망’ 명륜동 이웃들 “오세훈 알아갈 시간 필요”

물품은 이사 이튿날인 11일 오후에도 옮겨졌다. 아파트를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어제 늦은 오후부터 이삿짐이 들어왔다. 짐이 많다. 오늘도 짐이 들어갔는데, 전화며 전기며 정리하느라 바쁜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집정리에 분주한 사이 그를 새 이웃으로 맞게 된 명륜동 주민들의 탐색전은 이미 시작됐다.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한 말은 아끼면서도 시선은 오세훈 전 시장을 향했다.

실제 기자가 만난 다수의 명륜동 주민들은 오세훈 전 시장의 이사를 사실상 내년 총선에서 종로구 출마로 확신했으나, 이렇다 할 평가는 하지 않았다. 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박진 전 의원이 사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오세훈 전 시장이 우세하다고 볼 수도 없다”는 냉정한 해석을 바탕으로 “(오세훈 전 시장의) 얼굴도 아직 못 봤다. 이제 막 이사를 왔으니,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말했다. 60대 여성 B씨도 “박진 전 의원이 이곳(창경궁 뜰 아남 102동)에서 2년 넘게 살았다.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자주 찾아온다. 지금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해 뭐라 말하기엔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한발 물러선 모습이지만 명륜동 주민들의 화두는 단연 오세훈 전 시장의 행보다. 그의 이사 소식도 며칠 전부터 암암리에 퍼졌다. 이른바 ‘오세훈 브랜드’ 효과다. 때문에 오세훈 전 시장의 지지율 상승을 점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C씨는 “서울시장을 지낸 사람아닌가.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만큼 지지율은 잘 나올 것”이라면서 “그 정도 외모면 꽃미남이다. 아줌마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세훈 전 시장의 본격적인 선거운동은 내달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 4월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에 임용된 그는 올해까지만 강의를 하고, 학기가 끝나면 종로구에 사무실을 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은 북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오는 24일 ‘매력 있는 나라, 존경 받는 나라’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등과 함께 대담을 갖는다.

이와 관련, 오세훈 전 시장은 “박진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와 별개로 오래전부터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박진 전 의원은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종로 출마를 공식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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