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당내 갈등 해소를 위해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에게 ‘선당후사’를 강조하며 “두 사람이 직접 만나 담판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걱정이 많다.”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혁신전대’를 둘러싼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평행선에 긴 한숨으로 복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당무 거부 및 소위 비주류들의 집단 움직임에 대해선 ‘입’마저 닫았다. 생각은 길었고, 답변은 짧았다. 정계입문 20년차 5선의 고참 의원도 계속된 당내 갈등에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해법은 있었다. 정세균 의원은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에게 ‘선당후사’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두 사람이 직접 만나 “담판을 져야 한다”는 게 정세균 의원의 생각이다. 2000년 이후 민주당계 역사에서 2년의 당 대표 임기를 모두 채운 것으로 유일한 그는 과거 대표 시절에 위기를 겪을 때마다 ‘선당후사’와 ‘통합’을 다시금 떠올렸다. <시사위크>와 7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같은 대답이 나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 내년 총선 전망이 나쁘다. 한때 80석으로 얘기되던 의석수가 지금은 60석으로 더 떨어졌다.
“분열만 하지 않으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 지금 당내 상황이 분열로 치닫고 있는 게 아닌가.
“분열이 안 되게 더 노력해야 하다.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다. 이보다 더 못한 정부는 보지 못했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갈라서지 않으면 된다.”

- 하지만 안철수 의원이 장고에 들어가면서 탈당까지 전망되고 있지 않나.
“탈당 명분이 약하다. 탈당은 바보 같은 행동이다.”

-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혁신전대’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겠나.
“혁신전대 하자는 것은, 문재인 대표에게 사퇴하라는 얘기 아닌가. 지금 전대를 하게 된다면, 전체가 하나가 될 수 있는 통합전대여야 한다. 1대 1 구도를 만들기 위한 전대는 소모전이 될 수밖에 없다. A를 B로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겠나. 우리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때다. 야권의 단일화 여부가 중요하다.”

- 문재인 대표가 결국 사퇴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사퇴할 명분이 없다. 전당대회에서 당선돼 당을 운영하는 대표다.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를) 그만두라고 해서 사퇴할 수는 없지 않나.”

- 당 대표를 3번 역임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할 방법이 없겠나.
“선당후사가 답이다. 지금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공중전 때문에 야당 지지자들이 화가 나 있지 않나. 두 사람이 직접 만나서 담판을 져야 한다. 왜 언론을 통해서 의견을 교환하며 시간을 끌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 만나서 합의가 안 되면 내일 만나고, 내일 합의가 안 되면 모레 만나는 그런 노력들을 이어가야지 계속 공중전만 하면 안 된다.”

- 문재인 대표가 전임 대표들에게 자문을 구하진 않나.
“(문재인 대표가) 바쁜 것 같다. (웃음)”

▲ 정세균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와 안철수 의원의 탈당에 대해 “명분이 약하다”고 판단한 뒤 “지금 전대를 하게 된다면, 전체가 하나가 될 수 있는 통합전대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 문재인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법 한데.
“글쎄. 지금 너무 많이 꼬여 있다. ‘문·안·박’이 패착이었다. 안 되는 건 처음부터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었다.”

- 당초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 아니었나.
“그랬다. 저질러진 일이니까. 사실 (‘문·안·박’ 연대는)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담판을 내서 ‘짠’하고 발표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지자들에게 기대를 심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이상하게 돼버렸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선당후사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갈등은 수도권 민심에 큰 타격을 줄 것 같다.
“그렇다. 정당 지지도 (새누리당과) 차이가 많이 나니까 상황이 좋진 않다.”

- ‘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가 지역구다. 민심이 어떤가.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서울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나. 당이 좀 잘해야 하는데…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의 경쟁이 부담스럽진 않나.
“괜찮다. 다만, 종로가 수도권 민심 향배를 가르는 기점 지역이라는 점에서 어깨가 무겁다.”

- 총선 승리를 위한 필승전략이 있는가.
“내년 1월13일까지 의정보고회 100회를 돌파할 계획이다. 오늘까지 79회를 진행했는데, 그간 지역민들의 생활 터전으로 직접 들어가 민원을 청취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노력해왔다. 정성을 쏟은 만큼 성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개인 경쟁력은 4년 전보다 강해졌다. 처음 종로에 왔을 땐 힘들었는데, 선거 당시에도 그렇고 이후에도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해왔다. 원래 정치는 부지런한 놈을 감당하지 못한다. (웃음)” 

▲ 정세균 의원은 법인세 납부의무 법인을 대상으로 과세표준 1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를 청년세로 부과하자는 내용의 ‘청년세법’ 제정안을 발의하며 청년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사진=소미연 기자>

- 더불어 청년 문제에 대한 해법찾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일환으로 ‘청년세법’ 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른바 ‘청년세’라는 목적세를 신설, 법인세 납부의무 법인을 대상으로 과세표준 1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를 청년세로 부과하자는 내용이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청년 일자리 등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쓰자는 제안이다.”

- 박근혜 정부의 청년희망펀드,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어떻게 다른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청년희망펀드는 당초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을 기대하지 않았나. 기업의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기업들에게 손을 벌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금액면에서도 너무 적은데다 지속가능성이 없다. 코끼리 비스킷과 같다. 지금까지 1000억원 가까이 조성됐다는데,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레임덕이 오면 어느 누가 성금을 더 내려 하겠나. 서울시에서 말한 청년수당의 경우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물론 청년희망펀드와 청년수당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겠나. 청년세는 금액 규모나 지속면에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정작 기업에서 반대하면 실효성이 없는 게 아닌가.
“어느 누가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데 찬성하겠나. 다만 정치권에서 합의를 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면 기업도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불평등을 해소하고,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가진 자들이 좀 더 부담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그런 분위기를 기업에서도 감안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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