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486 기득권이 지지층 분열의 원인”
“정치공학적 통합은 도로 새정연, 비전 없는 연대 안할 것”

▲ 김민석 민주당 의장은 창당 배경에 대해 "민주당의 가치와 역사, 자존심을 지키자고 시작한 게 지금의 민주당"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새천년민주당의 창당 주역인 김민석 전 의원이 ‘민주당’의 이름을 걸고 다시 돌아왔다. “‘민주’라는 이름에 무한애정과 무한책임을 느낀다”는 김민석 전 의원은 무너진 야권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혁신’이 아니라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권은 이제 혁명만이 남아 있다. 혁신으로는 안 된다. 이미 야당의 쓰나미가 시작된 상황이다.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가 아침 일기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썼는데, 그날 혁명이 일어났다. 혁명은 그렇게 일어난다. 지금이 혁명의 시기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또 절박하지 못하면, 현재 야권의 기득권 세력은 총선에서 다 쓸려 내려간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어설픈 ‘봉합’ 보다는 ‘투쟁’을 선택했다. 친노 기득권 세력을 깨고 재창조를 하지 못하는 한, 열린우리당 시절 야권패망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게 김 전 의원의 주장이다.

아울러 김 전 의원은 현 야당의 기득권 세력인 친노·486세대가 ‘민주’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과거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주역들이 다시 ‘민주’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언어도단’이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는 “내 정치복귀는 둘째 문제다. 민주당을 세우는 게 내 숙명이고 소명이다. 당명 가지고 장사를 하려 한다는 말들을 하는데 절대로 우리는 특정 세력과 거래하지 않을 것이고, 비전과 노선만 가지고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위크>에서는 오랜 공백기간 끝에 돌아온 김민석 전 의원과의 대담을 통해 현 야권의 문제점과 미래방향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486 정치인의 선두주자로서 그가 현 야권에 느끼는 책임감과 비애를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민주당을 창당한 시기와 창당이유가 궁금하다.

▲ 특히 김민석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의 당명 사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기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의 창당 주역인 친노486 세력이 다시 '민주'를 외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출범할 때 민주당 간판이 없어졌다. 그래서 강신성 대표를 비롯해 평당원들이 모여 창당했고 1년 반 정도 됐다. 내가 민주당과 함께 한 것은 10월 중순 경이니 두 달 정도 됐다. 창당이유는 참 소박하고 순수하다. 민주당을 지키자는 거다. 당시 제1야당(열린우리당)이 안철수 의원과 결합해 새정치연합이 되면서 약칭에도 민주가 빠지게 된 것이 계기다.

김대중 대통령 정계에 복귀했을 때 '민주당'을 이미 선점한 곳이 있어 불가피하게 국민회의라는 명칭을 사용해 '민주'라는 단어가 빠지게 됐다. 그 이후 약칭에서 '민주당'을 뺀 것은 딱 두 번 있다. 열린우리당과 새정치연합이다. 열린우리당은 새정치민주당을 깨고 만들어졌는데 바로 야권의 암흑기에 접어들게 됐다. 이후 끊임없이 회복 과정이 있었는데 새정치연합이 되면서 다시 붕괴됐다.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민주당의 가치와 역사, 자존심을 지키자고 시작한 게 지금의 민주당이다.”

- 창당계기를 들어보면 현재 야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민주’라는 이름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렇다. 이름이라는 것은 절대 간단한 것이 아니다. 논어에 ‘정명에서 모든 것이 시작한다’고 나온다. 이름이 곧 정체성인데, 새정치연합 창당과정에서 ‘민주’라는 이름이 선거의 필요 때문에 씹던 껌처럼 버려졌다. 정체성에 대한 굉장한 무감각이다. 또한 한국정치에서 당명을 마구 바꾸는 것이야말로 대표적인 구태정치다. 그래서 나는 새정치연합이 반드시 문을 닫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왔고, 그 결과 새정연이 문을 닫았다.”

- 그렇다면 문재인 대표가 역할을 잘 못하고 있다는 판단인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하고 있다고 보는가.

“문재인 대표는 첫째 절박함이 없다. 진짜 절박한 당 대표라면 현재 당의 분란을 절대 이런 식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두번째는 무능하다. 유능한 당 대표라면, 당명개정 논란 역시 이런 식으로 가져오지 않는다.

문재인 대표가 절박하지 못하고 유능하지 못하다 보니 대여투쟁에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고 내부통합에도 실패했다. 그래서 결국은 패망했던 열린우리당으로, 다시 친노의 수장으로 가고 있는 거다. 안타깝다.”

- 문재인 대표가 친노세력의 영향으로 실정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가.

“현 야당의 문제를 친노-비노 문제로 보진 않는다. 근본적으로 당원주권의 원칙을 세우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본다. 쉽게 말하면 당원들이 당 대표를 뽑지 않고 모바일이나 국민여론조사 등의 방법을 써 정치를 해선 안 된다. 근본적으로 정통성의 한계가 있다.

야당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당정치가 당원주권 확립이 안 되면 정당정치는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나는 2002년 대선 당시 국민경선을 만든 장본인이다. 그 때는 김대중의 카리스마에 야당이 존재했지, 당원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확립이 안 돼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정상적이라면 당원이 살려야 했으나 그 때는 사정이 안 됐다. 어쩔 수 없이 국민의 힘을 빌려 5대 5방식의 경선을 했는데 그건 편법이다.

이제는 권리당원과 진성당원 등 당비를 내는 당원도 많아졌고 당원들의 의식이 성숙해졌다. 당원들이 대표도 뽑고 대통령도 뽑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도 노사모, SNS, 안심번호 등 끊임없이 외부세력개입 논란을 불러왔다. 이런 식으로 뽑힌 대표는 분란을 가져온다. 모든 당의 혁신은 당원주권을 확립하는데서 시작한다.”

- 그렇다면 문재인 대표는 정통성 없는 대표냐.

“물론 당시에 당 대표를 선출한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과정 자체가 민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저는 그 당시에 전당대회 참석한 사람도 아니지만, 룰을 바꾸는 과정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 경선 직전에 룰을 바꾸는 그런 행태 때문에 정당성에 하자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현재 보이는 모습으로 야당의 대선후보가 되거나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는 "새누리당과 신당바람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특히 야권의 패배는 "분열때문이 아니라 신당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강조, 기존 야권과의 연대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호남의원들을 중심으로 신당창당 준비가 한창이다. 최근 정동영 전 고문을 만났다고 들었다.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가.

“박주선 의원의 상가에서 잠시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 안부하고 한번 보자고 하고, 통화하고 이야기 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깊이 아는 것은 아니다. 깊이 알 정도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상가에서 잠시 말한 정도라 잘 모르고 언론을 통해 알고 있는 정도다.”

- 정동영 고문도 열린우리당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책임이 상당히 있는 사람이 아니냐.

“그렇게 말하면, 저를 포함해 야권의 어려움에 대해 책임이 없는 사람은 없다. 저 또한 어떤 의미에서 책임감을 깊이 느끼고 있다. 다만 정동영 고문의 경우, 노선 등과는 별도로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는 좋게 본다. 대선후보에서 떨어진 이후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장으로 나가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한 점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점은 젊은 현역정치인들보다 훨씬 낫다고 본다.”

- 야권이 문제가 있긴 하지만, 분열해서는 총선이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3지대 통합이야기도 나오는데 통합가능성은 있는가.

“정치공학적인 짝짓기 통합보다 중요한 것은 야권 바로세우기다. 신당들의 중심과 노선이 명확치 않는데, 붙여놓고 대통합 하면 무슨 의미가 있냐. 갈라지기 전 새정치연합에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문제가 있어 찢어졌는데 다시 붙여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본질적인 변화, 중심세력이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국민이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새로운 인물을 이야기하지만, 새로운 인물로만 구성돼 있는 신당을 만든다는 것은 이미 가능하지 않다. 안철수 의원이나 천정배 의원도 구성원을 보면 새롭지 않은 사람이 많다. 물론 가급적 신인을 영입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되 주도세력이 비전과 노선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 입장에서 안타까운 것은 야권 지지층의 두 축인 호남과 개혁세력을 융합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두 지지층이 통합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

“김대중 대통령 당시 두 축이 통합 됐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을 창출하기도 했는데, 그 지지기반을 깬 게 열린우리당이다. 이후 10년간 봉합을 했는데 결국 깨진 상황이다. 그래서 이제는 봉합이 아니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중심층이 생겨나야 한다.

야당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대여 투쟁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부투쟁도 하는 두 전선이다. 지금까지 그걸 안하고 억지로 봉합만 해온 거다. 그것이 실패했으니 이제는 싸워야 한다. 봉합하는 것은 구 새정치연합을 다시 모으자는 것인데, 그러면 결과적으로 패배한다. 그래서 힘들지만 지금은 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미래가 없다.”

- 바꿔야 할 야권의 핵심 주도세력은 문재인·안철수 의원을 말하는 것인가.

▲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 새천년민주당 창당작업을 주도한 김 의장은 현 야권의 문제에 대해 책임감과 비애를 동시에 느끼는 듯 했다. 그는 "저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원죄가 있다고 해서 현재 문제를 도외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을 주류 기득권 세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친노와 486핵심이 기득권 세력이라고 봐야한다. 지난 10년 열린우리당이 야권의 기반을 쪼개고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 그 이후의 야당사는 열린우리당의 상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역사였는데, 새정연이 다시 열우당 체제로 간 것이다. (안철수 의원 탈당으로) 문재인 지도부만 남아있는데 사실상 완벽하게 제2의 열우당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라는 의미의 ‘친노’라는 이름을 더럽히고 있는 것이고, 민주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기득권화 된 친노와 486의 대각성이 없으면 국민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선거연대 등 정치공학을 해도 마지막에 친노 486을 후보로 내놓으면 떨어질 것이다. 어떤 방식이라고 해도 그렇다. 야당은 이제 혁명뿐이 남은 게 없다.”

- 486을 기득권이라고 말했는데, 운동권 출신으로 정치권에 처음 입문한 사람도 김민석 전 의원 아닌가.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

“저도 책임이 있다. 다만 내가 말하는 486기득권은 열우당 10년 동안 정치 중심에서 끌어왔던 세력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제가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죄가 있다고 해서 현재 문제를 도외시 할 수는 없다.

침묵하는 순간 죽은 것이라고 본다.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동료 후배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 만약 저도 그 안에 있었다면 그렇게 됐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것을 비판하지 않을 수는 없다. 현재 중심에 있는 친노 486기득권 세력이 한 마디도 안 하는 것은 부끄러운 거다.

안철수 의원이 낡은 진보라고 말 하는데도 왜 한마디도 못하냐. 왜 지역구 가서 살기위해 뛰느냐. 이건 부끄러운 것이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혁명의 시기에 지역구 판다고 국민들은 절대 살려주지 않는다.”

- 혁명을 이야기 했는데, 누가 혁명의 주체세력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자기혁명을 하는 것이 좋고, 외부에 중심세력이 명확해 기존질서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다음이다. 최악은 민초들이 분노해서 휩쓸어버리는 경우인데, 그것은 뒤에 새로운 질서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미 새정연은 자기혁명에 실패했고, 남은 것은 외부혁명이다. 구 새정연을 대체해야 한다는 대안세력들이 있다. 다만 민주당 포함해서 안철수, 박주선, 박준영, 천정배가 성공적인 비전이 있는 혁명세력이 될 것이냐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비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제가 전국을 돌아다녀보고 내린 결론은 다음 수도권 총선 결과는 명료하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이 압승하거나 신당바람이 불 것이다. 국민들은 제1야당은 안 된다고 이미 판단을 내렸다. 지난 재보궐 선거결과가 딱 그렇다. 국정교과서가 최고조가 달했는데, (제 1야당이) 아니라고 보니까 투표에 참여안한 것이다.

그래서 제1야당은 무조건 지게 돼 있다. 만약 국민들이 보기에 대안세력이 깜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야당은 다 지는 것이다. 대안세력들이 분열해서 지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못 일으켜서 지는 것이다. 지금은 바람을 일으킬 그 가능성을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 싸움이다.”

▲ 현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김 의장은 자기혁명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외부중심세력에 의한 혁명을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어설픈 봉합보다는 투쟁을 선택했다.
-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새만금 신경제 수도론을 제창하고 있는데.

“저와 민주당이 생각하는 비전이 있다. 저성장 국면의 대안으로서 한국판 뉴노멀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최경환식 경제나 새누리당의 성장론은 실패했다. 새정연이나 문재인 대표의 소득주도성장도 답이 아니라고 본다. 

안철수 의원이나 정운찬 전 총리의 공정성장론이나 동반성장론은 좋은 이야기지만 충분하지 못하다. 라가르드 IMF총재가 얘기했듯이 내년에는 세계경제에 엄청난 난국이 온다. 그에 대비한 새로운 전략이 나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여당은 물론 기존 야당의 대안이 너무 나이브(느슨)하다. 한국판 뉴노멀체제는 이를 해결할 저비용사회 전략이다.

새만금 신경제수도는 대한민국 경제와 나아가 호남경제의 새로운 부흥을 이끌 전략이다. 현 정권의 창조경제 실패의 원인은 현실적인 전략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창조경제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장이 필요하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 새만금이다.

한중일FTA와 서해안시대에 맞물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새만금은 싱가폴과 같이 규제제로의 신경제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추진주체를 만들어 대통령 직속 기구로 두고, 특별법을 통해 경제규제는 줄이고 사회적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전국 이익공유제 등의 원칙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스위덴식 정치개혁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대우를 중산층 수준으로 낮추고 보좌관을 축소해야 한다. 특히 직능 전문가인 비례대표는 그만큼 보좌관을 더 줄여야 한다. 재보궐 선거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2위 승계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있다. 또한 남북관계나 복지향상을 위해서도 연정은 해야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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