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최근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선거사무소를 잇따라 참석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나타내면서도 “1기 내각 시절 함께 한 장관들인데 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1년여 만에 다시 만난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여유가 넘쳤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H교회에서 만날 때만 해도 “말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그는 이제 기자의 난처한 질문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농담으로 답을 대신했다. 여전히 정치에는 거리를 뒀으나, 공교롭게도 기자와 만난 장소는 서울 서초갑에 출사표를 던진 조윤선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였다. 정홍원 전 총리는 3일 조윤선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 총선 출마설, 변호사 사무실 개업 부인 “돈까지 추구하면 안 돼”

사실 정홍원 전 총리는 최근 눈에 띄는 행보가 많았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종섭 전 안전행정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등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윤상직 전 장관의 경우 후원회장까지 맡았다. 정치적 행보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정홍원 전 총리는 “1기 내각 시절 함께 한 장관들에 대한 의리 차원”이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부담이 적지 않지만 “(개소식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경이다.

▲ 정홍원 전 총리는 “정치보다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면서 봉사활동을 강조했다. 이미 지난해 6월부터 노숙자들의 무료 급식 배식 봉사에 나선 그는 향후 관련 단체 설립을 위한 구상도 하고 있다. <사진=소미연 기자>
자신의 출마설에 대해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정홍원 전 총리는 “(기자들이) 쓸거리가 없다보니 말을 잘 만들어낸 것 같다”면서 “정치보다는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바로 봉사활동이다. 1년여 전 기자와 만났을 당시에도 같은 대답을 내놨던 그는 현재 봉사활동 관련 단체 설립을 위한 구상과 계획을 준비 중이다.

한때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이는 사실무근이다. 서초동의 개인 사무실의 용도는 변호사 개업과 무관하다는 것. 정홍원 전 총리는 “공직자로 명예를 얻은 사람이 돈까지 추구하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본인의 소신처럼 로펌 취업이나 변호사 개업에 대한 계획은 없다. 앞서 정홍원 전 총리는 1972년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검찰청 감찰부장, 광주지검장, 부산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홍원 전 총리의 청렴한 성품은 익히 알려져 있다. ‘1억원 패러디’가 그 증거다. 바통을 넘겼던 이완구 전 총리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면서 사퇴론이 불거지자 정홍원 전 총리의 다급한 사정이 패러디에 담겼다. “누가 빨리 1억만 줘라. 이러다 또 총리하게 생겼다”는 문구가 웃음의 포인트다. 워낙 화제성이 강해 정홍원 전 총리도 해당 패러디를 접하고 웃었다. 당시 그는 기자에게 “국민들이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패러디물로 인해)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고 위안을 얻는다면 저로선 기쁜 일이고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 노숙자 무료 급식 배식 봉사 10개월째 “사회운동으로 확산돼야”

봉사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 산마루교회에서 진행하는 노숙자들의 무료 급식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배식을 돕고 있다. 이에 대해 정홍원 전 총리는 “나라가 깨끗하고, 따뜻해져야 대한민국이 업그레이드될 것 같다”면서 “봉사와 관련된 사회운동이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하지만 자신의 봉사활동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선 조심스러웠다. 전시성 이벤트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홍원 전 총리는 현장 취재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인물이 못 생겨서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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