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서문시장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새누리당의 현수막. 이곳의 민심을 짐작케 한다. <사진=정계성 기자>
[시사위크|대구=정계성 기자] 대구 서문시장은 조선 중기부터 형성된 유서 깊은 시장이다. 지금도 대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설 시장으로 4천여 개의 점포와 5천여 명의 상인들을 포함해 일일 유동인구만 만 명 단위가 넘는다.

대구의 역사적·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서문시장이지만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여주는 대구 가운데서도, 무한사랑을 직접 표현해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지역정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고뇌의 순간마다 이곳을 찾아 ‘힐링’을 받는다고 평가할 정도다. 실제 서문시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현수막은 ‘대통령님 억수로 사랑합니데이’라는 메시지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지역구 의원들을 배제한 채 자신의 측근들만 데리고 이곳을 방문하자, ‘대구 현역의원 물갈이설’이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랬던 대구가 현재는 지역정가 뿐 아니라 중앙정치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다.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은 없다. 수성갑에서는 더민주의 김부겸 후보의 지지세가 무섭고, 북구을에 무소속 홍의락 후보도 선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구의 유승민 의원과 류성걸 의원 등 무소속 후보들이 박 대통령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의 중심으로 한 권력지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궁금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아성으로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 바닥민심은 어떨까. <시사위크>가 1일 대구 중구 대신동에 위치한 서문시장을 찾아 민심을 살펴봤다.

◇ “새누리당이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이다. 박근혜가 이겨야지”

분명하게 느껴지는 민심은 박 대통령에 대한 강고한 지지였다. 특히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점포를 운영했던 장년층 상인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여론이 강했다. 14년 동안 서문시장에서 남성복 판매를 해왔다는 조모 씨(66)는 “누구 때문에 우리가 이만큼 먹고 사는데예, 옛날 지게들고 나무할 때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 아입니꺼”라고 말을 시작했다.

▲ 대구의 역사적·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서문시장이지만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여주는 대구 가운데서도, 무한사랑을 직접 표현해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청년세대는 이해하기 어려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깊은 향수도 느껴졌다. “맞잖아요. 아버지부터 얼마나 잘 했심니꺼. 지금 대통령도 열심히 하는데 국회가 차암 뭐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카던데. 우리라도 도와줘야지.”

잠화점을 운영 중인 손모 씨(72)는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함께 현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보이기도 했다. 손씨는 “내 맴 같아서는 박근혜가 한 번 더 (대통령) 했으면 좋겠데이. 국회 싹 바꿔뿌고. 만날 싸움만 하는 국회가 뭐 필요하노. 세금만 축내제”라며 정치권에 화살을 돌렸다.

시장 한 가운데서 순대와 삼각만두 등 분식점을 운영하는 아주머니는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 당시를 회상하며 이 지역의 전반적인 민심을 전하기도 했다.

“(작년 방문 당시) 대통령이 바로 제 앞에 길로 지나갔지요. 대통령 보겠다고 아침부터 상인들이랑 사람들이 어찌나 몰리던지 장사는 다 접었지예. 그래도 좋다고 얼마나 난리였는지. 못해도 1만 명 이상 왔지 아마, 여기가 꽉 찼으니까. 한 번 찾아보이소. 여서 대통령 욕하는 사람 없을기야.” 

◇ 유승민은?

▲ 유승민 의원에 대한 민심은 혼란스러웠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유승민 의원을 향한 애정도 만만치 않았다. "싸우면 우야노"라는 한 시민의 말에서 안타까움이 묻어 났다. <1일 대구 공항시장 앞 류성걸 의원의 찬조연설 후 지지자들과 악수하는 유승민 의원의 모습>
실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유승민 의원에 대한 평가를 물어봤다. 유승민 의원은 ‘진박’ 후보들과 경쟁을 벌이는 권은희·류성걸 의원을 지원하며, 사실상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터다.

박 대통령에 대한 ‘무한사랑’을 표했던 장년층은 ‘배신’을 언급했다. “누구 때문에 지금 정치하고 이만큼 컸는데, 사람이 그카믄 안된다카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나 유 의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여론도 많았다. “동구쪽으로 함 가보이소. 거기 유승민 인기 좋다카던데. 새누리당 후보가 나왔어도 이겼을 거라 하데요.” 모자점포를 운영하는 김모 씨(55세)의 말이다. 또한 김씨는 젊은 고객들이 많은 만큼, 청년층에서는 박 대통령 보다 유 의원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말도 전했다.

마침 동구에 거주한다는 한 상인을 만나 지역의 바닥민심의 한 자락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많이들 혼란스러워 합니데이. 대통령을 당연히 지지하지만, 유승민이도 좋다는 기지. 같이 잘 했으면 좋을건데 죽자고 싸우면 우야노. 대통령도 너무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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