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36돌을 맞으면서 호남 민심을 다지려는 야권 잠룡들의 수싸움도 치열해졌다. <시사위크=은진 기자>

 [시사위크|광주=은진 기자] “미워도 어쩔 수가 없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동시에 광주를 찾은 18일, 이들을 지켜보는 광주시민들의 마음에 애증이 교차했다.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호남 민심을 얻으려는 절박함으로 양당의 잠룡이 적극적인 ‘호남 구애’에 나섰지만, 광주 시민들은 “이렇다 할 선택지가 없는데 정권 교체는 해야겠고…”라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 전야제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 전야제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를 향한 민심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두 사람에게 음료를 건네거나 사진을 부탁하는 시민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문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눴던 한 시민이 기자에게 “좋아서 (악수를) 해준 것 같으냐”며 반문하자 같은 자리에 있던 또 다른 시민이 “지지자도 아닌데 악수는 왜 했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른바 ‘호남 홀대론’이었다. 이날 5·18 기념식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문재인이 자꾸 광주에 와봤자 다 소용없다”며 “우리(호남)도 자존심이 있지. 또 무시당할 일 있나”라고 덧붙였다.

참여정부에 대한 애증이 그대로 이어진 탓도 컸다. 광주 시민 이씨(56)는 “노무현 때 ‘부산 정권’, ‘대연정’ 소리를 들으면서도 문재인을 90% 넘게 지지했던 게 우리 호남”이라면서 “우리가 해준 만큼 뭘 얻었느냐. 퍼주기만 했지”라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전날 전야제 행사 도중 “정계 은퇴 약속을 지켜달라”는 한 시민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 전야제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뉴시스>
호남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대표를 대하는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금남로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난 안철수를 좋아했던 사람이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그런데 저번 대선에서 안철수가 흐지부지 하는 바람에 정권 교체에 실패했다. 문재인을 밀어줄 거였으면 제대로 했어야지”라고 이어 말했다. 국민의당 일각에서 제기된 ‘새누리당과의 연정론’도 호남 민심이 돌아선 계기로 작용했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했었다는 또 다른 시민은 “지금 새누리당하고 연정 소리 나오는 것 보면 기가 찬다”고 일갈했다.

“광주에서 원하는 대통령 감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광주 시민은 한결같이 ‘호남 정신’을 강조했다. “광주의 한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하나도 없다”고 한탄한 정씨(74)는 “호남 적통이 아닌 정치인이 어떻게 광주를 이해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 시민은 “경상도 사람이 ‘호남의 사위’ 운운하는 것이 싫다”며 안철수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자신을 건설현장 노동자라고 소개한 박씨(64)는 “양주만 먹던 사람들이 막걸리 민심을 알겠냐”며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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