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재계 순위 5위 롯데그룹이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를 받으면서 위기에 놓였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수상한 자금’을 포착했다. 출처 불명의 뭉칫돈이 수년간 오너 일가에 흘러간 단서가 잡힌 것이다. 돈의 출처는 물론, 그 사용처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300억’…어떻게 드러났나

14일 롯데그룹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회사로부터 매년 3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돈이 오너 일가의 비자금으로 파악하고 관련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진 건 지난 10일 진행된 검찰의 압수수색을 통해서다. 이날 검찰은 소공동 본사건물 33층 비서실 내 ‘비밀공간’에서 총수 일가의 금전출납 등이 기록된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

압수수색 다음날인 14일에는 신 총괄회장 부자 ‘금고지기 2인방’으로 알려진 이 아무개 전무와 류 아무개 전무 등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이들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매년 100여억원, 신동빈 회장이 200억원 가량을 각 계열사들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배당과 급여로 받은 돈”이라며 비자금 관련설을 부인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은 각각 61억원(배당 20억원, 급여 41억원), 212억원(배당 154억원, 급여 58억원)을 롯데 계열사로부터 받았다. 자금 담당자의 진술과 얼추 맞는 액수다.

신 총괄회장이 받은 돈 중 공시 되지 않은 40여억원에 대해 롯데 측은 “공시를 하지 않은 비상장 계열사로부터 받은 돈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롯데 측의 이 같은 설명에도 검찰은 신 총괄회장 부자가 회사로부터 받은 금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들어 자금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주력하는 상황이다.

◇ ‘300억’…어디서 왔나

검찰이 가장 주목하는 건 돈의 출처다. 검찰은 롯데가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 등을 통해 얻은 부당이득을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현재 롯데 계열사 중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곳은 롯데정보통신이다. 이 회사는 롯데마트나 롯데백화점 등과 거래한 카드결제 대행업체들에 자사가 개발한 카드결제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해 수십억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다.

롯데정보통신은 검찰의 1차 압수수색에 이어 14일 이뤄진 2차 압수수색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이 같은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롯데알미늄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현금인출기 운영 사업을 하는 롯데PS넷이 제조사로부터 현금인출기를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롯데알미늄을 통해 간접 구매하는 일명 ‘계열사 끼워넣기’ 수법으로 이 회사를 부당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검찰은 ‘고가매입’ 의혹을 받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오산땅 등 부동산거래를 통해서도 자금이 마련됐을 것으로 파악하고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 ‘300억’…어디에 쓰였나

관심은 돈의 용처에 쏠리고 있다.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느냐에 따라 검찰 수사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금 규모면에서 정·관계 로비나 각종 특혜 제공 등에 사용됐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검찰이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오너 일가 비자금 일부가 건축 허가를 위한 로비용으로 쓰인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는 성남공항 이착륙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공군의 반대 의견에 따라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급물살을 타게 됐는데, 이를 두고 정·재계 안팎에서는 “지난 정부에 대한 롯데의 전방위 로비 결과”라는 말이 돌았다.

또 검찰이 수사 중인 비자금 조성 시기와 관련해 “최소 10년전 부터”란 말이 나오는데, 제2롯데월드 사업이 탄력을 받던 때와 겹치는 상황이다.

재계 순위 5위 롯데를 향한 검찰의 칼끝이 지난 정부 인사들을 향할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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