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진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20년 경력의 ‘국회 전문가’다. 그런 그도 처음 국민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에 임명됐을 땐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현수 기자>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민의당 김명진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바쁘다. 인터뷰 중에도 그의 전화는 쉬지 않고 울렸다. 국회 본관에서만 삼시세끼를 때운 날도 허다하다.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된 요즘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는 얼마 전 생일날 독특한 선물을 받았다. 사무실에서 수건을 덮고 자는 날이 많은 그에게 직원들이 이불을 선물했다.

그는 원내대표 비서실장만 네 번을 한 ‘국회 전문가’다. 전병헌 전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 특보를 했던 것까지 합하면 원내대표 보좌는 다섯 번째인 셈이다. 김 실장은 “기네스북 감”이라며 웃었다. 그중 세 번을 박지원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있었다. 박 원내대표와는 인연이 오래됐다. 1997년 대선 당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실 특보를 맡고 있던 박 원내대표를 도와 특보단 간사에 있었던 게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박 원내대표와 ‘질긴’ 정치적 인연을 맺었다.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시작해 ‘그림자 정치’만 20년을 해왔다. 더 큰 목표를 향한 꿈도 있다. “독립된 정치는 모든 정치지망생들이 가야할 길”이라는 김 실장은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를 도움닫기 삼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원의 그림자’ 김명진 실장을 5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일과가 바빠 수건을 덮고 사무실에서 잠을 청하는 날이 많은 김명진 비서실장에게 직원들은 생일선물로 ‘이불’을 선물했다. <김현수 기자>
- 원내대표 보좌만 다섯 번째다. 흔들리는 당을 박지원 원내대표와 함께 재정비해야 한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처음에 원내대표 비서실장에 임명되고 원내와 당 실상을 파악하고 나서 걱정을 많이 했다.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처음으로 걱정돼 잠도 안 왔다. 그러다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 안의 전투여신이 깨어난 것 같았다. 원내대표 비서실장이라는 자리가 원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사전 교차로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준비도 해야 하고 해결도 해야 하고. 어쩌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하루 일과가 궁금한데.
“새벽 5시50분이면 사무실에 온다. 일찍 와서 그날 있을 회의나 워크숍을 준비한다. 이번 리베이트 수사처럼 긴급한 현안이 생기면 당에선 새벽부터 긴급회의를 연다. 그럴 땐 방법이 없다. 사무실에서 잔다. 20대 국회 초반에는 원구성 협상 전략 세우고 의원회관 배치하고 상임위 구성도 하느라 밤을 많이 새웠다. 또 군부대 방문도 하고, 지역도 가야하고. 사실은 도망가고 싶은 때도 있었다. (웃음)”

- 리베이트 폭풍의 후유증으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사퇴했다. 당의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일단 위기는 넘긴 것 같다. 두 공동대표가 모든 걸 내려놓으면서 당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당이 단단해지고 위기대처 능력도 강화되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건 뒷수습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미래비전에 대한 방향과 박지원 원내대표의 경륜에서 나오는 업무처리 속도가 조화가 돼야 한다.”

- 리베이트 파문으로 호남 지지율이 직격탄을 맞았다. 호남을 달랠 대안은 있는가.
“작은 돌부리엔 걸려 넘어져도 큰 산에 걸려 넘어지진 않는다. 리베이트 사건은 우리 당이 2월에 급하게 창당되면서 시간과 인력이 부족한 데서 빚어진 사고다. 부도덕한 거래는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당의 수권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호남 민심이 원하는 것은 우리 당의 정권교체 능력이다. 작은 일을 잘 해야 큰일도 잘 할 수 있다. 결국은 일로서 보답해야 한다.”

-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우선 정당으로서의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지금은 공당으로서의 하드웨어가 미약하다. 당원관리 시스템이나 당헌·당규의 미비한 부분에 대한 재정·개정이 우선이다. 그 다음엔 ‘국리민복’이다.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복지를 생각해야 한다. 하드웨어 다음이 소프트웨어다.”

- 여야 3당이 모두 비대위로 꾸려지면서 그만큼 원내 역할의 위상이 달라졌다. 원내대표 비서실장의 중요성도 높아졌을 것 같은데.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우선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 간 윤활유 역할을 한다. 나아가 입법부와 행정부의 교차로 역할도 한다. ‘가교회’라고 있다. 각 행정부처에서 파견 나와 있는 협력관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오찬 모임이다.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입법부와 행정부 간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속도는 곧 돈이다. 의사결정 과정이 빨라야 에너지 소모를 막을 수 있다. 고단한 자리지만 의미가 있다. 제가 돌아오니까 그분들이 가장 좋아하시더라.”

▲ “독립된 정치는 모든 정치지망생들이 가야할 길”이라는 김명진 실장은 이 자리를 도움닫기 삼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 자신만의 정치를 꿈꾸고 있나.
“독립된 정치에 대한 꿈은 모든 정치지망생들이 가야할 길이다. 오랫동안 청와대와 입법부를 오가면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체제에 익숙해져 있다. 경험을 갖추고 있어 수습기간이 필요 없는 ‘준비된 국회의원’이 아닐까 한다. (웃음) 그간 노하우를 바탕으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내 정치’의 길을 가고 싶다.”

- ‘김명진’에게 ‘박지원’은 어떤 존재인가.
“20년 동안 동고동락해왔던 분이다. 열정과 집념, 성실성이 남다른 분이다. 남들은 목소리 톤까지 비슷하다고 한다. 특히 박지원 원내대표가 가진 장점은 긍정적인 사고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침체된 분위기를 신명나게 만드는 ‘부흥사’다. 저에게는 인생의 나침반이면서 동시에 넘어야 할 큰 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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