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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노무사 조언] 홈플러스 복직서 배우는 ‘해고 대처법’
2016. 08. 09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 지난 8일 복직한 홈플러스 부산 아시아드점 두 해고자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 홈페이지 캡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8일은 홈플러스 부산 아시아드점 계산원 2명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지난해 8월말 이후 340여일 만에 일터로 돌아온 날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홈플러스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2014년 8월이다. 지난해 8월 말 두 사람은 돌연 해고를 당했다. 회사는 정상적인 계약만료라고 주장했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두 사람이 노조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두 사람과 같은 시점에 계약이 종료된 비정규직 계산원 6명 중 연장계약을 맺은 2명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또 다른 1명은 노조를 탈퇴한 뒤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 됐다.

두 사람은 노조와 함께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투쟁에 나섰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한 부산 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는 물론 부당노동행위까지 모두 인정했다. 두 사람에게는 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노조 조합원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사측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는 판정이었다. 또한 사측이 노조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린 점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봤다.

▲ 홈플러스 부산 아시아드점 해고자들은 부산 지방노동윈원회와 중앙노동위원에서 모두 부당해고를 인정 받았다. <홈플러스 노조 홈페이지 캡처>
홈플러스는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1년 치 임금보다도 많은 이행강제금을 물면서까지 사건을 중앙노동위원회로 가져갔다. 그러나 지난 6월 내려진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도 지방노동위원회와 같았다. 부당해고를 인정한 것이다.

이때도 홈플러스는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결국 합의에 나섰다. 두 사람을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일체를 지급하며, 근속도 인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지난 8일 다시 홈플러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두 사람의 해고와 복직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사례 뿐 아니라, 계약만료를 내세워 비정규직을 부당 해고하는 일은 꾸준히 반복돼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당해고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들의 투쟁과 복직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분쟁에 소모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은 회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억울함을 삼키거나, 생계 등의 이유로 복직투쟁을 포기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부당해고 위기에 놓여있거나, 부당해고를 당하고도 여러 이유로 정당한 절차를 밟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두 사람의 복직투쟁에서 배울 수 있는 ‘해고 대처법’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김종진 법규국장(공인 노무사)에게 들었다.

▲ 김종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규국장. <시사위크>
- 이번에 복직한 두 사람이 해고된 과정과 부당해고로 고발한 이유는.

“두 사람은 2014년 8월에 입사해, 3번 계약이 갱신된 상태였어요. 그런데 지난해 3월 점장과 파트장이 노조 조합원들을 불러 실적이 저조하면 다음 계약 갱신이 어렵다는 말을 했고, 계약 만료 시점인 8월 말, 계약이 해지됐죠. 계약이 끝난 6명 중 4명이 계약 해지됐는데, 모두 노조 조합원이었어요. 노조를 탈퇴한 뒤에 계약을 갱신한 사람도 있었고요.

우리는 이것이 부당해고일 뿐 아니라, 노조 활동을 저해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된다면, 근로자 개개인이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노조의 존립이 위협받게 되기에 구제신청을 하게 됐죠.”

- 부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판정이 내려진 배경과 법적 효력은.

“두 사람 같은 근로자를 흔히 ‘비정규직’, 즉 ‘기간제 근로자’라고 합니다. 1년이면 1년, 계약기간이 정해져있고, 그때마다 갱신을 하는 거죠. 그런데 이번 사례처럼 계약만료를 해고에 이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부당해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갱신기대권’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또 갱신을 거절할 합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먼저 갱신기대권은 해당 시점에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계약을 갱신하는 ‘신뢰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사람의 판정에서는 단체협약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돼요. 노조와 사측이 맺은 단체협약에 ‘입사한지 16개월이 경과한 계약직 조합원은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 있었죠. 이것은 곧 갱신기대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합당한 사유가 없다면 부당해고가 성립되는 것이죠.

갱신 거절의 이유도 인정되지 않았어요. 두 사람은 2015년 상반기 근무평가에서 각각 G등급과 A등급을 받았죠. 해고된 다음달인 2015년 9월 근무표에도 두 사람이 포함돼있었어요. 사측은 저조한 매출 등을 이유로 4명을 감축할 예정이었다고 주장했지만, 합리적인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4명 모두 노조 조합원이었죠.

이번 판정은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의 존재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일깨워 주는 사례입니다.

다만, 판정을 내린 노동위원회는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적 구제기관입니다.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명령은 행정처분이란 한계가 있죠. 부당해고 구제명령에 응하지 않는 사용자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을 뿐이에요.

그럼에도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신청은 법원에 대한 소송 제기보다 판정이 신속하게 나오기 때문에 절대 다수의 해고자들이 이용하는 구제방법인 것이 현실입니다.”

▲ 해고자들은 홈플러스 부산 아시아드점 앞에서 농성을 하는 등 복직투쟁을 펼쳤다. <시사위크>
- 이번처럼 ‘계약만료’를 앞세워 해고하는 일이 흔하다. 특히 노조 간부나 조합원, 혹은 ‘불편한 직원’을 이런 식으로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처럼 복직투쟁을 하고, 복직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속수무책으로 일자리를 빼앗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복직의 의미는.

“개별 근로자의 해고사건의 경우 ‘나홀로 싸움’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일단 해고가 되면 외부인으로 낙인 찍혀 동료 직원들과의 관계도 단절됩니다. 해고가 아무리 부당하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끝까지 맞선다면, 5심(초심 지노위→재심 중노위→행정소송→고등법원→대법원)까지 통상 3년에서 5년을 해고자가 견뎌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해고자와 함께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는 노조의 존재에요. 물론 노조의 쟁의행위엔 제도적 제한이 있고, 판결을 유리하게 이끌 영향력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를 보죠. 노조는 해고자와 함께 다른 노동단체 및 제 사회단체와 해고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부당해고 판정에 승복하지 않는 회사에 비판 여론을 확산시켰어요.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은 ‘희생자구제기금’과 ‘123연대 지원’이란 제도를 통해 해고자들의 생계를 일부나마 지원했습니다.

결국 홈플러스도 해고 다툼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자, 더 이상의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게 됐어요. 사용자가 대기업이라도 부당함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법적·조직적 싸움에 나선다면, 회사가 노동위원회의 판정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 복직투쟁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결국 생계다. 생계로 인해 복직 다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노조가 없다면 더욱 그렇다. 부당해고에 대한 법은 있는데, 다른 이유로 그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게 현실인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나 법적인 개선 필요성은.

“해고를 당해 실업급여 대상자가 되는 경우 90일에서 240일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 기간은 부당해고를 다투기에는 부족하죠. 또 일부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구직급여 수급을 해고자 스스로 해고를 인정한 것이라는 근거로 삼은 적이 있어요. 때문에 해고기간 동안 구직급여를 수급하라고 권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가 부당해고의 판정에 불복하는 경우에 최고 2000만원을 연 2회, 최장 2년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어요. 그러나 이는 최고한도액일 뿐이고, 해고자에 대한 금전적 지원과는 무관합니다.
 
따라서 최소한 지방노동위원회 초심 또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 부당해고로 판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이에 불복해 원직복직을 시키지 않더라도 도산이 인정된 사업체 소속이었던 퇴직 근로자들에게 국가(고용노동부)가 대신 지급하는  체당금과 유사한 제도가 필요합니다. 해고자의 생계가 보장된다면,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악용하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서 부당해고가 인정된다 해도 대리인 선임 비용은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어요. 대리인 선임에 따른 금전적 손해에 대해서도 노동위원회에서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지난 1월, 두 해고자의 복직투쟁을 위해 홈플러스 부산 아시아드점 앞에 직원들이 모였다. <시사위크>
- 해고 등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피해자들이 많다.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해고 등 부당한 인사명령을 받게 되면 당사자들은 처음 겪는 일이 되다보니 당황할 뿐만 아니라 자존감에도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사용자에 대한 분한 감정, 조직에서 쓸모없는 존재가 됐다는 자괴감 등이 동시에 들게 되는 것이죠.

많은 사람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초반 대응을 적절하게 하지 못해요. 결국 뜻하지 않게 해고와 관련한 법적 분쟁에서 굉장히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고,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고를 당했을 때는 일단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응해야 해요. 해고가 예상될 때부터 관련 기록을 수집하고 남기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둘러 전문가에게 조력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고가 되는 과정 하나하나가 나중에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비용이 걱정이라면 제도적인 도움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해고를 당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는 경우, 월 2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무료대리인 선임 신청을 통해 노동위원회가 지정하는 변호사나 공인노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민주노총 등 상급 노동단체와 각종 노동상담소를 통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해고에 대한 해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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