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신임 당대표로 이정현 의원이 당선됐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고 새누리당을 바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당대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죽을 각오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시작은 상상에 불과했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보수정당에서 ‘호남’ 꼬리표가 붙은 당내 비주류가 당대표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정치공학적 해석에서 지역색과 조직력이 열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당심과 민심이 선택한 구원투수는 “돈도 없고, 지역적 기반도 없고, 줄도 없고, 세력도 없는” 이정현 후보였다. 그는 9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1945년 해방 이래 최초로 호남 출신의 보수정당 대표가 탄생한 셈이다.

◇ 돈·사람 빚 없는 당대표, 강도 높은 쇄신 예고

때문일까. 이정현 대표의 승리는 보수정당의 ‘기회’이자 ‘변화’로 불렸다. 20대 총선에서 충격패를 당한 새누리당은 당내 상황을 ‘위기’로 진단한 뒤 반성과 쇄신, 당의 화합을 통해 등 돌린 민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이번 전대는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민심 수습은 물론 차기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막대한 임무가 신임 당대표에게 주어진 만큼 신중하면서도 전략적인 선택이 예상됐다. 이를 감안하면,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의 말처럼 “드라마틱한 결과”로 “정치혁신, 정치쇄신, 정치개혁”의 포문을 열었다.

실제 이정현 대표는 줄곧 당의 전반적인 혁신을 강조해왔다. 전대를 하루 앞둔 8일에도 기자회견을 자처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고 새누리당을 바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당대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새누리당은 죽어야 산다, 죽을 각오로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각오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비상한 각오는 ‘무캠프’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번 전대에서 누구보다 ‘세력화’가 필요했지만 별도의 선거 캠프를 꾸리지 않은 것이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이번 전대에서 별도의 캠프를 차리지 않을 만큼 돈과 사람 빚을 만들지 않았던 그는 좀 더 포용력을 발휘해 “모두가 함께 하는 정당”을 만들 계획이다. <뉴시스>

이에 대해 이정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줄세운 사람들로 당직을 꾸리고, 계파를 만들면서 쌓이고 쌓인 것이 당 분열의 큰 원인이 됐다”면서 “당을 화합과 통합으로 이끌 지도부가 돈 빚을 지고, 사람 빚을 져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등 당내 지도자들을 줄세우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돈’과 ‘사람’에서 자유로운 만큼 이정현 대표의 혁신과 쇄신안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이정현 대표는 새누리당 129명 국회의원 모두를 ‘현장’에 투입할 생각이다. “야당의 시각으로 민생을 살핀 뒤 (현장에서 느낀 문제의식을) 여당의 책임감으로 예산과 법안, 정책에 제대로 반영시키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이로써 당의 통합을 이끌 수 있다는데 이정현 대표는 확신했다. “국민을 섬기는 마음, 그것은 힘”이기 때문이다. 이정현 대표는 “그 힘으로 새누리당을 통합시키고, 그 힘으로 박근혜 정부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이정현의 비박 끌어안기… “좁쌀 정치 하기 싫다”

이와 함께 이정현 대표는 계파 화합에 정성을 쏟을 생각이다. 그는 “같은 계파는 잘 대해주고, 다른 계파는 더 잘 대해줘야 한다”면서 “방향이 다르다고 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친박 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대표의 포용력을 기대해볼만한 대목이다. 앞서 그는 “대통령의 복심이라는데 부인하지 않겠다”면서도 “고 투게더(Go Together), 올 투게더(All Together), 두 투게더(Do Together)로 모두가 함께 하는 정당을 만들고 싶은 것이지 어느 한 쪽에 서서 다른 한 쪽을 배제하는 좁쌀 정치는 하기 싫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다시 ‘민생’이다. 계파전이 아닌 민생을 살피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 이정현 대표는 “22년 동안 새누리당 불모지 호남에서 선거를 치르면서 국민이 얼마나 무섭고 소중한지 뼛속 깊이 새겼다”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누리당을 ‘국민을 섬기는 당’으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1998년 소선구제가 시작된 이래 보수정당 후보로는 최초로 호남에 깃발을 꽂았고, 20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해 또 한 번 보수정당 최초로 호남 3선에 올랐다. 호남의 마음을 얻기까지 3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그의 컬러링(휴대전화 연결음)은 ‘거위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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