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올해 9월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문제는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다.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향한 충성경쟁으로 핵개발은 꾸준히 진일보하고 있다. <뉴시스/노동신문>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성패 여부를 판단할 과학적 증거 자료는 없지만 정황상 성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추가 핵실험을 감행한 데다 그 위력은 종전보다 4kt 커진 10kt으로 추정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 원폭 수준이다. 특히 북한의 주장처럼 핵탄두 표준화·규격화에 성공했다면 실전 배치 가능성까지 높다. 1차 핵실험 이후 지난 10년 동안 기술과 성능면에서 꾸준히 진일보해온 셈이다. 하지만 북핵 개발을 이끌어온 주역들에 대해선 베일에 가려져 있다.

 

◇ ‘거물급’ 전병호·주규창·이명하… 4차 핵실험 기점으로 세대교체

1차 핵실험이 실시된 2006년 10월엔 관련자들에 대한 정보 수집이 어려웠다.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 이후다. 유엔 안보리에서 노동당 전병호 군수공업담당 비서, 주규창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이명하 영변물리대학장을 핵개발의 거물급으로 지목한 것. 하지만 안보리는 중국의 반대 등으로 실무진급인 원자력총국의 이제선 총국장, 황석하 국장과 이홍섭 전 영변원자력연구소장 등을 대북 제재 대상으로 명시했다.

실제 안보리에서 지목한 세 사람은 북핵 개발의 핵심으로 분류된다. 특히 소련 유학 1세대로 알려진 이명하는 핵고폭 장치 연구 책임자로 활약한 북한의 대표적 과학자다.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후계자 지명을 둘러싼 국내의 관심이 높은 만큼 북핵 개발에 있어 이명하의 북한 내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전병호는 2014년 사망했고, 주규창은 김정은 체제에서 국방위원회에 올랐다.

 

▲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군수공업부는 김정은 체제 전환 이후 세대교체를 시작했다. 4차 핵실험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홍영칠·홍승무는 실세로 떠올랐고, 광명성 4호 발사를 총지휘한 김정식은 김정은 위원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뉴시스/노동신문>

2013년 2월 3차 핵실험에서 부상한 인물은 군수공업부 박도춘 군수담당 비서와 홍승무 부부장이다. 박도춘은 3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홍승무는 부부장급으로는 유일하게 당 비서들과 함께 맨 앞줄에 앉아 김정은 국무위위원회 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후 홍승무는 홍영칠 부부장과 함께 올해 1월 4차 핵실험까지 주도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을 얻었다. 두 사람은 핵개발 3세대로 통한다.

 

세대교체는 4차 핵실험을 앞두고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박도춘과 함께 군수공업부 이만건 부장과 이병철 제1부부장이 새로 등장한 것.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지난 1월11일 김정은 위원장이 핵실험에 관여한 공로자들과 기념 촬영한 사실을 전하며 “이만건·이병철·박도춘 동지가 함께 참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군수담당 비서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 박도춘은 현재도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직급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주목할 만한 인물은 김정식 노동당 부부장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군수공업 분야 공개 활동을 빠짐없이 수행하고 있는 그는 출세 전 국가우주개발국에서 광명성 4호 발사를 총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를 참관하고 평양으로 돌아가던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식을 전용열차에 태운 데 이어 연회에서도 부인 리설주 옆자리에 앉히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한편, 군수공업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군수산업을 총괄한다. 2010년 국세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기계공업부로 개편했으나, 4차 핵실험 전후로 이름을 되찾았다. 세대교체도 빠르게 진행됐다. 군사과학은 관록과 경험보다 연구와 개발이 중요해 젊은 피 수혈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홍영칠·홍승무·김춘섭·조춘룡 등이 바로 김정은 체제에서 등용된 인사들이다. 이들의 충성경쟁으로 북핵 개발은 더욱 공세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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