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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미르 세지우 전 코소보 대통령 인터뷰] “평화는 우리가 반드시 이행할 의무”
2016. 09. 20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 파트미르 세지우 전 코소보 대통령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재임했다. <시사위크|런던=권정두 기자>
[시사위크|런던=권정두 기자]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유럽의 동남쪽 발칸반도. 하지만 이곳은 ‘유럽의 화약고’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이러한 역사는 길고도 복잡하다. 발칸반도의 다양한 민족과 국가, 종교, 그리고 지배와 전쟁이 반복된 역사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갈등의 실타래다.

발칸반도의 비극적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코소보 사태다. 1990년대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충돌로 발생한 코소보 사태는 발칸반도가 지닌 갈등의 요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우선 코소보 지역은 세르비아인과 알바니아인 모두에게 중요한 장소다. 세르비아인에게는 세르비아 왕국의 발상지이자, 오스만제국의 혹독한 지배를 받은 상처가 남아있는 곳이다. 반면, 오스만제국 지배 당시 정착을 시작한 알바니아인들에게는 수백 년에 걸친 삶의 터전이 됐다. 현재 코소보 지역 주민의 90%는 알바니아계다. 양쪽 모두 양보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후 코소보는 유고연방 소속으로 자치권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1989년 세르비아가 코소보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1990년대 들어 유고연방이 해체되면서 코소보 지역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1998년 독립을 요구하는 코소보와 세르비아가 충돌해 대규모 학살과 게릴라전이 발생했고, 수천 명의 사망자와 대규모 난민이라는 또 하나의 비극적 역사를 남기게 됐다.

코소보 사태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개입해 나토(NATO)의 유고 공습이 이뤄진 끝에 일단락된다. 이후 코소보는 자치정부를 수립했고, 2008년 마침내 독립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당시 우리나라도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한 69개국 중 하나였으며, 현재 108개 나라가 코소보를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법. 아직 갈등의 요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코소보는 점차 평화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이번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힘든 시간을 뒤로하고 첫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뤄 세계인에게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시사위크>는 코소보 사태를 직접 목격하고, 이제는 코소보 지역의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파트미르 세지우(Fatmir Sejdiu) 전 코소보 대통령을 지난 9일 영국 런던에서 만났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코소보의 두 번째 대통령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천주평화연합(Universal Peace Federation, 이하 UPF)의 국제 지도자 콘퍼런스(International Leadership Conference, 이하 ILC)에 참석해 평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 파트미르 세지우 전 코소보 대통령은 1990년대 코소보 사태 당시를 회상하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UPF 제공>
- 코소보가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역사적인 첫 금메달을 딴 것을 축하한다. 무척 감동적인 일이다.

“감사하다. 우리 국민과 나라에게 이번 금메달은 아주 기쁜 소식이다. 또 하나 좋은 소식이 있었다. 코소보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첫 경기에 나서 1:1 무승부로 첫 승점을 따냈다. 우리에겐 아주 좋은 시간들이었다.”

- 이번 금메달이 더욱 감동적인 이유는 코소보가 겪은 힘든 시간 때문일 것이다. 코소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코소보는 유럽에서 가장 젊은 나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갈등의 시기를 겪었다. 17년 전, 아주 잔혹한 전쟁을 경험했다. 세르비아는 코소보의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많은 사람을 죽였다.

세르비아는 유고슬라비아의 모든 것을 파괴한 장본인이다. 슬로베니아ㆍ크로아티아ㆍ보스니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고, 동시에 우리 민족을 어떻게 죽일지에 대해 준비했다. 시민들, 아이들, 여자들, 노인들을 향한 공격을 준비한 것이다. 불행히도, 세르비아의 과학기구와 정부 그리고 종교집단들은 모두 한 민족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를 놓고 논의했다.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또 자유를 위해 싸웠다. 다행히 국제적인 개입이 있었고, 나토(NATO) 군대가 코소보를 도왔다. 덕분에 코소보는 독립국가가 됐다.”

- 그렇다면 현재 코소보의 상황은 어떤가.

“코소보는 땅이 비옥하고, 젊은 세대의 비율이 높다. 52% 가량의 인구가 30세 미만이다. 그렇기에 많은 일들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의지는 미래를 향하고 있다. 우리는 좋은 정부를 건설했다고 생각하며, 국제기구와의 협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은행과 IMF에 가입했고, EBRD(유럽부흥개발은행), FIFA(국제축구연맹), 그리고 UEFA(유럽축구연맹)의 멤버이기도 하다. 또한 UN 가입국이 될 것이며,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의 방식이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잔혹했던 과거를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 코소보나 한 지역에서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아울러서 말이다. 현재 우리의 목표는 군사적 협력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것과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코소보의 대표들은 세계 각지에서 이뤄지는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코소보와 우호적인 관계를 가질 사람들과 단체들, 그리고 우리의 의지와 바람을 이해하는 이들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특히 우리는 평화적인 지역사회 건설과 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헌법은 모든 사람들의 인도적 인권과 소수자 인권, 그리고 종교적 권리를 이루고자 한다. 코소보에는 가톨릭, 무슬림, 정교회, 그리고 세르비안 정교 같은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하고 있고, 우리는 다종교적 평화를 지향한다.”

- 세르비아와의 관계는?

“세르비아와는 어떻게 관계를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의 일과 관련해 모든 세르비아 사람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 일은 종교집단과 경찰, 정부가 이끈 것이지 세르비아의 모든 사람들이 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비인간적인 일을 하도록 강제됐을 뿐이다.

우리는 그들과 경제적 관계를 맺는 등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코소보인들이 세르비아를 거쳐 헝가리로 간다거나, 세르비아인들이 코소보를 거쳐 지중해 지역으로 가는 일을 실현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느 정도의 문제들이 존재한다. 세르비아는 항상 우리의 길에 걸림돌이 되고자 한다. 어떤 사람들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길 바라기도 한다. 아직은 지켜봐야 할 일이다.”

- 한국도 1950년대 전쟁을 겪었다. 많은 사람이 죽고, 가족을 잃었다. 그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 코소보의 상황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세르비아 사람들을 정말로 용서하고 그들과 화합할 수 있을까. 감정적인 부분에서 말이다.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 번째로, 과거를 잊지 않고자 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입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좋은 협력관계의 뿌리를 찾고자 한다.

두 번째로, 지금까지 세르비아 지도자들은 한 번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특히 피해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말이다. 그렇지만, 세르비아 사람들 모두를 탓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입장이 아니다.

우리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분쟁이 남아있는 지역이 되고 싶지 않다. 또한 발전의 길을 찾는 것이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의무다. 안보의 부재에 대해 걱정하지 않게 하는 것,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하지 않게 하는 것 등이 우리가 할 일이다.

감정적인 문제를 완전히 씻긴 어렵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넓은 관점과 소통을 위한 태도를 갖고, 유럽의 한 부분으로서 알바니아 등 주변 국가들과 화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 파트미르 세지우 전 코소보 대통령은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UPF 제공>
- UPF는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창립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국회의원들이 모여 평화를 논의하는 기구를 표방한다. 대통령께서는 UPF의 이번 ILC에 발표자로 참석하고,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유럽·유라시아·중동권 창립식을 지지했다. 세계 평화를 위해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UPF에서 시작된, 여러 국가의 여러 의회에 속해있는 의원들을 한 데 모은다는 아이디어는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나는 스페인, 슬로바키아, 러시아, 영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보았는데,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세계평화와 협력의 방법에 대해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는 것은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열쇠를 찾고, 협력의 과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과 같은 단체는 이러한 문제들을 조정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세계 각지의 의원들, 그리고 여러 시민사회 책임자들 사이에 좋은 관계를 장려하고, 동시에 국가와 국가 간의 협력 또한 장려한다고 생각한다. UN과 협력하는 메커니즘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은 세계 평화를 위해 여러 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 세계 각국의 국회의원들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평화와 사랑은 중요한 요소다. 모든 사람들의 영혼의 일부분이 돼야 한다. 평화를 위한 싸움은 무기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법을 가지고 하는 싸움, 문명적 접근법을 가지고 하는 싸움이다. 위선이 없는 협력을 통해 이뤄야 한다.

평화는 우리를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이 세대와 앞으로 있을 세대들을 위한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그것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다.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해야 하고, 또 하루 24시간 계속해서 일해야 한다. 회담을 한 번 갖고 멈추고, 또 다른 회담을 기다리고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각자의 나라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또 다른 지역들과 협력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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