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헌정사상 최저치인 5%로 떨어졌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 중 최저치를 경신한 기록이다. 무엇보다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초래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보다도 낮았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그만큼 국민들이 ‘최순실게이트’를 IMF 이상의 중대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12%나 폭락한 5%로 집계됐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이며, 같은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했던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교해도 가장 낮았다. IMF 위기를 초래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저 지지율은 6%였고, 국회의 거국중립내각 요구를 수용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최저 지지율이 12%였다.

◇ 국민여론, IMF 보다 지금이 더 심각한 국가적 위기

그간 갤럽의 여론조사가 타 기관에 비해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에 유리한 결과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최순실게이트’가 측근비리 차원을 넘어 헌정질서를 부정한 국기문란 사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헌정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IMF 경제위기를 초래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 보다도 낮은 수치다. <데이터=한국갤럽>

사실 정권 말기에 친인척 비리나 측근들의 ‘게이트’ 사건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6공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의원의 비리가 터졌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보그룹 사태와 김현철씨의 소통령 논란이 불거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진승현 게이트’가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도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중심으로 친인척 비리가 터진 바 있다. 대부분의 비리사건은 최측근 권력실세나 친인척들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순실게이트’는 감시와 견제를 전혀 받지 않는 ‘비선’에 의해서 국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역대 정권과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법적 의사결정과정을 뒤로한 채, 근본도 알 수 없는 ‘민간인’에게 대통령의 국정운영 권한을 위임한 것은 헌정질서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IMF 경제위기 보다 국민적 분노가 더 커지는 이유다.

◇ 헌정질서 무너뜨린 ‘최순실게이트’, 정권 정통성에 치명타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통치권한이란 국민의 투표로 (지도자를) 선출하고, 선출된 사람은 그 권한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원리”라면서 “본인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행사하는 권한을 근본도 모르는 사람에게 위임했다. 이것은 국가의 운명을 최순실 마음에 맡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권위를 완전히 상실했다. (최순실게이트는) 국민 전체에 수치”라고 한탄했다.

야권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내에서도 “할 말이 없다”는 분위기다. 사안마다 정권을 비호하며 큰 목소리를 냈던 친박계 의원들 조차 “사죄드린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을 반복할 뿐, 섣불리 항변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등 민심수습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모든 사태는 저의 잘못이고 불찰로 일어난 일이다. 큰 책임을 가슴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최대한 협조하겠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국민담화가 국민적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분노하는 민심에 전혀 대답이 되지 않는 진정성 없는 개인반성문”이라고 평가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국민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까 하는데 의구심이 든다”고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전체응답률은 26.9%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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