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특히 대통령의 2선 후퇴를 두고 해석이 달랐다. 정부여당에선 사실상 2선 후퇴로 판단했지만, 야권은 권력 의지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10일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거듭 사죄의 뜻을 전한 것이다. 그는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큰 책임을 가슴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이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최대한 협조”할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는 게 박근혜 대통령의 설명이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예고된 셈이다.

 

◇ 결국 최순실 믿어서 생긴 일… 납득 안 되는 해명에 ‘분통’

하지만 야권의 반발은 여전했다. 들끓는 민심을 달래기에도 부족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2선 후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외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 한다”면서 “사회각계 원로, 종교지도자, 여야 대표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특히 국정수행 능력에 결정적으로 타격을 줬던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발언이 예상됐던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권한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김병준 후보자에게 권한을 드렸다”고 입을 모았다. 전날 김병준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책임총리 의지를 표명한 내용 “그대로 수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얘기다. 다만 담화문에서 거론하지 않았던 것은 국민에 대한 사과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앞서 김병준 후보자는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제·사회 정책은 제게 맡겨달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의 주장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과에도 시국선언과 촛불집회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지율은 이미 5%로 급락하며 바닥난 민심을 보였다. <뉴시스>

실제 집권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준절차는 국정공백을 메우고, 국정안정을 위한 중차대한 일이 됐다”고 판단했다. 야권을 향해 초당적인 협조를 부탁한 이유다. 하지만 야권의 해석은 달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진정성 없는 개인 반성문”이라고 비판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세 번째 사과도 곧 나올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특히 추미애 대표는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 일방적 총리 지명 철회 및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정권퇴진 운동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야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문에 대해 당황스러우면서도 분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줄곧 국회 추천 총리 중심의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해왔으나, 총리 내정이 기습적으로 발표된 데다 담화문에서도 사태 수습에 대한 구체적 의지와 언급이 없었다는 지적에서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통이 터져 나왔다. 여론의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최순실 씨에 대해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경계의 담장을 낮췄다”는 납득이 안 되는 해명으로 ‘감성적 호소’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과 촛불집회는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오는 5일에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린다. 집회 주최 측은 10만명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문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점에서 목표 인원을 충족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심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공교롭게도 담화문 발표를 앞두고 공개된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치다. 국정수행 능력에 대해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정작 박근혜 대통령은 수습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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