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으로 각계각층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후속 수습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2선 후퇴, 거국 중립내각, 탄핵, 하야. 민심의 표현은 제각각이지만 그 의미는 같다. 대통령의 ‘퇴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가 짙어지면서 국정 수행 능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통령의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국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하나 둘 모여든 숫자가 무려 100만명이다. 이들은 지난 12일 청와대 입구인 율곡로까지 행진했다. 사상 최초다. 집회 시위를 엄격하게 다루는 법원에서 청와대 턱밑까지 허용한 것은 국민들의 분노를 헤아린 결과다. 이날 청와대는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 박찬종 “대통령 계속 버티면 나라가 망해”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당초 예상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도 없었다. 도리어 2차 대국민담화에서 약속한 검찰 조사를 미루며 사실상 ‘버티기’에 돌입했다. 공석이던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차관 인사를 강행하고, 다음 달 예정된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방문을 계획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복귀는 ‘계엄령’ 소문으로 확산됐다. 성난 민심은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광장에 모이기로 했다. ‘촛불’ 대신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을 ‘횃불’을 들자는 비장한 각오가 터져 나왔다.

강대강 대치국면 앞에서 정치 원로 박찬종 변호사는 “국가적 혼란을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방법으론 조기 대선을 제시했다. 그는 18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하야의 법률적 의미가 ‘사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면서 “이후 거국내각 대신 선거관리내각을 구성해 대선을 치르고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찬종 변호사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했다. 촛불민심이 ‘6·10항쟁’ 보다 격렬하다는 것. 그는 “대통령이 끝내 버티다가 200~300만명이 모이게 될 경우, 경찰이 총을 쏘기 전에는 차벽도 막을 수가 없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면서 “탄핵 절차를 밟는 동안 경제는 엉망이 되고, 결국 나라가 망하게 될 것이다. 모든 상황을 감안해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고 거듭 사임을 주장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주최로 열린 헌정 위기 시국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스스로 내던진 행위를 책임져야 한다”면서 “허수아비가 된 대통령은 내치와 외치를 구분할 것 없이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자리를 함께 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해법으로 ‘탄핵’을 제시한 것보다 강경한 발언이다.

 

▲ 성난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광장에 모여 집회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19일 예고된 집회에는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까지 합류해 역대 최대 규모가 예상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부분은 법조인들의 동참이다. 헌법과 법률의 해석·적용을 주업무로 하는 만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보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국의 변호사 3365명이 시국선언에 서명을 했다는 것은 현 상황이 엄중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1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차려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작금의 헌정질서 파괴를 최단시간 내 종식시키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버티는 대통령에게 현실적 대응은 ‘탄핵’ 뿐

걸림돌은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 의지다. 하야는커녕 2선 후퇴 선언도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탄핵’을 현실적 대응으로 꼽고 있는 이유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8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심은 하야지만, 대통령이 버티고 있는 만큼 현실과 희망은 분리돼야 한다”면서 “퇴진 요구에서 머물게 되면 대통령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에 불과하다.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도 <시사위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은 이미 이뤄졌다. 법적·제도적 탄핵만 남았다”면서 “지지율이 5%다. 매주 광장으로 성난 민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탄핵 절차를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탄핵도 전망이 밝진 않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현재 야권 의석수가 171석이다. 여당에서 29명이 탄핵에 동참해야 한다.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재판관 9명 중 6명이 여당의 추천을 받았거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보수 성향이다. 여기에 헌재 심판은 최장 180일까지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서양호 소장과 윤태곤 실장은 다각도로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종합하면, 야권은 탄핵 절차에서 말 그대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고, 특검은 특검대로 수사에 주력해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해야 하며, 국민들은 평화로운 집회를 통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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