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정 사상 두 번째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이에 대해 야권은 “국민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탄핵까지 올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2016년 12월9일. 이날은 ‘정치인 박근혜’에게 비극으로 남겠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촛불혁명의 승리로 기억할 것이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래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던 국민들의 바람은 단 한 가지, 바로 대통령의 퇴진이었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국민의 명령이자 헌법수호의 의미를 가진다. 헌법 제1조2항에서 밝힌 대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 탄핵 이끈 촛불민심, 친박계도 찬성표 던져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는 여야의 대결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가결로 당시 역풍 효과를 학습했던 야권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었고, 정치적 셈법으로는 불안했다.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결되는 만큼 200표를 확보해야 하지만, 여당을 뺀 나머지 인원의 총합이 172표에 불과했다. 최소 28표가 새누리당에서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야권의 미온적인 태도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국민이었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지난 10월29일 3만명으로 시작된 주말집회는 11월12일 열린 3차 집회에서 100만명을 넘어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문에서 사실상 하야 거부를 확인한 이후엔 더 많은 국민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달 3일 6차 집회에서 전국적으로 232만명이 참여하는 새 역사를 기록했다.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경찰과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대규모 인원이 다녀간 자리에는 쓰레기 대신 촛농 자국만 남았다. 이를 바라본 세계 언론들은 ‘대통령이 떨어뜨린 국격을 국민들이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촛불집회로 나타났다. 탄핵 표결을 앞둔 지난 3일은 232만명이라는 역대 최대의 인원이 전국에서 모였다. <뉴시스>

결국 캐스팅보트를 쥔 새누리당 비주류가 탄핵 표결 동참 입장을 확정했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 황영철 대변인은 “정치권의 논란과 상관없이 대통령은 즉시 퇴진하라는 국민의 뜻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을 받들고 국민이 조속하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무기명으로 진행된 탄핵 표결에서 23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표로 확인한 33명의 비주류 뿐 아니라 친박계 상당수도 탄핵에 찬성한 셈이다.

 

야권은 일제히 “국민이 이겼다”고 평가했다. 특히 예상보다 찬성표가 더 나온 데 대해 “국민의 힘이 무섭고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탄핵 가결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이어갈 야권은 정국 수습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는 한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진상규명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결자해지’와 ‘환골탈태’를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가결 소식에 국민들은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는 10일 촛불집회도 예정대로 열린다. 그동안 성난 민심을 대변하는 장이었다면 이번엔 승리를 기뻐하는 축제의 장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집회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탄핵의 공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뼈있는 말을 전했다.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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