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자동차가 티볼리의 흥행을 바탕으로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6년은 ‘다사다난’이란 말조차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쉽게도 그 많은 일은 대부분 긍정적이기 보단 부정적인 일이었다. 특히 이미 수년째 무기력한 모습을 이어가던 경제계는 초대형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아비규환이 됐다.

 

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와 여러 악재 속에서도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간 기업도 있다. 그 중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자동차가 상당히 인상 깊은 한 해를 보냈다. 7년 전 아비규환에 놓였던 때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 ‘꼴찌의 위대함’ 보여준 쌍용차

쌍용자동차는 올해 11월까지 총 13만9049대(완성차 기준)의 판매 실적을 기록 중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중 ‘꼴찌’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쌍용차는 내수시장 9만2854대, 수출 4만6285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내수시장 판매량은 5.1%, 수출은 12.0%, 총 판매는 7.4% 증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쌍용차는 올해 내수시장 10만대 판매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해(9만9664대)엔 아쉽게 10만대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올해는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쌍용차의 성장을 상징하는 일이다. 이른바 ‘쌍용차 사태’가 있었던 2009년, 쌍용차의 내수시장 판매량은 2만2189대에 그쳤다. 7년 만에 4~5배 급증한 셈이다.

쌍용차의 성장을 이끈 것은 역시 티볼리다. 지난해 1월 데뷔한 티볼리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실용성, 그리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시작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준수한 판매실적을 이어왔다. 출시 첫해인 지난해에만 내수시장 4만5021대 등 총 6만대가 넘는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출시 23개월 만에 내수시장 누적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티볼리의 등장과 함께 쌍용차의 경영지표는 대폭 개선됐다. 흑자를 벗어나지 못하던 것이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을 달성했고, 이후 꾸준히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3분기 누적 기준 2조6279억원의 매출액과 200억원의 영업이익, 3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쌍용차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일로도 이어졌다. 쌍용차는 200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쟁과도 같은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해고자들은 수년 동안 복직 투쟁을 이어갔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겨 사망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티볼리는 이들에게 역시 희망이었다. 티볼리 출시 전 시민사회에서는 쌍용차 해고자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적자 등 경영상의 이유로 복직에 난색을 표하던 쌍용차는 티볼리의 성공적인 안착과 경영지표 개선 등이 이뤄지자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지난해 말 복직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고, 지난 2월부터 복직이 이뤄졌다. 안타까운 일이 끊이지 않던 곳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쌍용차는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티볼리가 내수시장에서만 연간 5만대 이상 판매되는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고, 내년엔 렉스턴 후속으로 신형 대형 SUV를 준비 중이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 쌍용차는 희망의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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