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LG트윈타워.<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불안한 경제와 하수상한 시국으로 혼돈이 가득하다. 부정부패 의혹에 연루된 위정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함으로 가득찬다. ‘정의’라는 단어는 사전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상념이 든다.

 

LG그룹의 ‘의인상’은 올해 이 같은 상황에서 한 줄기 단비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1일 LG복지재단은 강원 삼척시 교량공사현장에서 파도에 고립된 근로자를 구조하다 숨진 이들의 유가족들에게 의인상과 상금을 전달했다. 의인상의 대상은 고(故) 박권병(30) 순경과 고(故) 김형욱(38) 경사로, 이들은 해경 특공대원 4명과 함께 갯바위에 고립된 근로자를 구하려다 파도에 휩쓸려 순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측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해경들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기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LG 의인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하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상이다. 지난해 9월 교통사고를 당한 시민을 구하려다 차량에 치여 희생된 정연승 특전사 상사가 첫 수여자로 선정됐다.

이후 지난해 장애 청소년을 구하다 순직한 이기태 경감, 서해대교 화재로 순직한 이병곤 소방령, 올해 3월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어린 생명을 구한 이재덕 씨 등 현재까지 20여명에게 수여됐다.

특히 LG의인상이 제정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주목받는 이유는 상으로써 형식이 갖춰지기 전에도 의인들에 대한 LG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영등포 역사에서 아이를 구한 후 선로에 떨어져 두 다리를 잘리는 부상을 당한 ‘철도원 김행균 씨’ ▲2013년 바다에 뛰어든 시민을 구하려다 희생한 인천 강화경찰서 소속 정옥성 경감 ▲2015년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의 지뢰로 다리를 잃은 장병 2명 등에 위로금 및 장학금 지급이 대표적이다.

좀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 식민시대인 1942년으로 이어진다. 당시 연암(蓮庵) 구인회 LG 창업주는 충징 임시정부 독립운동자금 마련을 위해 찾아온 ‘백산 안희제 선생’에게 1만원을 기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일각에선 LG 의인상이 재벌그룹의 홍보용에 불과하지 않냐는 시각도 보낸다. 최근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경영에는 사회공헌활동이 필수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LG 의인상의 활동으로 현 시대 의인들의 활약상이 좀 더 알려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몇 해 전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사회적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사람들은 ‘정직하게 살면 손해본다’는 말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정의, 의인’에 대한 이상향을 꿈꾼다는 반증이다. LG 의인상이 ‘정의’라는 이상향 도달에 어떤 역할을 할 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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