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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김태완 위원장 인터뷰] “택배기사, 평생직업 만들고 싶다”
2017. 01. 24 by 백승지 기자 tmdwlfk@sisaweek.com

▲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위원장.<김현수 기자>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택배 왔습니다.”

반가운 외침 뒤에 가려진 택배기사들의 굵은 땀방울과 눈물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점심조차 먹지 못하고 하루 종일 계단을 오르내리지만 노동여건은 갈수록 악화된다. 특수근로자라는 신분에 노동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택배 기사들의 한숨이 쌓여 전국택배노조가 이달 설립됐다. 8일 역사적인 첫 깃발을 올린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그 주인공이다.

최초의 전국 단위 택배 노조가 공식 출범한 것은 업계에선 기념비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그간 입장을 대변할 창구가 마땅치 않아 입을 다물었던 전국 5만 택배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스스로 되찾겠다”는 자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다. <시사위크>는 23일 택배기사 권리 찾기의 선봉에 선 택배노조 김태완 위원장을 만나 택배 업계의 명암을 살펴보았다.

다음은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전국택배노조가 설립된 지 약 보름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일단 그간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택배 기사들의 입을 대변할 창구가 생겼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로서 개인사업자라는 굴레에 묶여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던 우리들은 회사에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했다. 부당한 착취에 맞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싸워나갈 단결된 깃발을 올렸다는 것. 그게 가장 큰 성과다.

-전국 단위의 택배노조는 처음이다. 그간 산발적으로 운영되던 조합과 차이가 있나.
원래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서울경기지회 택배분회 조합원으로 활동했다. 여기에 지난해 CJ대한통운택배기사권리찾기모임을 발족해 좀 더 많은 회원을 확보했다. 당시 CJ대한통운뿐만 아니라 타 업체 기사들도 공통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전국택배노조는 이들을 기본 베이스로 결성됐고, 전국조직으로 발언력을 더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위원장.<김현수 기자>
-가입 자격이 따로 있나. 쿠팡맨도 가입할 수 있나.
택배기사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산별노조로, 앞으로 지부 및 지회도 조직적으로 구성하려고 한다. 다만 쿠팡은 스스로 택배업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아 애매한 감이 있다. 근로조건 자체가 다르고 직영 형태라 개인적으론 유통업과 유사하다 생각된다. 앞으로 같이 할 수 있을지 여부는 본인들이 포지션을 어떻게 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노조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이나 활동계획이 있나.
주요의제를 다듬고 있다. 기본적으로 살인적 노동강도를 정상화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 50시간 노동 및 점심시간 보장 등을 고려하고 있다. 지금은 주 76시간에 하루 평균 14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솔직히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택배기사 근로자로서 하루 일과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하다.
일단 아침 7시 출근에 저녁 10시~11시 퇴근이 일상이다. 새벽에 나와서 새벽에 들어가니, 애들은 자는 모습 밖에 못 본다(웃음). 하루 평균 250개의 물건을 배달하는데, 명절에는 300개로 늘어난다. 명절이 아니라 특수근로기간이라 보면 된다. 명절 앞·뒤로 일주일간은 그냥 잠만 잔다고 생각하고 일 한다.

-야근이 심화되는 원인이 무엇인가.
오전분류가 늦어져 연쇄적으로 배달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대전·옥천 등 허브에 들어가 각지에서 모인 물건을 분류하고 11톤 차에 실어야 한다. 보통 오전 7시에 시작해 정오면 끝나는 것이 정상이다. 오후에는 바로 배달에 들어가야 맞는 것이다.

그런데 성수기가 되면 허브로 들어가는 차에 대기줄이 생긴다. 조금만 늦어도 오전 10시까지 대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분류작업 다 하고 나가면 3~4시에 배달을 시작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도 물량이 남으면 오후 7시에 작업 끝나고 다시 물건 싣고 저녁까지 배달을 하는 것이다.

-오전분류가 늦어지는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언제부터 문제가 생겼는가.
작년 9월부터 심화되기 시작했다. 원래는 이렇지 않았다. 내가 2013년에 처음 택배일을 시작했는데 저녁 11시 퇴근은 일을 처음 시작해 배우는 사람이나 특수기에만 잠깐 있었다. 이걸 해소하려면 회사가 투자를 해야 한다. 배차된 차들이 물건을 다 못 실으면 차를 더 배차하면 된다. 허브로 물건이 몰리면 허브를 풀가동하면 된다.

-업체의 투자가 충분치 않나.
오히려 투자가 줄고 있다. 작년 9월 예산절감 차원에서 허브 한 곳을 운영을 안 했다. 당연히 과부하가 걸리고 차가 늦게 출발할 수밖에 없다. 분류작업에 투입할 인력을 더 뽑으면 되는데, 최저가 입찰로 하다 보니 알바생도 유입이 안 되고 인력은 또 모자란다. 결국 물량 처리가 늦어져 일요일도 출근해서 물건을 받아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말 출근은 본사가 요구한 것인가.
결국 본사에서 요구하는 것이다. 계약관계가 있으니 대리점에선 따라갈 수밖에 없다. 본사에서 주는 일감을 놓치기 힘드니까. 본사가 원하고 대리점이 요구하면 기사는 나올 수밖에 없다. 거절하면 찍힌다. 힘든 구역을 배정해주거나 좋은 구역을 배정해주지 않는 식으로 보이지 않는 압박을 준다. 주말이라고 수당을 더 주는 것도 없지만, 기사도 건당 수수료를 받아 먹고살기 때문에 할당된 물량을 다 처리해야하는 것도 있다.

▲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위원장.<김현수 기자>
-오후 11시까지 쉴 틈이 없어 보이는데, 점심은 먹고 일 하는가.
점심은 아예 못 먹는다. 오후 5시까지 배달을 다 끝내놔야 퇴근이 1시간이라도 앞당겨지는데, 점심을 먹으면 연쇄 지연이 발생하는 구조다. 사람이 배고픔을 느끼다가도 일정 시간 지나면 배고픔도 잊게 된다. 그렇게 계속 버티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빵 사먹는다. 가끔 점심 먹는 사람이 있는데 아예 집에 늦게 들어가기로 생각하고 먹는 것이다(웃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 힘든가.
CJ대한통운 마크를 달고 다닌다고 그 업체 소속 기사가 아니다. 택배기사는 전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사업자 등록증이 있지만, 개인사업자다. 노동 3권 보장이나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면 업체는 본인들과 관련이 없다고 발뺌한다. 그런데 실제로 근로 매뉴얼은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온다. 책임은 안 지고 이익만 가져가겠다는 전형적인 ‘갑’의 행태다.

-임금은 적정하게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택배기사는 배달 건수 당 임금이 산정된다. 지금은 1건에 800원 정도다. 택배시장이 열린 이후로 한 차례도 오른 적 없고 계속 내려가기만 했다. 문제는 이 800원에 포함된 각종 명목들이다. 허브에서 분류작업을 하는 비용도 다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알바생과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 우리는 따로 임금을 받지 않는 셈이다.

여기에 경비와 부가세 등을 떼고 나면 사실상 500원 남는다. 임금은 내려가는데 물가는 오르니 기사들도 그 전과 같은 봉급수준을 유지하려면 더 일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다 맞물려 있다. 수수료가 낮으니 더 늦게까지 일하고, 오전분류 지연이 이를 더 심화시키는 구조다. 본사와 대리점이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것도 문제를 가속화시킨다.

-노조 설립은 환영받는 분위기인가.
주요 택배업체 기사들에게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0%에 육박하는 기사들이 노조 설립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러나 실제 가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특히 노조 설립 및 가입 움직임을 포착한 본사에서 압박이 엄청 들어온다. 이번 전국택배노조를 설립하면서 나를 비롯해 주변 기사들 모두 보이지 않는 압박을 받았다.

-본사에서 노조 탄압 움직임을 보였다는 말인지.
그렇다. 일단 내가 몸담았던 대리점이 지난 달 갑작스레 문을 닫았다. 사장이 개인적 스트레스를 이유로 댔지만, 사장이 그만둬도 경력이 쌓인 기사는 다른 대리점으로 배치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나를 비롯해 7명의 기사 모두 계약해지 당했다. 사실상 보복성 해고를 당한 셈이다. 복직도 안 된다.

▲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위원장.<김현수 기자>
-7명의 기사 분 모두 노조 설립에 힘을 보태는가.
4명만 노조 설립에 가담하고, 나머지 3명은 아무런 연관도 없었다. 연대책임을 물은 것이다. 회사에서는 우리를 하나의 본보기로 삼으려고 한다. 앞으로 소속 기사나 동료가 노조에 가입하려 하면 주변에서 자체적으로 저지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빠져나간 구역에는 회사가 서울 지역 200명 정도의 기사들을 순환 근로시켜 물량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숙련된 기사 다수를 갑작스레 고용해지 하고 조를 짜서 순환근로를 시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처사다.

-수수료와 노동 강도 문제가 해결되면 고객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나.
서비스의 질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올라갈 것이다. 하루 150개 처리하는 사람과 250개 배달하는 사람은 태도부터 다르다. 250개 처리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고객전화를 안 받는다(웃음). 안전하다 싶으면 문 앞에 물건을 놓고 간다던가 본인의 방식대로 빠르게 물량을 처리한다. 그러다보니 물건이 없어지고 잘못 배달되는 것이다.

150개를 처리하는 기사는 고객과 일일이 다 통화한다. 평균 3분이면 전화 2통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고객과 접점이 생기고 직업정신도 더 강해진다. 고객 서비스 향상은 고객과 본사의 요구일 뿐만 아니라 택배기사의 요구이기도 하다.

-택배노조와 위원장의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택배기사를 ‘평생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택배는 나름의 보람이 있다. 내가 노력한 만큼 가져가는 시스템이라 다들 열정이 있다. 문제는 여건이 갈수록 안 좋아져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이다. 숙련된 기사 양산은 택배업 전체의 질적 향상을 이뤄내 모두에게 이득이다. 전국의 택배기사들이 적정한 운임과 적정한 근로시간을 보장받는 것이 우리의 최종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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