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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하자보수 아닌 공사현장 수준… 수원시 “사람이 살 수 없는 아파트”
[르포] 대림산업, ‘광교 테라스’ 가보니… “원칙·약속·기본 없었다”
2017. 03. 10 by 범찬희 기자 nchck@naver.com

 

▲ 경기도 수원 광교 신도시에 위치한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테라스' 입구의 모습. <시사위크>

[시사위크 | 경기 수원=범찬희 기자] 스스로 ‘보수적’임을 자처하는 대림산업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고급주택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테라스를 아파트(수원 광교 ‘e편한세상 테라스’)에 접목하는 ‘아주 특별한 실험’에 나선 것. 하지만 어째 곳곳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출발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심각한 하자 논란에서부터 이에 따른 입주예정자들의 반발, 급기야 수원시는 해당 아파트에 대해 사용승인신청 취하 결정까지 내렸다. 도대체 대림산업의 야심작, 수원 광교 ‘e편한세상 테라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현장을 기자가 직접 찾았다.

◇ 1호 테라스 하우스… 입주일 지나서도 ‘쿵쾅쿵쾅’

동장군의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9일 아침, 서울역에서 수원으로 가는 광역급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질러 약 50분 가까이를 달리다 보니 어느덧 차량은 영동고속도로 진입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렇게 10여분을 더 달리니 목적지 부근임을 알리니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인근 분위기는 한산했다. 드문 인적과 깨끗하게 정돈된 도로, 주변에 빼곡히 들어선 고층 아파트는 이제 막 도시의 틀이 갖춰진 동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얼마쯤 걷자 최종 목적지가 눈에 들어왔다. 저만치서 ‘e편한세상 TERRACE’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회색빛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포스’에서 고급 아파트의 기운이 풍겼다. 인근 부동산 업주는 “프리미엄이 붙어 최소 평수인 32평형은 7억원까지, 최대 평수인 102평형은 14억원까지도 매물이 나간다”고 귀띔했다.

▲ 입주일이 지난 9일에 찾은 수원 광교 테라스 곳곳에서는 내부 공사가 진행 되고 있었다. 거실 작업 중인 인부들과 차가운 시멘트 바닥과 벽면이 훤히 드러나 있는 현관의 모습. <시사위크>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는 대림산업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테라스형 아파트다. 지하 1층~지상 4층의 빌라형 규모로 총 35개동에 576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단독 주택의 독립성과 아파트의 편안함이 더해졌다는 기대감 속에 2015년 7월 분양 당시 나흘 만에 완판 되면서 청약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대형건설사가 시공한다는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정작 입주예정일(2월 28일)이 가까워지면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사전심사에서 심각한 하자를 발견한 입주민들이 단체로 ‘입주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당초 일부 언론에 따르면 화장실 벽에 금이 가거나 시멘트가 깨져 있었고, 심한 곳은 집안 골조가 휜 곳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수원시는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입주민들의 목소리를 받아 들여, 대림 측이 제출한 사용승인신청을 취하하는 결정을 내렸다.

현장은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보다 심각해보였다. 통상적인 하자보수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기자의 눈에 들어온 아파트의 광경은 공사현장 그 자체였다. 실제 단지에 가까워지자 이곳이 ‘미완성 아파트’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곳곳에서 공사 중임을 알리는 굉음이 들려왔고, 요란한 드릴 소리는 어느 한 건물에서가 아닌 단지 전체에 울리고 있었다. 시공사인 대림산업에서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입주를 환영 합니다’라는 현수막 아래로 형광 조끼와 ‘대림산업’ 안전모를 쓴 직원들이 주차장 출입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 하자 구간임을 표시하는 주황색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입구와 테라스에서 자재를 옮기고 있는 인부의 모습. <시사위크>

입주일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단지에는 인부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역할에 맞는 각종 공구로 채비하고 테라스와 조경, 난간 등을 조성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런 광경이 익숙하기라도 한 듯 그 옆으로 초등학생 무리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등교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약 23세대가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거주하고 있다. 입주 예정일에 맞춰 기존 거주지를 매매하는 등의 이유로 거처를 잃은 일부 가구가 입주를 마친 상태다.

단지에서 만난 한 입주 예정자는 “(입주가 늦어져) 속상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렇게 된 상황에서 시공사를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사가 완벽하게 해준다면 더는 바랄게 없다”고 말했다.

유난히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한 동에 들어가 봤다. 현관문이 열린 1층의 한 세대에 하자 구간임을 알리는 주황색 포스트 잇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입구에서 한 남자에게 말을 걸자 자신을 “집 주인”이라고 밝힌 그는 “여기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옆 건물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리로 가보시라”라고 기자를 안내(?)했다.

옆 동으로 발걸음을 돌리자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창문 밖에서 본 한 세대의 상황은 ‘공사현장’과 다를 바 없었다. ‘하자보수’라고 말하기에는 공사의 규모가 너무 컸다. 이런 상황인 세대가 적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사용승인을 받으려 한 대림산업의 의중을 헤아리기 힘들었다.

▲ 단지 조경과 테라스 작업 중인 인부들의 모습. <시사위크>

◇ 사용승인 반려… 수원시, “사람이 살 수 없는 아파트”

현장에 상주 중인 대림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공기가 지연된 부분에 대해서는 고객들께 미안하다. 그렇다고 지금 입주가 불가능한건 아니다. 입주민들이 들어와 있다는 건 공사가 어느정도 마무리 됐다는 의미”라면서 “회사가 파악하고 있는 하자율은 세대 당 4건으로 약 23%정도다. (기자가 목격한) 상태가 심각한 곳은 입주민 개인적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곳이 아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택 인허가권을 가진 수원시 측 설명은 조금 다르다. 시가 파악한 광교 테라스의 상태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과거 준공허가는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용승인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기준치가 많이 내려갔다. 그럼에도 사용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건 ‘사람이 살 수 없는 정도의 아파트’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공기가 한 달 가까이 지연된 원인에 대해서는 “대림산업이 까다로운 공정이 필요한 테라스 아파트를 처음 짓다 보니 공기 계산을 잘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논란의 중심에 선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 시공사인 대림산업 측은 “뭐라 말씀 드리기 힘든 부분”이라면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이번 달 안으로 입주를 마칠 수 있도록 마무리 공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선대 회장부터 ‘원칙‧약속‧기본’을 경영 철학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기자가 방문한 현장엔 ‘원칙‧약속‧기본’이 없었다. 과연 ‘테라스 하우스’의 꿈에 부풀어 있던 576세대는 상처받은 보금자리의 낭만을 되찾을 수 있을까. 대림산업의 ‘원칙‧약속‧기본’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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