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롯데면세점 명동점 11층이 한산하다.<시사위크DB>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관광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면세점이 사드 보복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정부가 15일 자국 단체 관광객에 방한 금지령을 내린 이후 시내면세점은 곧장 타격을 입었다. 유커가 줄지어 서있던 화장품 매장 코너는 이젠 손님보다 직원 수가 더 많다. 한 때 중국인으로 북적거리던 명동 부근 면세점 두 곳의 ‘현주소’를 기자가 확인해봤다.

 

◇ 바닥 안보이던 매장… 이젠 손님보다 직원 많아

2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이 평소와 달리 고요한 개장 분위기를 맞았다. 국산 화장품이 대거 포진한 11층 매장엔 30명가량의 개별 관광객(싼커)들만 일부 눈에 띈다. 한 때 인기 있는 브랜드 매장 앞에 20명 안팎의 유커(단체 관광객)들이 라인을 따라 줄을 서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엘리베이터 부근도 한산하긴 매한가지다. 왁자지껄하게 대화를 나누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만원’을 이루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4~5명의 일본인 개별 관광객들과 함께 수월하게 탑승한 엘리베이터 내부는 유독 공간이 넓게 느껴졌다.

면세점 내 입점해 있는 매장들은 사드 절벽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었다. 이날 면세점 내에서 만난 한 화장품 매장 매니저는 “이미 관광상품을 예약해 국내에 들어와 있던 분들을 제외하면 새로 들어오는 유커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달 들어 매출은 작년과 비교해 약 80% 하락했다”고 밝혔다.

 

▲ 오후에 다시 찾은 롯데면세점 11층 화장품 코너에 여전히 손님이 드문드문 보인다.<시사위크DB>

자리를 옮겨 10층 해외 브랜드 매장에 들어서자 복도에 손님이 드문드문 보였다. 코너마다 배치된 직원들은 하릴없이 지나가는 손님을 바라보거나 진열대를 다시 청소하는데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평소 긴 대기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고급 해외브랜드 매장도 이날은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 해외 브랜드 매장 관리자는 “중국 관광객들은 씀씀이가 커 흔히 ‘큰손’으로 불린다”며 “가격대가 높은 고급 제품을 한꺼번에 다량 구매하기 때문에 객단가가 높은 큰 손님이라, 놓치기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권 변화에 따라 사드 배치 문제도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는 뒷말이 이어졌다.

◇ 중국인 매출 80%… 고객 다변화 ‘숙제’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중국 정부와 반한감정의 집중 표적이 됐다. 급기야 최근 롯데면세점은 ‘롯데’ 로고가 없는 무지 비닐백을 도입해 제공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사실 중국인이 많이 몰리는 화장품 코너는 과장해서 ‘바닥이 안 보인다’고도 말한다”며 “그러나 최근 사드 여파로, 지난 주말(18~19일) 총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줄었고 이 중 중국인 매출은 30%의 낙폭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쇼핑백은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고, 요청이 있는 중국 소비자에 한해 개별적으로 대체해 제공하고 있다”며 “100명당 1~2명이 요청을 하고, 통관 과정에서 혹시 모를 잡음을 피하기 위해 제공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 21일 신세계백화점 명동점 9층 모습.<시사위크DB>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명동점으로 자리를 옮기자 상황은 비슷했으나, 내부 직원들은 사드 및 중국인 감소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였다. 한 매장 매니저는 “내부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관련해 인터뷰 등을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더 이상의 언급은 힘들다”고 자리를 피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인터뷰 금지 지침을 내린 것은 아니고, 다만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보고하도록 한다”며 “2월까지만 해도 매출에 큰 변동이 없다가, 이달 15일 이후 매출이 직전주보다 약 35% 줄었다”고 밝혔다.

위기에 처한 면세점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에 분주하다.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고객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내국인 전용 행사를 개최하거나, 현지 항공과 MOU를 체결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고객층을 다변화 시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관광, 면세점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 대해 중국이 치졸한 방법으로 보복조치를 행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력은 개탄스러운 수준이고, 언제든지 다른 보복조치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 의존도를 줄여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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