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한국유치원 총연합회 사립유치원 교육자대회에 참석해 교육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안 후보의 뒤에 걸린 현수막에는 '대한민국 유아교육! 사립유치원이 책임집니다' 문구가 적혀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병설 유치원 설립을 자제하겠다?”

논란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의 ‘대형 단설 유치원 설립 자제’ 공약이 ‘병설 유치원 설립 자제’로 잘못 알려지면서부터 시작됐다. 안 후보는 11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립유치원교육자대회에 참석해 “저는 대형 단설유치원 설립은 자제하고, 사립 유치원에 독립운영을 보장하고, 시설 특성과 그에 따른 운영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의 소음으로 일부 언론이 ‘단설’을 ‘병설’로 잘못 보도했다. ‘맘카페’라 불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안 후보가 국·공립 유치원을 줄이려고 한다”는 오해가 불거졌다.

안철수 후보 측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캠프는 ‘병설’을 ‘단설’로 바로잡아달라는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안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행사에서 말씀드린 취지는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보도와 달리 병설 유치원은 늘리겠다는 뜻”이라며 병설 유치원 학급 6,000개 추가 설치, 공립 유치원 이용률 40%로 확대 등을 약속했다.

안 후보는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거리가 멀어 통학의 어려움이 생기는 등 학부모 친화적이지 않고” “여러 가지 국가재난 상황에 대한 대응이 어렵고” “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한 맞춤형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주위의 작은 유치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논란은 더 확대됐다. 안 후보가 설립을 자제하겠다고 말한 ‘대형 단설 유치원’ 역시 공립 유치원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공립 유치원 신설을 줄이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에서는 논평을 내고 “학부모들이 가장 보내고 싶어 하는 곳이 ‘단설’ 유치원인데 안 후보는 국공립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건가. 전체 유치원 중 3.4%에 불과하지만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공립 단설 유치원의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의 한 위원은 “애초에 단설 유치원이 몇 곳 없기 때문에 통학 거리가 멀 수밖에 없는 것인데 거리가 멀기 때문에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논평을 내고 “단설 유치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소하면 될 일이지 단설 유치원을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일갈했다. 병설 유치원의 한 종사자는 통화에서 “아무래도 병설 유치원은 초등학교 내에 있으니 주변 동네에 있는 아이들이 다니기 좋다. 대형 단설 유치원을 제재할 게 아니라 그냥 병설 유치원 학급 수만 늘리면 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말한 ‘대형 단설 유치원’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불분명하다. 단설 유치원 종사자는 통화에서 “대형유치원, 소형유치원 기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상대적으로 학급수를 따져 봤을 때 좀 크다 싶으면 대형으로 분류하고 그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유치원’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안 후보의 주장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모들의 단설 유치원에 대한 선호도는 병설이나 사립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단설은 별도의 건물을 갖추고 있고 전문 유아교육을 수료한 원장이 운영한다. 초등학교 내에 설치돼 초등교육을 이수한 초등학교장이 원장을 겸하는 병설보다 선호도가 높은 이유다. 사익을 추구하는 구조인 사립 유치원 역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낮다. 하지만 단설 유치원의 경우 별도의 부지 및 신축비용이 필요하다는 특성상 전체 공립유치원 4,673개소 중 5.8%(271개소)(2015년 기준)에 불과해 경쟁률이 높다.

안 후보가 유치원 공약을 발표한 장소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 후보가 참석한 행사는 ‘사립유치원교육자대회’였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사립유치원 종사자들이었다. 행사장 곳곳에는 ‘공립 신·증설 즉각 중단하라’ ‘공·사립 차별 반대’ ‘국민세금 먹는 공립’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만3세부터 유치원 공교육화’를 주장하고 있는 안 후보가 유치원 공약을 발표할 만한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안 후보는 이날 행사에서 “여기 계신 사립유치원 많은 분들이 공교육의 중요한 기둥들”이라며 “만3세부터 2년간 유치원 공교육화에 대해 걱정이 많으실 텐데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결정되고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제 임기 내에 끝나지 않는 장기적 계획이다. 일방적 추진이 아니다”고 참석자들을 달래기도 했다.

안 후보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유치원 발언’ 파문과 관련해 “저는 누구보다 앞서 만3세부터 유치원 공교육화를 하겠다고 했다. 큰 틀에서 보면 학부모들이 걱정보다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며 “만3세부터 유치원은 모두 공교육화 된다. 거기에 모든 답이 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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