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당 의석순에 따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기호 1번을 달게 됐다. 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순이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19대 대선 레이스에 막이 올랐다.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되면서 1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그 첫 번째 격돌은 선거벽보다. 유권자들의 시선을 붙들기 위한 후보 간 치열한 전략이 벽보에 담겼다. 후보자의 표정과 슬로건, 글자의 크기와 모양까지 캠프 측의 의도를 반영한 셈이다. 때문에 선거판에선 벽보를 3초의 예술이자 한 장의 미학으로 불린다.

◇ 문재인 사진 보정, 안철수 당명 표기 생략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중점을 둔 것은 ‘정직’과 ‘시선 처리’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 보정을 하지 않았다. “흰머리 한 가닥, 잔주름까지 그대로 보이도록 했다”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특히 사진은 어느 각도에서도 문재인 후보와 눈을 마주칠 수 있다. 국민과 눈을 맞추며 문재인 후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든든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호소다. 그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민주당 측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패와 국정농단 사태로 분노한 국민들이 ‘이게 나라냐’고 질문한 데 대한 응답이자 “나라를 나라답게 하자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후하면서 믿음직한 이미지, 국민을 향한 따뜻한 이미지, 늘 국민과 시선을 맞추는 대통령을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후보는 넥타이의 색깔을 다른 남성 후보들과 달리 당색과 무관한 체크 무늬로 택했다.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착용한 이후 ‘승리의 넥타이’로 불러진 데서 영감을 받았다. 국민이 승리하고, 대한민국이 승리한다는 뜻을 담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벽보에서도 과감한 결단력을 보였다. 당명 표기를 생략하고,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대신 경선 현장 사진을 사용했다. 사진에서 상반신을 전부 드러낸 안철수 후보는 어깨띠에 슬로건인 ‘국민이 이긴다’를 포토샵을 이용해 넣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측은 메시지를 최대한 간명하게 해 안철수 후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의도로 설명했다. 어깨띠에 ‘국민’이 들어간 만큼 당명을 굳이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안철수 후보가 강조한 것은 ‘승리’다. 주먹을 쥔 채 팔을 곧게 뻗은 안철수 후보의 ‘V’자가 이를 형상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V자는 안철수 후보의 이력을 표현한다. 안랩에서 만든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V3을 의미하고 있는 것. 국민의당 측은 ▲변화와 혁신을 통한 미래 ▲기존 정치와 차별화된 새로운 정치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강한 의지 ▲가짜가 아닌 진짜 안철수를 콘셉트로 내세웠다.

◇ 홍준표의 안정감 VS 유승민의 역동성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벽보에서도 보수 적자 경쟁을 이어갔다. 홍준표 후보는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으로 결연한 의지를 전달했고, 이에 유승민 후보는 ‘보수의 새희망’으로 맞받았다. 특히 유승민 후보는 ‘당당한 서민 대통령’을 표방한 홍준표 후보와 달리 서울대 경제학과, 미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국회 국방위원장 등의 경력을 기술해 안보·경제 전문가다운 이미지를 어필했다. 홍준표 후보가 안정감을 강조했다면 유승민 후보는 정장 상의 재킷을 벗은 셔츠 차림으로 역동성을 살렸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의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을 꿈꿨다. 구로공단 미싱사 등 노동운동 경력을 넣은 게 특징이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안전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세월호 배지를 달았다. 사진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대신 시민들과 함께 있을 때 촬영된 사진으로 대체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