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시간 단축 설명하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모두 노동시간 단축 공약을 꺼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물론이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법정노동시간 주 52시간 준수를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나아가 주 35시간을 공약으로 걸었다.

현행 근로기준법 50조는 주당 40시간, 일일 8시간 이내로 근로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51조 ‘탄력적 근로시간제’ 규정에 따라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할 경우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가 가능하다. 각 후보자들의 대선공약은 이 같은 법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 후보자들 대부분 68시간 → 52시간 단축 공약

그럼에도 대선후보들의 주 52시간 노동시간 공약을 ‘단축’이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1주’에 대해 그간 정부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했었다. 즉 주 5일 최대근로시간이 52시간이고 토·일은 예외라는 의미다. 이 같은 행정해석에 따르면, 토·일을 포함한 최대근로시간은 68시간까지 늘어난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주말까지 ‘1주’에 포함시켜 7일간 근로시간을 52시간 내로 준수하겠다고 약속한 데 의미가 있다.

▲ 2015년 기준 OECD가 발표한 국가별 연 평균 근로시간. 한국은 멕시코 코스타리카와 함께 높은 근로시간을 기록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여유로운 삶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부수적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은 일하는 사람에게는 저녁과 휴일, 그리고 휴가를 보장하고 일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정책”이라며 “주 68시간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주 52시간 법정노동시간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근로시간을 임기 내 연 1800시간대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사실 국내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이 높은 편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2015년 기준 OECD통계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멕시코(2246시간), 코스타리카(2230시간)에 이어 세 번째다. 이는 디폴트 사태를 맞은 그리스(2042시간) 보다 많았고, 미국(1790시간)이나 일본(1719시간), 회원국 평균(1766시간)과 비교해 차이가 컸다.   

◇ ‘꼼수’ 근로시간 단축 안 돼,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더 중요

이에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 대선의 화두 중 하나로 ‘저녁이 있는 삶’이 올랐던 것이 그 방증이다. 때문에 당시 야권의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후보는 물론이고 박근혜 후보까지 이를 공약으로 걸었다. 또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드라이브를 걸었던 노동개혁 5법에는 ‘근로시간 단축’이 포함돼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 기업경영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 52시간 준수’를 합의하자 기업 측의 반발이 거셌다. 당시 한국경제연구원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부담 비용으로 약 12조3,000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소기업협의회는 “30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99%인데 중소기업에 더 큰 부담”이라는 논리로 반대했었다.

물론 ‘주 68시간 근로’라는 정부의 행정해석이 애당초 잘못됐고, 추가적인 ‘인건비’ 등은 원래 기업이 부담해야할 몫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갑작스런 근로시간 단축과 대선후보들이 공약한 최저임금인상 등이 실시될 경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당장 어려움을 겪는 것도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패키지로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개정하는 ‘꼼수’를 부렸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때문에 유권자들이 주의 깊게 살펴야할 대목은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구호 보다,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이다. 예상되는 중소기업피해에 대한 대책, 기업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 등을 통해 후보자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동5법 검토를 했었던 야권의 한 보좌관은 “‘근로시간 단축’을 한다고 하면서 파견직과 계약직 등 ‘저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꼼수를 부린다면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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