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야4당 대표를 만나 국정운영 협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당 대표 권한대행,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났다.<뉴시스>

[시사위크=신영호 기자] 조선의 제22대왕 정조는 학자 군주로 알려졌지만, 노련한 정치가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역사 속 인물이기도 하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사지로 몰고 자신의 즉위를 막은 반대파 일부를 국정운영에 끌어들이면서 정치 보복을 최소화한, 그러면서 결국 왕권을 강화한 정치9단으로 평가받는다.

 

정조의 탕평책은 지금으로 치면 강성야당격인 노론벽파의 영수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 편지에서 일부 엿볼 수 있다. 정조와 심환지는 편지를 매개로 물밑에서 국정과제를 사전 조율했다. 인사와 정책 등 국정과제 논의를 어떻게 할지, 특정 사안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사후 처리와 수습은 어떤 식으로 할지 서로의 속마음을 미리 주고받았다. 이렇게 군신 간에 주고받은 편지는 1796년부터 1880년까지 4년간 모두 299통이다.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끌어들이려는 정조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와 마찬가지로 당파 화합을 위해 신하들과 자주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문재인 협력정치 키워드는…탕평 인사·여의도 정치 중시
조각 시 지역 정파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등용
야당과의 대화 정례화·직접 설득·정보 공유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국회에서 공식 취임식을 갖기 전 원내 4당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여의도 당사를 방문한 데 이어 국회로 이동해 바른정당·국민의당·정의당 당 대표실을 차례로 들렀다. 문 대통령은 정우택 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만나 국정운영 협력을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눌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협치’는 통합정부로 표현된다. 문 대통령이 그리는 통합정부는 청와대와 내각, 그리고 국회가 국정운영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책임을 지는 원리로 운영된다. 예를 들면 국정원의 국가 안보 브리핑을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게도 제공해 초당적 협력 기틀을 다지는 식이다. 이런 방식이 경제 등 전 부문으로 확대되면 협력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합정부를 이끌 적임자들을 가려 뽑을 때 탕평(蕩平)책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며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했다. 특정 지역 출신과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요직을 독차지 했던 과거 인사 폐단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가이드라인은 이미 공개돼있다. 문재인 캠프 통합정부추진위원회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제시했다. 이 경우 국민의당, 정의당, 바른정당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 등 재야인사가 새 정부의 협력대상이 된다. 반면 자유한국당 친박 세력은 소외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 통합정부 성패 문재인 정치 스타일에 달려

탕평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민주당 정부바람대로 대탕평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합한 인재들로 구성된 드림팀을 띄우는 것과 더불어 국정운영 과정에 탕평의 원리를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정 사안 사안마다 행정부와 국회가 입장이 갈리고 집권 세력 내부가 분열 양상을 보일 때 이견 조율을 못하면 탕평의 취지가 엷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치 스타일’이 중요한 이유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중시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하면 모든 것이 풀린다. 그 이상의 정무감각이 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을 직접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선시대 정조 왕의 탕평책 중 편지 정치는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말했다.

박상철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장점은 인재영입을 잘한다는 것이다. 그 뜻은 타인과의 대화를 철저히 한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 의외로 잘 풀릴 것”이라고 했다.

박영선 의원은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분들은 당적과 상관 없이 대통령께서 가슴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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