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 여전히 지지부진
건설사들, 대국민 약속 ‘공염불’

▲ 지난 2015년 8월 대형건설사 대표들이 공정경쟁과 준법경영 실천을 다짐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건설사들의 대국민 약속이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가 건설사들에게 담합 입찰제한에 면죄부를 주는 조건으로 2,000억원 규모의 재단 설립을 약속했지만, 기금 마련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단을 진두지휘할 수장자리마저 반년 째 공백으로 남아 있어 재단 운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 150억원 기탁 약속하더니… 국감 지나자 ‘없던 일’

47억원. 29일 본지가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를 비롯한 대한건설협회, 국토부 등 유관기관을 통해 확인한 해당 재단에 모인 금액이다. 당초 건설사들이 약속했던 모금 목표액인 2,000억원의 2.3%에서 1년 넘게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재단이 설립된 건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건설사들의 담합 입찰 제한 조치를 해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정부가 4대강 담합에 연루돼 관급공사 입찰참여가 제한돼 있던 건설업체에 광복절 특사로 면죄부를 주자 기업들은 사회공헌재단 설립을 약속했다.

특사 혜택을 받은 그해 8월, 10대 건설사를 포함한 70여개 건설업체 대표들은 ‘건설업계 자정결의 및 사회공헌 사업 선포식’을 열고 “올해 2,000억원 규모의 공익재단을 출범시켜 사회공헌 사업을 확대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단 설립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해를 넘긴 지난해 1월이 돼서야 재단이 출범했다. 재단 설립은 시작에 불과했다. 가장 중요한 돈이 모이지 않았다. 건설사들의 눈치보기가 이어지면서 사회 공헌 활동과 재단 살림에 사용될 자금이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47억원 가량이 겨우 초기자금으로 조성됐다.

연말이 다가오자 추가 편성에 대한 얘기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국정감사 시즌이 가까워오자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부랴부랴 재단 운영비를 출연할 것을 공헌했다.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됐다. 빅5 건설사 가운데 3곳이 연내로 50억원, 이듬해에 100억원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와 건설업체간 잡음도 새어 나왔다. 재단 설립이 건설사들의 자발적 의사에서가 아닌 국토부의 외압에 떠밀려 추진된 사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토부가 “업계 이미지 개선을 위해 출연을 독려한 것은 사실이나 외압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일단락 됐다.

◇ ‘선장 잃은 재단’… 이사장 공백 사태 5개월 째

이로부터 다시 8개월 가까이가 흐른 현재, 재단에 모인 기부금 총액에는 변동이 없다. 지난 연말 대형사 3사 각자가 약속했던 기부금 50억원은 끝내 모이지 않았다. 예정대로라면 재단 운영비는 최소 200억원에 이르러야 했지만 단돈 1만원도 증액되지 않았다. 재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건설사들이 재단에 기부한 금액은 재단 설립 초창기에 모였던 47억원 그대로”라며 “이 가운데 10억원 가량이 주거환경, 공공시설 개선과 일자리 창출, 재난재해 긴급 복구 자금 등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관계 부처인 국토부는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약속한 부분이라 국토부가 나서서 자금 출연을 강제할 수 없는 일”이라며 “건설협회나 관련 단체 등을 통해 계속해서 독려할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형사 관계자는 “업황 전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국토부와 대한건설협회의 등살에 떠밀리다 시피하면서 재단에 수억원을 기탁하기란 솔직히 쉽지 않다”면서 “특히 지난해에는 대한건협의 대관기능이 원만히 작동하지가 않아 약속했던 추가 기금을 출연하는 데 엇박자가 났다. 올해 새 정부에는 협회의 대관 채널이 부활해 재단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원만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이 넘어야 할 산은 단순히 돈 문제뿐 만은 아니다. 재단의 수장격인 이사장 자리가 5개월째 공백사태를 맞고 있다. 지난 12월 초대 이사장인 이상대 전 삼성물산 부회장이 개인사유로 갑작스레 자리를 떠나, 명지대 교수인 김명환 부이사장 직무 대행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재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없다”면서도 “다음달 안으로 공백인 이사장 자리가 체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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