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소방헬기 도입’ 중앙119, 최종 구매규격서에 주요 임무장비 일부 삭제

▲ 대형헬기(2대) 도입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앙119가 임무장비 중 일부를 빼고 구매를 진행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국민안전처 중앙119구조본부 /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대형헬기(2대) 도입 사업을 추진중인 중앙119소방본부가 최초 규격서에서 제시한 주요 임무장비와 부품 목록 일부를 삭제한 뒤 최종 입찰공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인명구조 및 응급환자 후송에 필요한 EMS KIT를 비롯해 소화용 물주머니(밤비버킷 Bambi bucket), 야간비행 수색지원장비(EO/IR) 등 기본 임무장비가 최종 구매규격서에서 대부분 삭제되거나, ‘장착을 위한 준비(Provision)’ 등으로 내용이 변경된 것이다. 중앙119는 해당 장비들을 추후 별도 구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최종 규격서에서 일부 장비 삭제·변경 ‘왜’

국민안전처 산하 중앙119구조본부(이하 중앙119)는 대형 소방헬기 2대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해당 사업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에 걸쳐 대형헬기 2대를 들여오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다. 대당 480억원 규모로, 총 960억원이 투입된다. △인명구조 및 응급환자 이송 △항공 수색 및 구조활동 △공중소방 지휘통제 및 소방에 필요한 인력·장비 운반 등을 목적으로 한다. 새로 들여오는 대형헬기는 신설된 호남 및 충청·강원119 특수구조대에 각 1대씩 배치할 예정이라는 게 중앙119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중앙119는 지난 3월 2일과 23일 두차례에 걸쳐 조달청 나라장터에 대형헬기 규격서를 공고하고 업체들에 견적제출을 요청했다. ‘규격서’는 중앙119가 구매하고자 하는 헬기의 기본사양(스펙)과 필요장비 등을 적시한 것으로, 관심 업체들은 해당 규격서를 통해 공급단가를 중앙119에 제출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그런데, <시사위크> 취재 결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견적요청의 규격서가 서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3월 2일 진행된 1차 견적요청 당시 규격서(이하 최초 규격서)에 포함됐던 장비와 부품 일부분이 삭제된 채 2차(3월 23일) 견적요청이 진행됐고, 이를 최종 규격서로 확정한 뒤 5월 18일 입찰공고를 낸 것이다.

▲중앙119는 최초 규격서에서 임무장비 중 하나인 <응급의료용장비(EMS)신속전환식키트 : 1세트>를 명시했다. 그러나 최종 규격서에는 <응급의료용장비(EMS)신속전환식키트 장착을 위한 준비(배선설치)>로 변경, 사실상 삭제했다. <중앙119 대형소방헬기 규격서 갈무리>
▲ 밤비버킷(Bambi bucket)은 이른바 물주머니로, 화재진화에 절대적인 장비 중 하나다. 중앙119는 최초 규격서에 이를 포함시켰지만, 최종 규격서에는 <화재진화장비 장착을 위한 준비>로 변경했다. <중앙119 대형소방헬기 규격서 갈무리>

우선 최초 규격서에는 임무장비 중 하나인 <응급의료용장비(EMS)신속전환식키트 : 1세트>를 명시하였으나, 이후 진행된 2차 견적요청에서는 <응급의료용장비(EMS)신속전환식키트 장착을 위한 준비(배선설치)>로 규격서 내용이 변경됐다. 쉽게 말해. EMS kit를 추후 장착할 수 있도록 배선만 설치해달라는 요구로 최종 규격서를 변경한 것이다.

이외에도 △광학/열상장비(EO/IR)을 비롯해 △화재진화장비(밤비버킷 Bambi bucket) 등이 최초 규격서와 달리 <~장착을 위한 준비>로 최종 규격서 내용이 변경됐다. 광학/열상장비(EO/IR)는 야간 및 악천후 비행을 위한 수색지원 장비다. 이것들은 소방헬기 임무를 수행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장비로 알려져 있다. 밤비버킷(Bambi bucket)은 이른바 물주머니로, 화재진화에 절대적인 장비 중 하나다.

◇ 중앙119 “예산절감 차원, 추후 별도구매 계획”

특히 △NVG(야시경) △구명보트 △냉방장치 △지원장비 △수색구조용 무선통신장치 △예비부품 및 특수공구류는 최종 규격서에서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NVG(야시경)과 수색구조용 무선통신장치은 ‘임무장비’, 구명보트와 냉방장치는 ‘기본장비’에 속한다.

헬기 운용 및 안전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안인 ‘교육인원’ 역시 대폭 축소됐다. 최초 규격서에는 <조종사 12명(교관과정 4명, 시험비행과정 4명 포함), 정비사 6명(정비사 교육 과정), 운용자 6명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고 명시하였으나, 최종 규격서에는 <조종사 8명, 정비사 6명(정비사 교육 과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로 교육 대상 인원이 대폭 줄었다.

중앙119는 장비를 별도구매하는 것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중앙119는 <시사위크>에 보낸 공식 답변서를 통해 “(장비) 별도 구매시 예산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검토되었으며, 실제 예산절감 효과 정도는 계약시 산정 가능하다”며 “(규격서에서 삭제된 장비의 경우) 대형헬기 도입 예산한도 내에서 별도사업으로 2019년 구매하거나 기존에 보유중인 장비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입찰공고에 따르면 중앙119는 전체 예산 960억원 중 헬기구매를 위한 비용으로만 약 7,451만8,725달러(6월7일자 환율 1,124원 기준 한화 약 838억원/VAT 제외금액)를 배정했다. VAT를 포함하면 6월 7일 기준, 한화 약 920억 규모가 헬기 구입예산으로 배정된 셈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가 헬기 2대 장비 구매를 위한 예산이다. 배정금액은 예산 범위 내에서 환율 변동에 따라 변경된다.

업체들로부터 1차 견적서를 제출받은 이후 규격서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견적서를 받고 보니 예산이 크게 초과된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이에 따라 최종 규격이 변경된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앙119는 960억원 예산과 필요규격에 맞는 ‘헬기 완제품’을 찾는 대신, 일부 장비를 빼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엄밀히 말하면, ‘예산절감’ 차원이라기보다 ‘대형헬기’를 도입하기 위해 예산에 맞춰 임무장비 등을 제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중앙119는 그동안 다수의 인명구조 및 다목적 임무수행 등을 이유로 ‘대형헬기 구매’를 고려해왔다.  

업계 전문가들도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한다. 헬기는 자동차와 달리 일부 장비나 부품을 별도 구매해 취향에 맞게 장착하기가 녹록지 않아서다. 최대한 완제품을 구매한 뒤 추후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품 등을 구매하는 경우는 있어도 미리 장비 일부를 뺀 뒤 헬기만 사들이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대형헬기(2대) 도입 사업을 추진중인 중앙119소방본부가 최초 구매규격서에서 제시한 주요 임무장비와 부품 목록을 삭제한 뒤 최종 입찰공고를 냈다. 인명구조 및 응급환자 후송에 필요한 EMS KIT를 비롯해 소화용 물주머니(밤비버킷 Bambi bucket), 야간비행 수색지원장비(EO/IR) 등 기본 임무장비가 최종 입찰 규격서에서 대부분 삭제되거나, ‘장착을 위한 준비(Provision)’ 등으로 내용이 변경됐다.

특히 중앙119는 최종 규격서에서 일부 임무장비 등을 변경하거나 삭제한 것에 대해 “내·외부 검토회의를 거쳐 최적의 기능과 효율성을 고려하여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인원 조정 역시 "내·외부 전문가 검토회의에서 의견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앙119가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업체들로부터 1차 견적서를 제출받은 이후 이뤄진 규격조정회의에는 위원장 포함 내부위원 10명만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주요 장비가 삭제된 최종 구매규격서가 확정됐다.

중앙119는 대형헬기의 ‘도입 목적 및 배경’에 대해 ‘인명구조 및 응급환자 후송’을 주임무로 밝히고 있지만 소방헬기에 필수인 임무장비 및 운용부품 등을 규격에서 삭제하고 헬기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최적의 기능과 효율성을 고려하여 (규격을) 변경한 것“이라는 중앙119의 주장이 어느정도 설득력을 가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 긴박하게 진행된 대형헬기 구매 일정

물론 특정 장비나 부품의 별도구매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달청에 따르면, 완제품으로 들여오기 불가능한 상황이거나 필요부품(제품)의 생산업체가 틀릴 경우 분리발주(별도구매)를 권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앙119의 이번 입찰 관련해서는 “분리발주를 권고한 바 없다”는 게 조달청의 설명이다.

특히 헬기 특성상 부품이나 장비의 별도 구매시, 추가적인 인증과정 및 호환 등의 우려가 제기된다. 예컨대 중앙119가 최종규격서에서 삭제한 ‘냉방장치’의 경우, 헬기 내 냉방장치가 원활히 가동될 수 있도록 기체와 통합과정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일반 선풍기처럼 콘센트에 플러그만 꽂으면 작동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앙119는 “관련 인증과정 및 호환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부품 및 장비 장착 후 헬기제작사의 기능 확인, 기술지원 및 비행시험도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환율 변동에 따른 예산 초과 우려도 논란거리다. 중앙119 측은 공식답변서를 통해 “별도구매항목 선정시, 운송비 및 장착비 등 추가비용을 고려해 결정했다”며 “환율하락은 예산절감, 환율상승은 추가예산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환율문제로 인해 예산이 초과될 경우 추가예산 확보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당초 사업예산 반영 목적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헬기 구매 추진 과정이 매우 긴박하게 진행된 점도 뒷말을 낳고 있다. 중앙119는 3월 2일 오후 8시31분 1차 견적제출 요청을 공지하면서 마감일을 3월 6일 점심 12시까지로 한정했다. 근무일 기준으로 사실상 하루 정도의 기간만 주어진 셈이다. 2차 견적요청도 마찬가지다. 3월 23일 오전 10시 37분에 공지된 견적요청 마감일은 3월 24일 오전 10시까지였다. 근무일 기준 이틀, 누적시간으로 단 하루(24시간)에 불과하다.

항공기 전문가들은 중앙119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 헬기는 구매 특성상 복잡한 장비·부품 등을 고려하여 최소 일주일 이상의 견적 준비기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업체와의 사전협의 없이는 이런 터무니없는 견적제출 일정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중앙119의 대형헬기 구매 사업 입찰서 제출마감은 오는 6월 28일 오후 3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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