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천 의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보수가 더 궤멸됐다. (대표 출마는) 이것을 살리는 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은진 기자] 바른정당의 첫 전당대회에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진 정운천 의원은 “바른정당이 나가야 할 방향을 확실하게 정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좌우로 끌려가다 (당이) 궤멸될 수 있다”고도 했다. 당 대표 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며칠을 고민했던 정 의원은 “보수의 미래”를 위해 출마를 결정했다.

정 의원은 출마선언을 하기로 한 날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대청역에서 출발해 국회의사당역까지 지하철로 출근을 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시민들과의 ‘셀카’도 잊지 않았다. 자기 자신보다는 신생정당인 바른정당의 전당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부터가 중요했다. 그는 지하철역에서 “26일에 바른정당 전당대회가 있습니다. 국민 여론조사에 따라서 당 대표가 결정됩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십시오”라고 거듭 외쳤다.

바른정당 ‘탈당파’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일에 대해서는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대선 정국에서) 보수단일화, 보수통합을 하자는 차원에서 뭉쳤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후보가) 각각 지지율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였는데 갑자기 탈당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난 거기까진 아니다’는 생각에 빠져나왔다. 바른정당을 지키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의 ‘잔류’ 결정으로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시사위크>는 14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초선 같지 않은 초선’ 정 의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인터뷰 사진을 찍어야 하니 단정한 옷을 입는 게 어떻겠느냐는 기자의 제안도 거절하고 바른정당 유니폼인 하늘색 점퍼를 그대로 입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 정운천 의원은 14일 출마 선언을 앞두고 대청역에서 출발해 국회의사당역까지 지하철로 출근했다. <정운천 의원실 제공>

- 정운천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말해 달라.
“첫째는 정당정치의 실종을 살리기 위해서다. 호남지역에 보수 깃발을 꽂았는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보수가 더 궤멸됐다. (대표 출마는) 이것을 살리는 길 중 하나였다. 둘째는 보수개혁을 통합 협치·실용·민생으로 나가기 위해서다. 바른정당이 나가야 할 정체성과 방향을 확실하게 정해야 할 때가 됐다. 자칫하면 좌우로 끌려다가 궤멸될 수 있다. ‘협치’는 캐스팅 보트인 국민의당과 연대하는 방안이 있고.

‘실용’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공약 논란이 많다. 이젠 국내에서만 일자리를 확대해서 만드는 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어려운 얘기다. ‘한민족 세계화’로 대한민국이 전 세계로 나가야하는 때다. 전 세계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전체 에너지 생산 비중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그 중 10%를 농촌 태양광 발전소를 하게 되면 농민, 은퇴해서 귀농하는 분들 해서 50만 명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그 일을 강력하게 추진해서 실용정당으로서의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정운천이다.”

- 4·13 총선 당시 ‘셀카’ 선거운동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도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제가 아침에 출근하는 곳이 대청역이다. 대청역에서 지하철을 타서 고속터미널에서 환승해서 국회의사당까지 이 옷(바른정당 유니폼)을 입고 왔다. 지하철역에서 연설도 했다. ‘수고 많으십니다. 바른정당의 정운천 의원입니다. 26일에 바른정당 전당대회가 있습니다. 국민여론조사에 따라서 당대표가 됩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이렇게. 처음엔 약장수로 알았겠지만 (웃음) 아침 6시40분부터 한 시간 하니까 너무 붐비지도 않고 딱 좋더라. ‘셀카’도 당연히 찍었고 ‘꼬끼오’도 했고.”

‘꼬끼오’는 정 의원이 매 선거마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 외치는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다.

▲ 당 대표 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며칠을 고민했던 정운천 의원은 “보수의 미래”를 위해 출마를 결정했다. <김경희 기자>

- ‘꼬끼오’로 자신을 알리게 된 사연이 있나.
“예전에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때 선거 6개월 전에 (지역에) 내려갔다. 목표는 득표 20%였는데 죽어라 해도 안 되더라. 2주 밖에 안 남았는데도 7~8%였다. 두 자릿수 득표율을 올리는 게 목표였는데. 밤을 새우다시피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KBS 생방송 심야 토론회를 며칠 앞두고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는데 딱 떠오르더라. ‘칠흑 같은 어둠을 깨우는 건 새벽의 ‘꼬끼오’(닭 울음소리)다!‘ 그래서 토론회 1분 기조발언을 하는데 아무 설명도 없이 ‘꼬끼오’를 외쳤다. 전부 깜짝 놀랐지. ‘장닭이 새벽을 깨우듯이 전북의 새벽을 깨우기 위해 정운천이 왔다’고 절절하게 말했다. 그때부터 유세 때마다 ‘꼬끼오’를 외쳤다. 그리고 선거에선 18%를 얻었다.”

- 당 대표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선수나 전국적 인지도가 낮은 편인데.
“이번에 TV토론도 있고 권역별 토론회도 여러 번 있다. 그때 진면목을 보여드리겠다. 그리고 제가 다른 의원들보다 인지도가 떨어지지도 않는데(웃음). 장관도 했고 당 최고위원도 했다. 초선이지만 10년 동안 누구보다 ‘찐하게’ 살아왔다.”

- 바른정당 탈당파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당시에 탈당파들하고 보수단일화·보수통합을 하자는 차원에서 뭉쳤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양당이 지지율 10%도 안 되는데 이러면 되겠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갑자기 탈당으로 변했다. 원래는 보수단일화가 목적이었는데. 그래서 난 ‘거기까진 아니다. 현장에 가서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해야지 바로 그렇게 (탈당)하지 못한다고 해서 빠져나왔다. 이후에 3일 동안 지역민 의견을 수렴해서 (잔류를) 결정했고 오히려 바른정당을 지키는 역할을 하게 된 거다.”

▲ 정운천 의원은 자유한국당 내 친박 패권세력을 청산해야 된다면서 "친박 8적 이야기도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분들이 아예 탈당을 하거나 의원직을 그만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 자유한국당과의 관계 설정이 바른정당 대표의 첫 과제가 될 텐데.
“우리의 정체성은 탄핵주도정당이다. 탄핵을 주도한 정당으로서 ‘친박(친박근혜)’ 패권세력이 물러나지 않으니까 (새누리당을) 나온 거다. 친박 패권세력이 (자유한국당에서) 계속 활동하는 한 한국당과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친박 패권) 해결 없이는. 그게 전제가 돼야 한국당과 뭔가를 이룰 수 있다. 그것(친박 패권) 때문에 나왔는데 어떻게 거기와 또 (연대를) 할 수 있겠나.”

- 친박이 어디까지 물러나야 한다고 보나.
“친박 8적 이야기도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분들이 아예 탈당을 하거나 의원직을 그만두면 좋겠다. 하지만 국민이 뽑아준 의원들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것까진 아니더라도 친박 패권세력이 전횡하지 않고 조용하게 (물러나거나) 최고위원이나 당 대표 등 (당 지도부에) 친박이 없다면 (연대도) 이뤄질 수 있다.”

-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자유한국당 대표 출마를 결정했다.
“홍준표 전 지사 정도는 돼야 친박을 정리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다른 사람은 손도 못 댈 것이다. 기대를 하고 있다.”

- 대선 때 중앙선대위부위원장이었는데 성과가 저조했다는 지적이 있다.
“유승민 후보를 위해서 노력한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본다. 유세차량은 보통 (저녁) 7시까지 계약인데 우리 전주에서만 10시까지 연장해서 마이크 잡고 돌아다녔다. 밤에 돌아다니는 게 제일 효과적이다. 중앙에서 한 유승민 후보 유세장에도 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우리 당협위원장이나 모든 분들께 ‘내가 험지에서도 이렇게 하는데’ 하면서 독려도 했고.”

▲ 정운천 의원은 인터뷰 사진을 찍어야 하니 단정한 옷을 입는 게 어떻겠느냐는 기자의 제안도 거절하고 바른정당 유니폼인 하늘색 점퍼를 그대로 입었다. <김경희 기자>

- 이번 바른정당 대표 선거에 이혜훈·지상욱·하태경·김영우 의원이 출마했다. 라이벌을 꼽는다면.
“전문성을 따진다면 김영우 의원은 국방, 이혜훈 의원은 경제, 저는 농업 분야 이렇게 확실하게 나뉘는 부분이 국민에게 어필이 될 것 같다. 특히 김영우 의원은 안보·국방이 엄중한 시기에 국방위원장으로서 열심히 역할 하는 모습이 좋다. 미 2사단 문제도 그렇고 사드 무인정찰기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런 면에서 열심히 하는 게 돋보인다. 김영우 의원이 제일 잘 나가.(웃음)”

- 마지막으로 당원과 국민께 지지호소 발언을 한다면.
“지금까지 전 책임지는 정치를 중시했다. 또 아무도 안 된다고 했던 보수 불모지에 가서 세 번이나 도전했다. 지역장벽을 극복한 그 열정으로 대한민국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쏟겠다. 꼭 힘이 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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