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정밀화학이 사업장 위치 알려주는 지도로 21일 오후 3시 이전까지 사용했던 지도. 이 지도는 일본해가 우선 표기되고 독도는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된다.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이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사업장 안내 지도로 사용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의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지도를 수정했다.

◇ “한국기업이라더니”… 계열사서 또 ‘일본해 표기’ 지도 논란

“롯데는 한국기업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기업 논란’에 대해 재차 답해 온 말이다. 그런데 한일 간의 주요 분쟁 사안인 동해와 독도 표기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 정서와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시사위크>가 확인한 결과,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은 21일 오후 홈페이지상 각 사업장 위치정보 안내 지도를 구글 ‘글로벌판’에서 ‘한글판’으로 급하게 변경했다. 본지가 취재에 돌입한 지 1시간여 만에 이뤄진 조치다. 

이전까지 홈페이지에는 ‘일본해’가 우선 표기된 지도가 사용되고 있었다. 동해는 ‘일본해’ 표기 부분을 돋보기 기능을 이용해 확대해야만 병행 표기됐다. 독도는 아예 표기조차 없었다. 대신 ‘리앙쿠르 암초’로만 표기돼 있을 뿐이었다.

이는 구글 한글판이 아닌, 글로벌판 지도를 연동한 결과다. 구글은 국가별로 지도 표기 서비스를 다르게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동해(East sea)’는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하다가 논란이 커지자 2012년부터 각 국가의 정서를 반영한 지도를 따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에 구글맵 한국판(maps.google.co.kr)에는 동해와 독도가 정상적으로 표기되게 됐다. 이후 많은 기업들은 국민 정서에 맞춰 한글판 구글맵으로 변경했고, 이를 세밀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한 기업들에게는 뭇매가 쏟아졌다.

롯데 역시 이 문제로 한 차례 곤혹을 치른 바 있다. 호텔롯데와 롯데월드, 롯데홀리데이 등 일부 롯데 계열사들이 2015년까지 홈페이지의 위치 안내에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하다 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또 다시 계열사에서 같은 사례가 드러나 안일한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본지의 취재 후 변경된 지도. 이는 동해와 독도가 정상적으로 표기되는 구글 한글판 지도다.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대해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어떤 의도를 갖고 해당 지도를 사용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처 확인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뭐라 드릴말이 없다”며 “지적을 받은 후에 곧바로 수정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 안일한 역사 인식 도마위

그럼에도 곱지 않는 시선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뜩이나 롯데가 ‘일본 기업 논란’을 산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롯데는 지난해 형제 분쟁과 검찰 수사를 겪으면서 기업 정체성을 두고 논란을 빚은 곳이다. 지배구조 최상위에 일본 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탓에 지배구조 불투명성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지주사 전환, 순환출자 해소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공식 석상에 설 때마다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잇따라 드러나는 일본해 표기 논란은 이같은 발언과는 사뭇 배치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최근 동해 표기를 놓고 한일간 외교 마찰이 치열한 가운데 드러나 더욱 눈총을 살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독도와 일본해 호칭 문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독도나 동해를 표기한 지도나 간행물을 발견 할 시 신고하라는 지침을 전세계 재외공관에 내린데 이어, 학교 교육 지침도 확대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오늘(21일) 독도가 자국의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긴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공표했다. 이 해설서는 초중학교 교과서 제작과 교사 지도 지침이 되는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외교 당국도 발끈,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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