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KT&G 서울사옥.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KT&G의 한 계열사가 홈페이지에 본사 위치를 안내하면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KT&G는 유일한 국산 담배 제조사이자, 그 뿌리가 일제강점기 이전인 1883년 조선부터 내려온 기업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 일본 목소리 담은 ‘구글 글로벌 버전’ 사용 여전

11일 본지가 일본해 지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한 KT&G의 계열사는 ‘상상스테이’이다. KT&G의 8개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상상스테이는 호텔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종합 레저기업이다. 담배와 홍삼, 화장품에 주력하고 있는 KT&G그룹에서 유일하게 ‘비물질’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상상스테이는 KT&G에서 막내격에 속한다.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고작 2살에 불과하다. 지난 2015년 10월 모회사인 KT&G가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호텔업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전액 자본을 출자해 설립했다. 생소한 호텔업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방편으로 세계적 호텔 체인인 Marriott International과 손잡고, 국보 1호 남대문인근에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을 오픈했다.

1883년에 설립된 국영 연초제조소인 '순화국'을 모태로 하는 KT&G. 100년 넘게 국내 담배와 인삼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온 KT&G에게 여러 면에서 각별한 계열사가 바로 상상스테이인 것이다.

그만큼 모기업의 각별한 관리가 필요했을 터.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상스테이는 회사 위치를 안내하면서 ‘일본해’라 표기된 지도를 사용해왔다. KT&G 계열사 중 유일하게 구글과 SK텔레콤, 일본의 지도기업인 젠린이 함께 서비스하는 구글 ‘글로벌 버전’을 이용하고 있었다.

KT&G의 호텔 계열사인 '상상스테이'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 KT&G >

구글은 애석하게도 국제 표준인 글로벌 버전에서 한국이 아닌 일본 측의 주장을 반영해 동해를 일본해라고 칭하고 있다.

상상스테이 홈페이지가 개설된 건 2년이 채 안 된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가 문을 연 건 구글에서 한국 정서를 반영한 ‘코리아 버전’ 서비스를 공급하기 시작한 지 3년이나 흐른 뒤다. 이 기간 적지 않은 민간기업을 포함한 국가기관, 지자체가 구글 글로벌 버전을 홈페이지에 사용하다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만약 모기업 KT&G의 세심한 관리만 있었다면 사전에 충분히 지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던 셈이다.

KT&G 역시 관리 소홀을 인정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상상스테이 설립 초기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했는데, 이를 외부업체에 맡기다 보니 꼼꼼히 챙기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제가 된 지도는 본지 취재가 시작된 지 3시간여 만에 새 사진으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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