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 문재인 정부와 싱크로율 높다”
“중국인 저가 단체관광, 국제적 적폐”
“제주 혁신과 변화의 시기 큰 물길은 잡았다”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청에서 진행된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도정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제주도의 청정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난 3년간 달려왔다. 대규모 투자유치와 양적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제주의 가치를 키우는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는데 노력했다. 제주도정 4년차에 접어든 원희룡 지사의 얘기다. “제주의 환경이 훼손되면 제주도에 올 이유가 사라진다”는 게 원희룡 지사의 생각이다.

개발과 환경보전 외에도 급변하는 제주의 상황 속에 제주공동체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 원 지사는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꾸는 혁신과 변화의 시기에 이제 큰 물길은 잡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주 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4년의 시간은 짧았다. “중간에 놔 버리는 게 책임을 다하는 것인지 고민이 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현 시점에서 언급하기는 이른 측면이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 재선도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원 지사는 “(제주도민에게) 심판받을 준비는 돼 있다”는 말도 대신했다.

물론 상황은 녹록치 않다.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과 제주 신공항 등 현안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진영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유불리는 둘째 문제고 중요한 것은 시대의 요구와 깊은 민심에 맞게 가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원 지사와의 인터뷰는 7월 31일 제주도청에서 이뤄졌다.

- 제주도정 3년 소회, 스스로 학점을 매긴다면.

“제주공동체를 위해 나를 ‘완전연소’해 온 시간이었다. 대규모 관광사업으로 개발과 보전의 가치가 충돌했다. 관광과 투자유치 등 양적성장이 있었지만 지속가능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주거, 교통, 쓰레기 등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도민생활에 불편도 있었다. 해법으로 투자와 지역경제 상생 모델을 구축했고, 민생과 미래중심 정책을 추진했다. 지킬 건 지키고 바꿀 건 바꾸는 혁신과 변화의 시기에 큰 물길은 잡았다.

점수는 도민이 매기는 것이지 수험생이 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행정안전부 전국 지자체 합동평가 1위,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시도지사 공약이행평가 3년 연속 최우수 등 공신력 있는 기관단체의 객관적 평가 지표를 보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강정 공동체 회복은 미완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었다. 특히 구상권 철회는 10차례 공식 건의했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귀를 닫았다. 또 제2공항 문제도 주민갈등을 해소하면서 제 궤도에 올려야 한다.

이밖에 교통·쓰레기·상하수도 등 인구증가에 따른 인프라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저가관광이나 외국인 부동산 편중 투자로 인한 난개발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기초를 잡긴 했는데, 제도적인 정비를 아직 완결은 못했다.”

-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고 들었다.

“작년에 관광객이 300만 정도였다. 올해는 누적 50~60만 수준이다. (사드 보복 전인) 1~2월 관광객을 빼면 10분의 1 수준이다. 다행히 국민들의 제주관광이 10% 증가하며 공백을 메워줬다.”

- 문재인 대통령이 4기를 추가 배치했다. 피해가 예상되는데.

“사드로 인한 제재는 장기화 될 것으로 본다. 동남아시아나 일본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등 다변화해야 한다. 이 기회에 중국 등 저가단체관광을 퇴출시켜야 한다. 심각하다. 관광객을 돈을 주고 데려오는 관광이 되고 있다. 면세점이나 관광지의 음성적 수수료로 수지를 맞추는  왜곡된 관광이 있기 때문에 이 점을 퇴출하고 뿌리 뽑을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중국인 저가관광객에 대해 "노땡큐"라며 "중국인에 편중된 외국인 관광시장을 손질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 구체적인 추진 시기는.
 
“사드 제제 이후에 중국인에 편중된 외국인 관광시장을 손질하는 계기로 삼고 노력 중이다. 저가관광 퇴출 제도개선은 2년 전부터 중앙정부와 협의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관광업계 적폐청산은 중국인 저가관광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제주도가 총대 메겠다고. 저가 단체 관광객이 오면 인두세를 대형여행사가 받아가는 식의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이는 서울도 마찬가지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중국 저가관광은 아시아 전체 문제다. 그래서 국제적 적폐라고 하는 것이다.”

- 예전에는 제주도 도처에 중국인 관광객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요새는 조용하다.(웃음) 양적으로 중국인이 많이 오는 관광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제회의와 같은 이벤트, 스포츠, 레저, 교육 등 목적관광에 주목하고 있다. 싼 맛에 와서 가이드가 뒷돈 받는 것은 ‘노땡큐’다.

제주도가 저가 관광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물론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안 되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로 고품격 관광지가 되어야 한다. 싸게 다닐 수 있는 관광지로는 그 수요를 제주도가 감당할 수 없다. 질적인 고급화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 제주도 관광업 육성이 도민들의 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관광이 문을 닫으면 제주도가 굴러갈 수 있겠나. 지금까지 관광이 도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데 다소 부족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관광이 제주 경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메르스 사태 때문에 관광이 끊어졌을 때의 공포분위기를 생각해보라. 일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면 고쳐나가야지 제주에 대한 투자가 제주도를 망쳤다는 주장에는 동조할 수 없다.”

- 문재인 대통령의 탈화석 기조나, 4·3사건 명예훼복 등의 노선은 박근혜 정부 보다 더 잘 맞는 것 같다. 야당 도지사로서 문재인 정부와의 호흡은 어떻게 예상하나.

“국가운영의 방향성이나 목표가 (제주도정과)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다. 그런 점에서 일하기 편한 면도 있다. 다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구체적 실행단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의 태도가 (중요하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보면 현실에서 부딪치면 투쟁적으로 몰고 가다가 결국 국민적 저항을 부르는 면이 있었다. 또 방향성은 같지만 정치적 계산은 다를 수 있다. 소속정당이 다르기 때문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목표나 방향에 대해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협조하지 못할 부분 없고, 또 협력을 많이 받아야 한다. 국가발전과 국민의 삶을 위해 협력할 것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

- 제주도내 읍면동을 돌면서 숙박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바닥민심행보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도청에 앉아서 주민들과 대면하거나, 공무원들의 보고를 받는 회의보다 현장에 가서 느끼고 주민들과 이야기하는 것의 느낌이 다르다. 현장감이 있고 또 시간제한 없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도민들과)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 생활 현장에 소속 된 사람 같은 느낌이라서 이야기도 잘 되고 구체적으로 해야할 일도 잘 보인다. 1회성으로 시장에서 떡볶이 사먹고 지나가며 주민 손잡는 이벤트 차원과 다르다. 마을투어는 2014년 당선 직후부터 시작했다.”

- 도지사 재선을 위한 행보로 해석도 가능한데,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나.

“(도민들에게) 심판받을 준비는 돼 있다. 다 시대의 부름에 맞게 가는 것이다. 대중이 원하면 하는 것이고 때가 아니면 물러설 수도 있다. 정치인이라면 나서고 들어설 때를 잘 알아야 한다. 현재 제주도가 급격하게 경제성장 하면서 곳곳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최소한의 가닥을 정리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중간에 놔 버리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인지 고민이 있다.”

차기 제주도지사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원 지사는 "심판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은 과제를 정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앞으로 4년의 시간이 주어지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고도 못한다면 못하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정책이 자리잡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교통·부동산·난개발 현안은 오늘 선언한다고 다음 달 되는 것이 아니다. 기존 경과에 조치도 필요하고, 제도가 의회에 통과된 후 새로운 관행이 만들어지는데 몇 년이 걸린다.”

- 선거에 나선다면 바른정당 보다는 자유한국당이 더 낫지 않나.

“유불리는 둘째 문제다. 시대의 요구와 민심에 맞게 가는 것이냐다. 바른정당이 세도 약하고 앞길에 어려움도 많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내지 실패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었기 때문에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혁신위를 출범했지만,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성이 유야무야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안 된다. 과거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현재 그 부분에 대한 태도를 갖춰야 미래로 갈 수 있다. 과거를 다 묻고 정리작업을 외면하면 미래를 열 수는 없다.”

- 보수진영에 새 인물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바른정당이 새 인물을 키우기 위해 정치학교도 개교하고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당이 정치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일상적 기능이다. ‘어쩌다 정치인’이 갑자기 공천 받아 하는 정치와 계속 단련되고 육성되고 네트워크 다져져 가는 정치인이 하는 정치는 다르다. 직업적이고 전문적인 정치인이 주축을 이뤄주고, 다양성을 이루는 측면에서 ‘어쩌다 정치인’이 와야 한다. ‘어쩌다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정치는 이들을 발탁한 사람들에 의해 시류에 휩쓸리는 정치밖에 안 된다. 정치의 깊이가 떨어지는 이유다.”

- 보수진영이 무너진 이유는 공천에 있다고 보나.

“지난 총선 때 공천이 아주 큰 원인이다. 그러나 지금은 공천보다는 정권교체 이후 박근혜 정부의 참혹한 실패 위에 보수의 새로운 방향과 세력이 정립이 안 돼 그렇다고 본다. 공천은 그 다음 문제인 것 같다.”

- 개혁적 보수를 표방했는데, 정확한 노선이 불분명하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2중대’ 혹은 ‘자유당 2중대’라는 공격을 받는다. 개혁적 보수의 구체적 방향이 무엇인가.

“정치라는 게 자기와 다른 것은 공격하고 자기를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측에서 공격받는 것에) 개의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를 모두 살릴 수 있는 길, 양극화 속에서 미래희망을 만들어 가는 정책과 방향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만약 집권을 했다면 (개혁적 보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경제민주화 등의 개혁노선에 대해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도 목표 자체는 인정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 칼라는 분명히 다르다. 접근하는 방법이나 속도 혹은 충돌하는 가치에 대해 조화를 시키는데 보다 온건하고 점진적이며, 현실성을 고려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