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공판이 마무리됨에 따라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이 지난 7일 마무리되면서, 재판부가 어떤 선고를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법조계에선 특검이 ‘재산국외도피죄’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핵심은 ‘뇌물(공여)죄’ 성립여부로 보고 있다. 또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게 걸리지만, 뇌물죄 특성상 정황증거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유죄판결이 나올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이번 사건이 일반적인 뇌물죄와 달리 ‘국정농단’의 정중앙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고심이 예상된다.

◇ 특검, ‘재산국외도피죄’ 내세웠지만… 쟁점은 ‘뇌물죄’

앞서 특검은 지난 7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뇌물공여뿐만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 국회 도피, 범죄수익 은닉 혐의 등을 적용하면서다. 그 중 특검이 전면에 내세운 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의 재산국외도피의 죄’다.

법조계에선 이에 대해 특검이 좀 더 무거운 형량을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법원의 뇌물공여죄에 대한 기본 양형은 2년 6개월에서 3년에 불과하지만, 특경가법 상 ‘재산국외도피죄‘의 형량은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핵심은 뇌물공여죄다. 삼성이 최순실 일가가 지원한 행위가 ‘강요’에 의한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재산국외도피죄의 성립도 어렵다.

그러나 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면 재산국외도피죄의 요건도 갖춰지게 된다. 또 뇌물로 제공된 자금이 삼성전자 등 법인의 재원이었다는 점에서, 배임·횡령죄도 자연스레 성립한다.

◇ 재판부, 뇌물공여죄 ‘정황적 증거’ 받아들일까

이번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재판부가 정황적 증거를 받아들일지 여부다. 특검은 그간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를 지원하는 대가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에 혜택을 받았다는 논리를 펼쳤다.

반면 삼성 측은 ▲최순실 등의 강요에 의해 지원한 것으로 ▲이 부회장은 그룹승계에 도움 받은 적이 없고 ▲이 건은 전적으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주도로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또 삼성은 특검이 명확한 증거 없이 정황적 증거만으로 일방적인 추측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법조계는 정황적 증거만으로도 뇌물(공여)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죄의 특성 상 당사자들이 부정하면 입증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황증거로 채택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과 재판 막바지에 제출된 청와대 문건 등은 재판의 향방을 가를 ‘스모킹 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 전후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건 ▲지난해 2월 15일 3차 독대 이후엔 금융지주회사 및 빙상, 승마 등에 대한 메모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청와대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방안’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 청탁은 없어도 서로 묵시적·암묵적인 인식이 있었다면 뇌물죄로 인정되는 만큼, 안 전 수석의 수첩과 청와대의 문건은 박 대통령이 삼성에 대한 지원책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단순 뇌물죄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준 사람과 받은 이가 입을 다물면 증거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 넓게 정황증거를 인정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지만 이번 사건은 (박근혜-최순실로 이어지는) 국정농단과 연관된다”며 “이 부회장의 뇌물죄 성립 여부가 이들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재판부도 쉽게 판단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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