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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도심 속 지뢰’ 싱크홀 上] 고양 백석동 지반침하… 그 후 6개월
2017. 08. 09 by 범찬희 기자 nchck@naver.com
지난 2월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 주상복합아파트 인근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모습(왼쪽)과 이로부터 6개월 가량이 흐른 지난 8일 현장의 모습. <뉴시스 / 시사위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흔히 ‘도심 속 지뢰’라 불리는 싱크홀의 공포가 다시금 확산되고 있다. 여름 장마철을 맞아 싱크홀 등 지반침하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 지난달 시간당 300mm의 기록적 폭우가 내린 청주에서만 94건이 발생했으며, 울산에서는 지름 6m, 깊이 2m의 대형 싱크홀이 등장했다. 이외에도 경기 수원과 전북 익산 등에서도 싱크홀 발견 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시민 불안은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싱크홀 대책 마련 촉구를 위한 기획을 마련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올해 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기도 고양의 요진와이시티 현장을 찾아 사건 이후를 점검키로 했다.

◇ 갈라진 도로만 땜질 처방… 대책 마련은 ‘뒷전’

싱크홀은 석회암 지반이 물과 접촉해 녹아내리면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에 속하지만, 최근 도심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례 대부분은 개발 공사와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물막이 벽을 쌓아 지하수 유출을 막아야 하는 것인데, 이 작업이 부실하게 진행돼 지반 유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 2월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의 초고층 주상복합단지 인근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도 후자에 해당한다. 시공사인 요진건설이 7,239㎡ 대지에 지하 6층, 지상 15층 짜리 상업시설 건립을 추진하면서 물막이 작업을 부실하게 한 탓에 지하수가 침출됐고, 인근 인도와 도로에서는 균열이 발생했다.

당시 사건은 복구 작업 과정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반복돼 나타나면서, 세간의 큰 관심을 받았다. 대중에 싱크홀이라는 단어를 각인시킨데 결정적 기여를 한 ‘2014년 송파구 석촌동 일대 싱크홀 사건’과 이듬해 ‘용산역 앞 주상복합 공사 현장 지반침하 사건’에 이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반침하 사례로 남고 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지반 관리의 중요성과 시공사의 안전불감증에 다시금 경종을 울렸던 요진와이시티 사건은 어떻게 됐을까. 지난 8일 고양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현장은 말끔히 정리된 모습이었다. 현장 어디에서도 당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복구 작업은 완전히 끝난 상태였다. 다만 지하수 침출의 원인이 된 상가 공사 현장은 지반침하 사건과 부지의 기부채납 문제 등이 얽히면서 반년이 지나도록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방치된 채 남아있었다.

도로 옆 Y공인중개사 직원은 “땅이 갈라지고 도로가 통제됐을 때만해도 주민들이 많이 불안해했다. 하지만 복구도 깔끔하게 마무리 됐고, 사람이나 차들이 이동하는 데 전혀 불편이 없다보니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별걱정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 “비용은 핑계... 사고 책임 커질까 지반탐사 꺼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도로는 완전 복구가 끝나 예전 모습을 찾았지만, 근본적인 원인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국토부로부터 지자체 내의 모든 도로의 관리 권한을 위임받은 고양시는 지반침하 이슈가 불거졌던 올해 초에만 해도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됐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지원을 받아 사건 발생 지역에 대해 탐사만 이뤄졌을 뿐 시 전체에 대한 탐사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 일대가 한강과 인접해 있고 옛 ‘뻘’ 자리를 매입한 탓에 지반이 태생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에도, 관련 분야에 추가 예산이 편성된 건 없었다. 시 내부에 조직이 신설되거나 전문 인력이 추가로 배정되지도 않았다.

고양시 도로정책과 관계자는 “지반이 반복돼 교란되면서 시 전반에 대한 지반 탐사 계획을 세웠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반 탐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나온 곳에서 균열이 발생하면 시의 입장이 곤란해진다”며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시 내부에서도 도로, 건축, 토목 부서 별로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밥그릇 경쟁을 하고 있는 것 또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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