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는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기막힌 동행을 이어가며 야구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야구 역시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배트로 쳐내는 것이 야구 경기의 가장 기본인데, 공과 배트 모두 둥글다. 또 투수들의 투구폼부터 구질과 구속, 그리고 타자들의 스윙 궤적과 힘 등이 모두 제각각이다. 이런 상황이 연속돼 한 경기가 완성된다.

때문에 바로 직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고, 승부를 예측하는 것도 어렵다. 제 아무리 리그 최고의 투수라 해도 신인 타자에게 홈런을 맞을 수 있고, 리그 최고의 타자도 결정적인 순간 병살타를 치는 것이 야구다.

따라서 ‘백전백승’, ‘백전백패’ 같은 것이 나오기 힘들다. 리그 꼴찌 팀이 리그 1위 팀을 상대로 승리하는 일이 그리 놀랍지 않다. 보통 3연전을 치르면 1승 1패는 나눠 갖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리그 1위인 기아 타이거즈의 승률은 현재 0.627이다. 10경기를 해도 4경기 정도는 진다는 이야기다. 2위 두산 베어스와 3위 NC 다이노스의 승률은 각각 0.586, 0.570이다. 100경기를 치르면 57~58경기는 이기고 42~43경기는 진다.

이처럼 불확실성의 연속인 야구. 그런데 최근 아주 재미있는 ‘우연’이 이어졌다. 주인공은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다.

‘엘넥라시코’ 라이벌로도 유명한 두 팀은 최근 기막힌 동행을 했다. 이기면 같이 이기고, 지면 같이 지는 날이 계속된 것이다.

시작은 7월 28일이었다. 바로 직전(7월 25~27일) 맞대결을 펼친 LG와 넥센은 각각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에 패했다. 다소 하위권에 처진 상대였기에 두 팀 모두에게 뼈아픈 패배였다.

하지만 이튿날 LG는 12대2로 한화를 꺾었고, 넥센은 삼성을 14대1로 제압했다. 나란히 압도적 대승을 거둔 것이다. 다음날엔 아예 득점까지 같았다. LG는 한화를 9대3으로, 넥센은 삼성을 9대4로 이겼다.

묘한 일은 8월에도 이어졌다. 8월 1일엔 LG와 넥센이 각각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를 무실점으로 이겼다. 백미는 8월 2일이다. 이날 넥센은 SK를 상대로 8회말 짜릿한 역전에 성공하며 5대4로 승리했다. LG는 롯데와 2대2로 맞서 연장에 돌입했고, 10회초 2점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그런데 10회말 기적 같이 3점을 뽑아내 넥센과 마찬가지로 5:4 승리를 거뒀다. 다음날도 나란히 승리를 거둔 두 팀은 결코 쉽지 않은 ‘스윕’을 함께 기록하게 됐다.

LG와 넥센의 23일, 18경기 동행 일지. LG와 넥센은 해당 18경기에서 9승 9패를 기록했다.

기쁜 일을 함께 했다면, 슬픈 일도 함께 했다. 이어진 3연전에서 LG는 ‘잠실 라이벌’ 두산을 만났고, 넥센은 바로 직전 LG에게 3전 전패를 당한 롯데를 상대했다. 결과는 두 팀 모두 3연패.

이번에도 놀라운 경기가 나온다. 8월 5일, 두 팀은 살얼음판 경기를 펼쳤다. 먼저 LG는 두산과 투수전을 펼치며 8회말까지 1대1로 맞섰다. 같은 시각 롯데와 연장에 돌입한 넥센은 10회초 김민성의 홈런으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10회말, 넥센은 롯데 손아섭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며 승리를 놓쳤다. 잠시 후 잠실에서는 9회초 마운드에 올라온 LG 투수 진해수가 두산 김재환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뒤이어 넥센은 롯데 강민호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손아섭의 홈런, 김재환의 홈런, 강민호의 끝내기 안타는 불과 10분 사이에 연이어 벌어졌다.

이쯤 되자 LG와 넥센의 기막힌 동행이 야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특히 두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를 놓고 치열한 순위경쟁을 펼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끌었다. 상대가 패했을 때 승리를 챙기며 앞서나가야 하는데, 같은 날 이기고 지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8월 12일 경기도 야구팬들을 소름끼치게 했다. 이날 넥센은 한화를 상대로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5회까지 0대5로 밀렸다. 7회 1점을 따라붙었지만 8회 다시 1실점하며 1대6으로 패했다.

반면, LG는 기아를 상대로 1회초에만 6점을 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1회말 2점을 내줬지만 3회초 다시 2점을 더했고, 5회말 4점을 내준 뒤에는 6회초 2점 더 달아났다. 8회초까지 10대6으로 앞서 있던 LG다. 그러나 8회말 2점을 내주더니, 9회말엔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2점을 더 빼앗겨 동점을 허용하고 만다. 이어진 무사만루 상황에선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허용, 결국 대역전패를 당했다.

이후 이들의 동행은 잠시 멈췄다. 8월 13일, 넥센은 한화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지만 LG의 경기는 우천취소됐다. 8월 15일엔 두 팀 경기 모두 우천취소 됐다.

하지만 기막힌 동행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8월 16일, 두 팀은 재차 짜릿한 승리를 함께 한다. 먼저, LG는 kt 위즈를 상대로 1대1 경기를 펼치다 연장에 돌입했다. 10회말 용병 로니의 끝내기 안타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다. 삼성과 4회말까지 6대5로 살얼음판 경기를 펼치던 넥센은 LG가 먼저 승리를 챙기자 추가 실점 없이 그대로 승리했다.

8월 19일엔 LG가 삼성을 상대로 경기 후반부인 7회와 8회 득점에 성공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반면 넥센은 NC를 상대로 1회 3점, 3회 1점을 내며 앞서 있었다. NC는 7회 2점을 따라붙은 뒤 9회 1점을 더 냈지만 거기까지였다. 두 팀의 동행을 막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LG와 넥센의 마지막 동행이 됐다. 8월 20일엔 LG의 경기가 우천취소 됐고, 8월 22일 마침내 두 팀이 ‘다른 길’을 갔다. 넥센은 경기 후반 집중력을 발휘하며 11대5로 역전승을 거뒀다. 반면, NC를 상대로 8회말까지 3대2로 앞서있던 LG는 9회초와 10회초 잇따라 점수를 허용하며 역전패했다.

이렇게 LG와 넥센은 7월 28일부터 8월 19일까지, 23일간 18경기를 함께 웃고 울었다. 세상엔 도저히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두 팀의 기막힌 동행 역시 마찬가지다. 분명한 건, 한 여름 폭염 속 야구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줬다는 것이다.

LG와 넥센은 현재 각각 6위와 5위에 올라있다. 4위 롯데부터 7위 SK까지 불과 3게임차다. 그동안의 동행은 접어두고, 치열한 막판 순위 싸움을 펼쳐야 한다. 과연 두 팀이 포스트시즌으로 동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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