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김진표 의원이 종교인 과세 유예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종교인소득 과세 시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금년 내 마무리될 수 있다면 내년부터 시행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 38조에 명시된 의무조항이다. 납세는 교육·국방·근로와 함께 국민의 4대 의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일각에서는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2년을 더 미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김 의원은 종교인 과세 시행 시기를 2년 더 늦춰 2020년부터 작동시키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을 포함해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종교단체 간 형평성 및 소득인정 범위에 대한 상세 기준이 미비하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종교나 종단·종파마다 수입구조가 다르고, 비영리법인 종교단체에만 과세를 할 경우 종교단체 간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① 준비가 미흡하다?

하지만 정부는 “준비는 다 끝났다”는 입장이다.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인 소득’ 항목을 신설하고 소득 구간에 따라 인정되는 필요경비율을 달리해 추출된 과세표준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게 2015년 말이다. 당시에도 종교계의 합의 및 체제 정비를 이유로 2년의 유예기간을 뒀었다.

법이 시행되면 종교인들은 이미 마련된 세법에 따라 근로소득세와 기타소득·종교인소득 중 선택해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세율은 현행 소득세와 같다. 근로소득으로 신고했다면 일반 근로자들이 공제받는 근로소득 공제를 적용하면 된다. 정부는 마련된 법령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여론에서는 “결국 준비가 되지 않은 쪽은 종교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종교인 소득 과세체계 <표>

② 과세 기준이 모호하다?

‘종교인 소득’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법에선 ‘종교 활동과 관련된 명목으로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 부분이 애매하다는 주장이다. 과세대상 및 비과세대상 소득이 명확히 구분된 근로소득자와 달리 종교인은 각 교단 특색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 같은 지적을 사전에 감안하고 각 종교단체에 항목별 소득 지급 구조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내용에 대한 공개를 거부한 것은 종교계였다. 종교단체는 선교활동 등을 세법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위와 같은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세청은 현재 각 종단을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으로 소득 등을 지급하고 있는지 여부를 묻는 안내문을 발송한 상태다. 각 종단으로부터 수렴된 의견을 취합해 세부적인 방안을 만든 후 과세대상 소득 등과 관련한 홍보용 책자를 발행해 배포할 계획이다.

③ 종교인 ‘과세’?

일단 기획재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면 종교인 5만 명에게 약 160억 원에서 200억 원 가량의 세수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종교인에게 거둬들이는 세금보다 정부 지원액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근로장려세제(EITC)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개신교 목사들의 57.5%의 연 소득이 2,000만 원 이하다.

홑벌이 가족을 기준으로 연 급여가 2,100만 원 이하면 월 100만 원가량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데, 세금을 내고 소득을 노출시켜야 EITC 대상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저소득 종교인들의 소득이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저소득층에 제공되는 각종 정부 지원책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종교인 과세의 최대 수혜자는 저소득 종교인들인 셈이다.

때문에 종교인 ‘과세’라는 용어부터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교인 소득세 신고’로 표현을 정정하자는 주장이다. 소득을 국가에 신소해 수입이 많은 종교인은 세금을 내고, 수입이 적은 종교인은 복지 혜택을 받는 ‘정상적’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의도가 더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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