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유예에 반대해 집회를 하고 있는 시민단체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종교인 과세가 2018년 1월 1일부터 법적으로 강제된다. 종교인 과세가 처음 추진됐던 1968년으로부터 정확히 50년 만의 일이다. 미국·독일·일본·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이 이미 종교인에 대해 과세를 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많이 늦은 측면이 있다.

사실 종교인 과세는 우리나라의 기틀을 다지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성직자에게 ‘갑종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이 시초다. 당시 법제화에 실패했던 종교인 과세는 1992년 다시 공론화됐다. 한명수 창훈대교회 담임목사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손봉호 서울대 교수 간의 토론이 공개된 것이 계기가 됐다. 국세청은 ‘자율에 맡긴다’는 공식입장을 밝혔고, 천주교 등은 자율적으로 소득신고 및 납부를 해왔다.

◇ 관행처럼 굳어진 ‘자율납부’, 종교와 정치의 ‘잘못된 만남’

중간중간 간헐적 논의는 있었지만 ‘자율납부’라는 관행이 정착되면서 종교인 과세 법제화는 뒤로 미뤄졌었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적 이유도 없지 않다.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일부 거대 교단과 선거 등 정치인의 정치적 계산이 결합하면서 법제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2015년 말 우여곡절 끝에 종교인 과세가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2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종교인 과세를 더 늦추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은 여전히 있었다. 김진표 의원을 비롯해 25명의 국회의원들은 지난 9일 유예기간을 2년 더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종교계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세부 시행기준 및 절차 등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종교인 과세는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물론 그 사이 ‘또’ 유예기간을 늘리는 개정안이 나오면, 기한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다. 납세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상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를 인정할만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 50년 간 종교인들이 법적 과세의무에서 면제된 것을 법적 근거 없는 특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중론이다.

◇ ‘종교인 과세’는 시대적 흐름

소득세법개정안 주요 내용과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 <데이터=리얼미터>

여론흐름도 종교인 과세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tbs라디오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해 2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1%가 내년부터 과세하는 것에 찬성했다. ‘유예하자’거나 ‘반대’한다는 의견은 14.2%에 불과했다. 2014년 실시했던 같은 여론조사와 비교해 찬성여론은 7% 포인트 더 증가했다.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김진표 의원 등은 한 걸음 물러난 입장을 보였다. ‘시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있다면 내년에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준비’의 내용으로 ‘세무조사’를 각 교단 자체적으로 실시하도록 국세청 훈령으로 규정할 것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심하게 비유하면 범죄자가 범죄를 스스로 조사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소 무리한 주장을 통해 역설적으로 확인된 것은 일부 교단이 과세를 거부했던 진짜 이유다. 기획재정부가 추산한 종교인 과세액은 연간 100~2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개별 교단으로 나눠보면 부담해야할 세수가 많지 않다. 따라서 진짜 기피하는 것은 세금납부 자체가 아니라 ‘재정공개’와 ‘세무조사’가 아니냐는 얘기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현금수입이 많은 종교적 특성상 과세소득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데 세무조사까지 받지 않겠다는 것은 자율납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일부 대형교회에서 불법비자금 조성 사례가 확인됐는데, 계속 반대하는 것은 국민적 신뢰만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의 한 관계자는 “거대화·세속화 되고 있는 종교단체들이 납세와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과정을 통해 신자들은 물론 국민 전체의 신뢰를 주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 23일 리얼미터가 진행했다. 전국 성인 9,147명에게 접촉해 최종 505명이 응답을 완료해, 5.5%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유무선 ARS 및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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