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가 한국을 떠났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외국인 용병선수는 프로야구를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우선, 빼어난 신체적 조건과 뛰어난 기량을 바탕으로 리그의 수준을 향상시켜 준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넘치는 개성으로 야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곤 한다.

KBO 리그에 외국인 용병선수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8년이다. 어느덧 20년을 맞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가 각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늘 높았다. 하지만 성공 사례보단 실패 사례가 월등히 많았다.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리그 우승을 이루는 경우도 있었지만, ‘로또’라 불릴 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야구는 정신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스포츠다. 주위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슬럼프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외국인 선수들의 한국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었다. 아무리 월등한 ‘스펙’을 지닌 선수라 해도 한국에 적응하지 못하면 실력도 발휘되지 않았다. 반면, 국내에서 오랜 기간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길 정도로 완벽하게 적응했다.

이런 측면에서 LG 트윈스 제임스 로니는 최악의 사례를 하나 추가하고 말았다. 이른바 ‘외국인 용병 잔혹사 클럽’의 신입생이 된 것이다.

로니는 역대 그 어떤 용병 못지않은 기대를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만 11시즌을 풀타임으로 소화한 경력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로니는 메이저리그 통산 1,44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4, 108홈런, 669타점을 기록한 베테랑 내야수였다.

로니의 영입은 가을야구를 향한 LG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부상당한 루이스 히메네스를 대신해 막강한 경력의 선수를 영입한 것이다.

하지만 LG 팬들은 로니를 고작 23경기에서만 볼 수 있었다. 로니는 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8, 3홈런, 12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특별히 나쁜 성적이라고 볼 순 없지만, 로니를 향한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특히 로니는 빠른공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등 실전 감각과 몸 상태가 다소 떨어져 보였다. 이에 LG 코칭스태프는 로니에게 2군행을 통보했다.

LG 입장에선 로니에게 시간을 준 것이었다. 그러나 로니는 다르게 받아 들였다. 자존심이 무척 상했는지, 혹은 다른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돌연 미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동안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문제를 일으켰지만, 로니처럼 ‘훌쩍’ 떠나버린 이도 드물다.

좋은 외국인 용병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로니는 떠났지만 교훈은 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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