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인해 수난을 겪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재도약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해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현장.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수난을 겪었던 국내 대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0월 12일 개막하는 22살 BIFF는 지난달 31일 공식 포스터 공개를 시작으로 작품 및 해외 게스트 초청, 부대행사 기획 등 영화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IFF는 지난 2014년 19회 영화제 때 세월호 참사의 구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계기로 정부 지원금이 사실상 절반 가까이 줄었다. 또 19회 BIFF 직후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고, 1년 가량이 지난 2015년 9월, ‘BIFF가 국가보조금 가운데 일부를 부당하게 집행했다’는 감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이후 부산시는 당시 BIFF 집행위원장이었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지난 7월 21일 2심 재판에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이와 관련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2심 선고 직후 상고할 뜻을 밝혔다.

BIFF는 또 ‘다이빙벨 사태’ 이전까지 약 15억원의 국비 지원을 받았지만, 정부 측이 상영하지 말 것을 요구한 다이빙벨이 상영되자 2015년부터는 국비 지원이 절반 가량으로 축소됐다. 지난 2014년 평균 15억 안팎을 주던 국고 지원금은 2015년 8억 원, 2016년 9억5000만원, 올해는 7억 6000만원으로 지원금이 대폭 축소됐다. 일련의 사태를 두고 영화계 일각에서는 정치적 외압 논란이 일었고, 영화인들이 이에 항의해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BIFF는 일련의 사태를 두고 “부산국제영화제는 박근혜 정부의 반헌법적 정책인 블랙리스트의 대표적 희생양”이라고 평가했다. 강수연 BIFF집행위원장은 지난 7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3년간 이어진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은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금까지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부산시민과 영화인, 그리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22살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난에서 벗어나 재도약에 나서고 있지만, 영화제 내부 내홍으로 빠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9월 6일 오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2016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김동호 이사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왼쪽부터 올해 5월 작고한 고(故)김지석 부집행위원장, 김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 <뉴시스>

◇ “아직 갈 길 멀다”

BIFF는 지난 2015년 영화제 집행위원인 영화배우 강수연 씨를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함께 ‘BIFF 정상화’에 나섰다. 이어 지난해 7월 초대 BIFF 조직위원장이었던 김동호 전 문화융성위원장을 BIFF 이사장으로 선임해 ‘다이빙벨’ 사태로 부산시와 BIFF간 갈등 사태를 봉합하는 역할을 맡겼다.

지난달 8일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최근 영화제 안팎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올해 22회 영화제를 끝으로 사퇴하기로 하면서 내부 갈등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BIFF 사무국은 지난달 7일 성명서를 내고 “BIFF 정상화와 22회 영화제의 올바르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호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국회도 BIFF정상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했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조사위는 지난달 30일, 부산국제영화제 외압과 서울연극제 대관 배제 및 아르코 대극장 폐쇄 등 2건을 첫 직권조사 대상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특검과 감사원 조사가 미진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직권조사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또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부당하게 축소·폐지된 사업을 정상 복원·개선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국제영화제 육성사업 예산으로 당초 25억원에서 15억 8000만원 늘어난 40억 8000만원을 편성했다. 부산시 역시 올해 줄어든 국비 1억 9000만원(9억5,000만원→7억6,000만원)과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운영 협찬금 부족분 1억5,000만원 등 지난해 대비 감소한 총 3억 4000만원을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해 BIFF에 지원한다.

이외에도 부산시는 경기침체, 청탁금지법 등으로 위축된 기업 협찬금에 대해 영화제 측과 함께 나서 당초 계획한 협찬금(22억 5000만원)을 차질 없이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1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부산시가 영화제 정상화를 위해 특별 조치에 나서고 있다”면서 "영화제 전야제를 치르는 부산 중구에도 당초 2000만원에서 3000만원 증액한 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회 역시 문체부가 증액 편성한 국제영화제 육성사업 예산에 대한 심사와 함께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BIFF 정상화에 발벗고 나섰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BIFF를) 다이빙벨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리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영화계 관계자 등을 초청한 토론회에서 (정상화까지 가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잘 챙겨 나가겠다"면서 "한번 상처입고 뒤틀리기 시작하면 한꺼번에 원상회복되는 게 아니어서 시간을 갖고 하나씩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12~21일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되는 22회 BIFF는 향후 정상화 방향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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