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문상철은 36개의 홈런으로 올해 퓨처스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곰신’이란 말은 애인을 군대에 보내고 기다리는 이들을 뜻한다. ‘고무신’을 조금 더 귀엽게 표현한 줄임말이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인 우리는 기본적으로 모든 남성이 국방의 의무를 갖고 있다. 건강 등의 이유로 면제가 되기도 하지만, 그 기준은 무척 엄격하고 까다롭다. 제 아무리 많은 해외 팬을 보유한 스타라 해도, 손흥민처럼 세계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스포츠 선수라해도 예외는 없다.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거쳐 프로에 입문한 선수들은 병역 문제가 가장 큰 숙제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병역을 면제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결코 흔하지 않다.

특히 어떤 타이밍에 병역의 의무를 지느냐에 따라 선수인생 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병역부터 해결하려다 그대로 사라지는 선수도 적지 않고, 반대로 병역 문제를 미루다 절정의 시기에 공백기를 갖는 선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팀 입장에서도 상당한 손해다. 때문에 요즘엔 구단 차원에서 병역 스케줄을 세우고, 유망주를 단계적으로 육성하는 경우가 많다.

야구선수들이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상무와 경찰이다. 하지만 인원은 한정돼있고, 실력 위주로 뽑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상무와 경찰의 전력이 강한 이유기도 하다. 퓨처스리그에 참가하는 상무와 경찰은 늘 1위를 놓치지 않는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퓨처스리그에서 맹활약한 선수 역시 상무 또는 경찰 소속인 경우가 많다. 이는 원소속팀을 설레게 만드는 요소다. 상무나 경찰에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며 퓨처스리그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은 대부분 팀으로 돌아와서도 활약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 퓨처스리그를 보며 가장 설렜던 구단은 어디일까.

먼저, kt 위즈가 있다. kt는 가장 최근에 창단해 근래에 배출된 유망주를 꽤 보유하고 있고, 그중엔 상무와 경찰에서 활약 중인 선수도 있다.

올해 퓨처스리그 홈런왕은 문상철이었다. 그는 2014년 kt의 특별지명을 받아 입단했고, 올해 초 상무에 합류했다. 올해 91경기에 나서 타율 0.339와 36홈런을 때려냈고, 101타점을 남겼다. 역대 기록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2013년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 홈런왕이었던 문상철은 kt가 기대하는 거포로 매섭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역시 상무 소속인 김민혁 역시 kt의 유망주다. 배재고를 거쳐 역시 2014년 kt에 입단한 그는 올해 퓨처스리그 최다 안타의 주인공이다. 93경기에서 타율 0.357와 136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또한 김민혁은 37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도루왕도 차지했다. 많은 안타와 도루를 기록할 수 있는 테이블세터 유망주다.

kt 입장에선 이 두 선수가 성장해 돌아올 경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리빌딩에 한창인 LG 트윈스는 경찰에서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홍창기가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홍창기는 92경기에 출전해 341타석을 소화했지만, 타수는 272로 뚝 떨어진다. 가장 많은 61개의 볼넷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타격 능력과 선구안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같은 경찰 소속의 윤대영은 NC 다이노스를 설레게 한다. 타율 0.360에 118안타, 24홈런으로 활약했다. 군 복무 중인 상무, 경찰 소속 선수 중 타율 2위, 최다 안타 3위, 홈런 3위, 장타율 2위 등을 차지했다.

기아 타이거즈 팬들이 기다리는 황대인 역시 상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5년 1군 무대에 출전하기도 했던 그는 타율 0.311와 2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홈런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장타력까지 뽐낸 그다.

투수 중에는 상무의 임지섭이 눈에 띈다. 그는 18경기에 나와 11승을 거두며 2.6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과 다승 1위를 휩쓸며 원소속팀 LG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고 있다.

퓨처스리그는 말 그대로 미래의 스타들이 분주히 땀을 흘리는 리그다. 머지않아 1군 무대에서 활약하게 될 이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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