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2007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한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9월이 하루하루 갈수록 가을도 깊어지고 있다. 이제는 제법 서늘하고, 하늘이 높다. 봄에 시작해 뜨거운 여름을 지나온 프로야구도 이제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맞고 있다.

팀별로 20경기 안팎을 남겨둔 현재, 순위표의 큰 틀은 정해졌다. 1~3위 기아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8~10위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확정적이다. 1~3위에 비해 변수가 존재하긴 하지만 4위 롯데 자이언츠도 비교적 안정적인 고지에 올랐다. 남은 것은 5위~7위 넥센 히어로즈, SK 와이번스, LG 트윈스의 경쟁이다. 불과 1게임차로 살얼음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들 중 단 한 팀만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이맘쯤이면 야구팬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3~4월의 분위기와 180도 다르다. 가을야구를 확정지은 팀의 팬들은 새 점퍼를 구입하는 등 다시 한 번 기대와 설렘을 품는다. 진출과 탈락 사이에 놓인 팬들은 하루하루 목이 타는 날을 보내고 있다.

반면, 일찌감치 가을야구와 멀어진 팀의 팬들은 눈을 떼지 못하던 야구중계 대신 다른 일로 바쁘다.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예전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가을야구의 추억을 되새기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요즘 부산이 들썩이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을야구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부흥기를 맞았으나 이후에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런데 올해 이대호의 복귀와 함께 다시금 가을야구 문턱에 서게 됐다.

이런 롯데가 참 부러울법한 팀은 한화다. 현재 8위를 기록 중인 한화는 마지막 가을야구가 무려 2007년의 일이었다. 한화는 10개 구단 중 가장 오랫동안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다. 마지막 가을야구 당시 한화는 ‘괴물 신인’ 류현진이 등장했을 즈음이고, 레전드인 구대성, 송진우, 정민철이 현역이었다. 이범호가 떠나기 전이기도 하다.

암흑기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 한화는 가을야구 잔혹사가 시작된 2008년 단 1경기 차이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그때의 아쉬움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2015년에도 기회가 찾아왔지만, 2경기 차로 아쉽게 가을야구가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나머지 시즌은 대부분 무기력하게 마쳤다. 10년 중 꼴찌가 5번이나 된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거리는 있다. 한화는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각각 1994년과 1992년이 마지막인 LG, 롯데에 비해 조금 더 가까운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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