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청소년 잔혹범죄에 국민들이 분노하며 “미성년자라고 해서 봐주기 처벌만 해서는 안 된다”고 ‘소년법 폐지’를 주장했다. 사진은 같은 학교 남학생들로부터 끔찍한 사고를 당했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아 정신적 충격에 시달린 피해자가 자살하는 내용의 영화 '돈 크라이 마마' 스틸 컷. (사진 출처=다음 영화)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지난 3월 발생한 ‘인천 초등생 납치 살인사건’과 최근 부산·강릉에서 벌어진 중고생 폭행사건 등 잇따른 청소년 잔혹범죄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국민들은 “미성년자라고 해서 봐주기 처벌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소년법 폐지’를 주장했다.

소년법 폐지 주장의 핵심은 ‘형량 완화’에 따라 소년범 재범률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현행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이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징역 20년을 선고하도록 하고 법정형으로 장기 2년 이상의 유기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장기 10년, 단기 5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성인에 비해 형량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구 10만명 당 18세 이하 소년 범죄자 발생 비율도 10년 전보다 36.4% 늘었고, 재범률 또한 증가했다. 보호관찰대상 청소년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 역시 성인보다 2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법무부가 발표한 보호관찰대상자 재범률에 따르면, 미성년자 재범률은 지난해 12.3%로 같은 기간 성인 재범률 5.2%의 2배가 넘는다.

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소년범 가운데 초범 비율은 2006년 63.9%에서 2015년 50.2%로 13.7%p 감소했다. 하지만 4범 이상 재범률은 2006년 6.1%에서 2015년 15.2%까지 크게 증가했다.

이같은 통계만 놓고 봤을 때 ‘소년법은 반사회성(反社會性)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矯正)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소년법 제1조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청소년 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이다.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 지적에 따라 우리나라도 지난 2007년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촉법소년 연령 하한선을 만 12세에서 10세로 낮췄다. 하지만 청소년 범죄 재범률은 여전히 증가세를 보여 더 강화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도 소년범 형량 완화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 개정에 나서는 분위기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소년법 개정안을 종합하면 형사 미성년자 최저 연령을 만14세에서 12세로 하향조정하고 소년범에 해당하는 최대 형량을 징역 15년에서 20년으로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에 접수된 전체 소년 사건 중에서 이전 사건으로 기소유예, 보호처분, 형사처분 등을 받은 경력자 비율이 지난 2006년 28.9%에서 2015년 42.6%로 소년 사건 중 재범자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9범 이상 재범자 비율은 2006년 0.8%에서 2015년 5.7%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진 출처=법무부>

◇ ‘낮은’ 형량 ‘높은’ 재범률

잇따른 청소년 잔혹범죄에 대해 국민들도 ‘청소년 형량 강화’를 외치고 있다. 이에  정치권도 관련 법안 마련에 분주하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 부산 사상구에서 발생한 중학생 폭행사건 이후 4건의 소년법 개정안이 올라왔다. 이들 법안의 공통점은 ‘소년범 형량 강화’이다.

다만 청소년 잔혹 범죄에 대해 형량만을 강화해서는 높은 재범률을 낮출 수 없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9일 '잔혹해지는 청소년 범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바른정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우범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가정법원을 통해 예방·관리해야 한다”면서 형량 강화보다 범죄 예방에 초점을 맞춘 방안을 제안했다.

김승혜 학교폭력 SOS지원단장은 높은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해법으로 “아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오기 전에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할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미 법무법인 세원 변호사는 “아이들이 잘 몰라서 저지르는 범죄도 있는데,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면 선도 가능성까지 배제하게 된다”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형사처벌 연령 하향 조정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012년 발표한 정책연구용역보고서 ‘형법상 형사미성년자 연령 설정과 소년법상 소년보호처분제도와의 관계’에 따르면 “형법의 …가 가져올 효과는 플러스적 요인 보다는 마이너스적 요인이 더 많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서는 “12세나 13세 등의 소년이 범한 강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감소시키고, 대상자의 반사회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형벌이라는 수단 보다는 보호처분의 수단이 소년법의 이념을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형사정책적으로 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보고서는 사회적으로 위협을 주는 소년범에 대해 집중보호관찰 등 강화된 보호처분 신설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아동 청소년기의 비행은 본인에게서만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찾아서도 안 된다”며 “아동 청소년기를 둘러싼 모든 배경에서의 원인이 제거돼야 하고, 방임으로 인한 비행의 경우에는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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