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레이커스 맨'으로 남은 코비 브라이언트.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선수는 떠났지만 도시는 그를 잊지 않았다. 21세기 농구의 아이콘이었던 코비 브라이언트가 NBA의 전설들도 누리지 못한 영예를 안게 됐다.

ESPN은 13일(현지시각) “레이커스가 코비의 등번호 8번과 24번을 모두 영구결번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한 선수의 등번호 두 개가 영구결번되는 것은 NBA 최초다.

2015/16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코비 브라이언트가 레이커스에서 영구결번될 것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20년 동안 ‘레이커스 맨’으로 남으며 팀에 다섯 번의 우승을 안겼기 때문이다. 1996/97시즌 17살의 나이로 데뷔한 코비는 레이커스의 ‘골드 앤 퍼플’ 유니폼을 입고 18번 올스타로 선정됐으며 누적 득점 3만3,643점을 기록했다(NBA 전체 3위).

따라서 팬들의 관심을 모였던 것은 ‘몇 번을 결번할 것인가’하는 문제였다. 코비는 그의 선수생활 20년 중 처음 10년은 8번을, 남은 10년은 24번을 달고 뛰었다. 선수로서의 기록과 수상실적도 엇비슷하다. 본인이 팀의 중심이었던 24번이 조금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아프로 머리를 한 채 코트를 휘젓던 ‘8번 코비’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다른 선수가 8번을 등에 달고 뛰는 것 또한 어색한 일이다.

본래 레이커스는 영구결번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구단이다. 16번이나 NBA 정상에 섰지만 홈구장인 스테이플스 센터에 유니폼이 걸린 선수는 단 9명뿐이다. 미네아폴리스 레이커스 시절 팀을 이끌며 3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던 조지 마이칸조차 그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따라서 레이커스의 이번 결정은 커리어 전부를 팀에 바쳤던 선수에 대한 최고의 경의로 해석된다.

선수 또한 감사를 표했다. 레이커스 전문기자 마이크 트루델은 트위터를 통해 ”굉장한 영광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내 유니폼을 레이커스 구장에 거는 것을 꿈꿔왔지만, 두 개나 걸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코비의 소감을 전했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영결식은 12월 18일(현지시각) 열리는 골든 스테이트와의 홈경기 하프타임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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