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구에서 오래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이 정계를 떠나게 되면 그의 자식이 해당 지역구에서 또 국회의원을 하는 ‘지역구 대물림’은 우리나라 정치권의 오랜 관행이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지역구 물려받기’라는 말은 정치권에서 흔하게 쓰인다. 한 지역구에서 오래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이 정계를 떠나게 되면 그의 자식이 해당 지역구에서 또 국회의원을 하는 ‘지역구 대물림’은 우리나라 정치권의 오랜 관행이었다. 부자(父子)가 같은 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들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정치 신인의 발목을 잡는 ‘적폐’라는 지적이 국민의당에서 나오면서 국회의원의 다선을 금지하는 게 옳은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의원의 동일지역구 출마를 3번까지 제한하는 이른바 ‘다선금지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용주 의원실 측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같은 지역에서 3선까지만 연임할 수 있는 데 반해 국회의원은 연임에 제한이 없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다”고 발의 취지를 전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연임이 3번으로 제한돼있고 대통령도 재임이 불가한 현행 헌법 아래에서 국회의원의 ‘무한대 연임’은 특권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지자체장들의 연임을 제한한 지방자치법 87조1항에 대한 헌법소원도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지자체장은 지자체 공무원 및 지역 지지세력을 이용하거나 인사권 등 많은 권한이 있어서 다른 후보자에 비해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장기집권 가능성이 높다”며 “3선 연임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공무담임의 기회를 처음부터 박탈하는 것은 아니고 3기 연속 선출됐더라도 그 후 입후보하지 않았다가 다시 입후보할 수 있으므로 지나친 제한이 아니다”고 보고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민의당 내에서는 다선금지법을 지지하는 발언이 나왔다. 박주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국회의원은 이 지구상에서 살아있는 한 국회의원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 민주주의 정신인가”라며 “정치를 이제 머리로 하지 말고 가슴으로 하는 그런 정치를 하자”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찬반이 나뉜다. 노영희 변호사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런 식의 선거권 제한은 옳지 않다고 본다. 국민이 선택하도록 하면 된다. 차라리 주민소환제를 도입하는 게 낫다”며 “문제가 있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은 공천을 안 하면 되고, (선거에) 나온다 하더라도 국민이 안 뽑으면 되는 거지 그것을 법으로 제한해서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까지 아예 제한한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다선금지법에 대한 국민 여론은 좋은 편이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다선금지법에 대한 청취자 찬반 의견을 묻자 찬성이 75%, 반대가 25%로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다선금지법은 이 의원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국민의원’들의 제안을 수렴해 다듬은 것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다선금지법에 대한 국민의 호응이 ‘정치혐오’의 단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의원의 대국민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3선을 금지하자”는 직관적인 주장이 그만큼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선금지법을 찬성한다고 밝힌 백성문 변호사는 “정말 많은 분들이 지금 정치인들에게 많이 실망하고 있다는 것, 의원들이 반드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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