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브룩의 수비능력은 어떻게 평가될까?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선수의 능력을 어떤 지표로 평가할 수 있을까’는 질문은 스포츠팬들의 오랜 고민이다. 농구에서는 일반적으로 더 많은 공격기회를 가지는 팀, 즉 경기속도가 빠른 팀의 선수들이 높은 개인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7초 안에 공격을 끝낸다”는 말로 대표되던 2005/06 시즌의 피닉스 선즈와 경기당 100.7득점(리그 28위)의 기록으로 51승을 거둔 2016/17 유타 재즈의 선수들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이유다.

‘더 잘하는 선수’를 가리려는 농구팬들의 욕구는 스포츠와 통계의 만남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기록의 절대치뿐 아니라 효율성도 측정하는 ‘2차 스탯’의 발전이 그것이다. 새 통계기법을 사용해 공신력을 인정받은 지표들은 선수평가의 잣대로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개발자인 ESPN의 분석가 존 홀린저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PER은 ‘Player Efficiency Rating’의 줄임말로, 아마도 가장 널리 알려진 효율성지표일 것이다. 홀린저는 ‘누가 더 좋은 기록을 낸 선수인가’란 기존의 질문을 ‘다른 선수에 비해 얼마나 더 잘했나’의 문제로 바꿈으로서 PER을 가장 대중성 있는 2차 지표로 만들었다.

PER의 가장 큰 장점은 어느 시대든 리그 전체의 평균 PER이 15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PER은 선수 기록의 절대치가 아니라 ‘리그 평균적 선수’에 대한 상대지표를 이용해 선수의 활약상을 평가한다. 따라서 PER을 통해선 특정 선수가 얼마나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는지 시대상황과 관계없이 알 수 있다. 또한 어떤 팀이 전체 리그수준보다 빠른 농구를 펼친다면 해당 팀 선수들의 PER도 그만큼 감소하도록 보정해 전술의 차이에서 오는 편차도 없앴다.

ESPN의 제레미아스 잉글만이 도입한 RAPM 또한 PER과 유사한 통계적 사고를 담고 있다. 팀이 기록한 득·실점 마진을 통해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려는 시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지만, 다른 선수의 활약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 효용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반면 RAPM은 특정 선수가 ‘리그 평균급인 선수 대신 뛰었을 때’ 팀의 득실점에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지 나타내 후광효과에 대한 걱정을 상당 부분 덜었다.

그동안 농구통계의 맹점으로 뽑히던 수비지표를 팀의 실점에 대한 기여도로 표현한 것은 RAPM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이는 주관적 인상만으로 측정되던 수비력 순위를 객관화할 수 있다. 일례로 2016/17 시즌 MVP인 러셀 웨스트브룩은 RAPM에 따르면 ‘평균적인 선수’보다 팀의 수비에 불과 0.3점 도움이 됐을 뿐이다.

PER과 RAPM에는 선수기록의 기준점을 설정하려는 분석가들의 노력이 그대로 반영돼있다. RAPM의 경우 'BPM'과 'xRAPM' 등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숫자 하나로 선수의 실력을 표현하려는 시도는 리그가 계속되는 한 멈추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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